명품 한국기행/미식 기행

어른 입맛을 위한 7번 국도(동해안) 맛집 정리 Ver 1.0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21. 1. 24. 23:40

전라도 아재가 인정하는 '전라도보다 맛있는 경상도 음식' 시리즈 여행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7번 국도를 따라가며 맛보는, '서해안 사람이 인정하는 동해안 맛집' 시리즈 여행을 만들기 위해 

4박5일 동안 구룡포에서 정라진까지 곳곳을 돌아다녔다. 

러프하지만 7번 국도의 맛집을 1차로 정리해 두려고 한다. 

이번 7번 국도 답사에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 : 구룡포 등대횟집

7번 국도 쵝오 맛집! 겉보기 등급으로는 허름한 항구 횟집이지만 알고보면 스펙이 엄청나다. 아버지는 위판장 중매인, 어머니는 해녀. 물 좋은 해산물 공급을 위한 최고의 스펙이다.

이 집에 가면 다른 것 시킬 필요 없다. 횟밥 한 그릇만 시키면 해물탕이 달려나온다. 그런데 이 해물탕 비주얼이 엄청나다. 그리고 비주얼 이상의 맛을 구현해낸다. 소나타를 샀는데 제네시스가 달려온 기분?

이 집의 의미를 알기 위해선 동해안 어부들이 뱃일 할 때 먹던 횟밥에 대한 맥락적 이해가 필요하다. 거친 뱃일을 할 때 회를 숭숭 썰어넣고 찰고추장으로 투박하게 비벼먹던 횟밥! 도시에서 먹는 회덮밥과는 맛이 다르다.

주인장은 초고추장을 살짝 섞어서 먹기를 권한다. 이미 우리 입맛이 그렇게 길들여져 있으니. 도시인들은 이렇게 먹을 때 더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단다. 회는 주로 물가자미를 쓰는데 말만 잘하면 줄가자미도 살짝 곁들여준다. 가자미 횟밥을 먹어보면 광어로 만든 회덮밥은 먹기 싫어진다. 뭐랄까, 고무를 씹는 기분?

해물탕엔 해삼(목삼)과 멍게가 들어간다. 처음엔 뜨악했다. 그런데 그들이 신묘한 국물 맛의 주범이다. 익은 해삼의 식감도 좋았고. 그리고 싱싱한 알이 국물의 구수함을 이끌어낸다.

 

 

 

 

 

@ 강릉 

가오리찜(이모네 생선찜) : 가오리찜을 처음 접한 곳이다. 가오리살의 식감이 특히 좋았다. 

기사문(특산물 코스) : 동해안 해물로 제대로 대접받는 느낌. 다소 비싸다. 

섭국(등명횟집) : 섭(자연산 홍합)은 겨울이 제격이다. 살이 오르고 더 붉다. 이집 섭국을 아침에 먹고 나면 밤에 술을 조금만 마신 게 후회될 정도. 

순두부(경포순두부) : 현지인이 추천한 순두부집이라 줄 안 서고 먹을 수 있었다. 그런데 맛은 절대 뒤지지 않았다. 

 

@ 삼척 

곰칫국(옛집식당) : 신김치가 국물을 더웃 맛갈나게 만들어준다. 좀 비싼 편(17,000원)인데 양을 심하게 많이 주신다. 

생선찜(울릉도호박집, 장치) : 덤으로 주는 울릉도호박막걸리와 가자미식해가 일품이다. 생선찜은 장치가 메인이고 가자미가 도루묵이 조연을 맡는다. 양념이 약간 달끈하다. 

가오리찜(삼척해물) : 강릉 이모네 생선찜과 비교하면 양념맛은 이집이 더 좋은 것 같은데 식감은 조금 뒤진다. 

문어숙회(맛과향이있는집) : 문어를 제대로 먹으려면 이집 추천한다. 문어를 내기 전 굴을 듬뿍 넣은 김치를 내주는데 비주얼도 임팩트가 있고 맛도 좋다. 

성게수제비(바다칼국수) : 해산물만 먹다가 탄수화물 보충하러 간 집. 성게알이 수제비랑도 잘 어울렸다. 맑은 바다향을 냈다. 


 

@ 울진 

문어두루치기(돌섬식당) : 이거 먹고 앞으로 오징어볶음은 못 먹을 것 같다. 문어의 식감과 양념 밸런스 모두 좋았다. 



꽁치숙성회/청어숙성회(후포식당) : 꽁치는 없어서 청어 숙성회를 먹었다. 양을 엄청 많이 줘서 당황했는데 먹어보니 이리 맛난 걸 이리 많이 줘도 되나 싶었다. 


 

@ 영덕 

대게(조양호수산)/탐라식당 : 털보 김선장님이 운영하는 해산물 가게인데, 츤데레 스타일이다. 무뚝뚝하지만 정이 많아서 덤을 듬뿍 주신다. 여기서 쪄서 동생분이 하시는 바로 옆 탐라식당에서 먹어도 좋다. 

 

 

 

 

 

@ 포항

횟밥/해물탕(등대횟집) : 위에 설명한 그대로~ 인생 해물탕집. 

아구수육(윤금자모리칼국수) : 아구찜은 전라도에도 맛있는 집이 많다. 경상도에 오면 물 좋은 아구로 아구수육을 즐겨볼 필요가 있다. 


 

@ 경주

해장콩국(원조콩국) : 따뜻한 묵밥과 함께 경주 사람들의 해장 방식. 중국 사람들도 좋아할 것 같았다. 경주에서 한 잔 하고 난 뒤 꼭 한 번 가보시길~ 

신세대맛집(황리단길 동리) : 흔히 경상도 청년들은 전라도 청년들보다 음식에 더 실험적이라는 말을 하는데 그런 경상도 청년의 패기가 느껴지는 음식점. 

 

@ 울주

언양불고기(진미불고기) : 바싹불고기는 역시 언양식! 밑반찬으로 나오는 소 부속물이 '이 집이 소고기 좀 다룰 줄 안다'라고 시위하는 것 같다. 

트레비어 : 도시보다 더 도시를 느낄 수 있는 곳. 낮술 안주로 훌륭한 음식이 많았다. 


겨울 동해안은 해산물의 보고다. 

삼척 번개시장(새벽시장)을 비롯해 해산물 사기 좋은 시장과 가게도 곧 정리해 두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직접 잡으신 가자미를 챙겨 주신 이윤길 선장님께 감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