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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물회의 진리를 찾아서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22. 6. 10. 08:38

여름 물회의 진리를 찾아서

일단 물회로 인상적이었던 곳은 포항 죽도시장과 등대횟집, 강릉 사천항 물회골목, 속초 청초수물회, 통영 출렁다리횟집 등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여행감독의 3대 물회를 꼽아보라면 '통영 출렁다리횟집의 전갱이물회, 포항 호미곶의 등대횟집 횟밥&해물탕, 속초 청초수물회를 꼽을 수 있겠네요. 

서울에서 고만고만한 물회를 먹다가 포항 죽도시장에서 물회를 먹고 '이게 지대로다'고 느꼈던 기억이 나네요. 동대구횟집인지 새포항물회인지는 헷갈리지만요. 회를 물에 빠뜨리지 않고 새콤달콤한 샤베트스타일의 소스장을 얹어 나왔던 것 같네요. 서울에서 물회를 먹을 때마다 '왜 고기를 물에 빠뜨릴까?'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죽도시장에서 물회를 먹은 후에야 그 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포항 사시는 권일쌤에게 들어보니 그게 원래 포항 물회 스타일이 아니라 2000년대에 나타나서 죽도시장을 평정한 신상 물회 스타일이라고 하네요. 그러면서 정통 포항 물회 맛을 보여주시겠다고 해서 따라간 곳이 등대횟집이었습니다. 거기서 물회의 기원인 '횟밥'에 대해 알게 되었고 물회의 출발을 알게 되었습니다. 

횟밥은 뱃사람들이 배 위에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찬밥 위에 회를 얹고 고추장을 떠서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 비벼먹는 스타일이었다고 하네요. 이때 고추장은 초고추장이 아니라 찰고추장이었다고 합니다. 퍽퍽해서 횟밥을 먹을 때는 꼭 미역국이나 해물탕을 같이 먹었다고 하는데 그런 맥락이 있어서 지금도 횟밥을 파는 곳은 꼭 미역국이나 해물탕을 내준다고 합니다. 

횟밥+해물탕 최고의 조합은 포항 등대횟집이었습니다. 횟밥과 함께 나오는 해물탕이 믿을 수 없는 맛이었습니다. 명목상으로는 횟밥을 시키면 해물탕이 딸려 나오는 것이었는데, 해물탕이 너무 훌륭해서 해물탕을 시키면 공깃밥 대신 횟밥이 나온다고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이곳은 정말 강추입니다~

물회와 횟밥 그리고 회덮밥, 모두 회를 한 끼 식사로 해결하기 위한 방식인데, 더운 여름에 한 번쯤 생각나는 메뉴입니다. 모두가 마음속에 나만의 물회를 품고 사는데, 여름 물회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눠 보려고 합니다. 애정하는 물회집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셔도 좋습니다~ 

서울에서는 물회로 크게 실망한 적이 두 번 있습니다. 공덕역 단골집에서는 모듬물회를 시켜서 직장 선배들과 먹고 다들 죽다 살아났습니다. 그때 이후로 여름에 모둠 물회는 절대 안 먹습니다. 방이시장에서 물회로 유명하다는 집에 가서는 가성비가 너무 안 좋아서 돈이 아까웠습니다(무려 10만원). 

강릉과 속초의 물회는 대체로 '관광물회'라 부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서울보다 더 서울스타일이라고 해야 할까요? 대중이 선호하는 광어를 메인으로 삼는 곳이 많더군요. 보통 동해안에서는 강릉 사천항 물회골목에 가는데 속초 청초수물회가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가격은 높지만 가장 완성도 높은 물회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혼술을 부르는 물회~ 

제주 물회는 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저는 해삼보다 멍게를 더 좋아하는데 제주 물회는 식감이 해삼 베이스라서요. 전복도 물회에 맞는 해산물인가 싶고. 자리는 넘 거칠어서 삼키기가 힘들고. 내 이빨이 부실한 것인지, 암튼 저는 제주 가면 회나 회국수를 먹지 물회는 잘 안 먹습니다. 

남해안의 된장 양념 베이스 물회는 좋아합니다. 초장보다 회와 조합이 더 좋은 것 같습니다. 밸런스를 잘 맞추면 정말 최고죠. 회무침도 된장 베이스 양념으로 하면 더 구수해서 좋고요. 초고추장 과잉 사회에서 정말 단비와 같은 맛이죠. 남해안 물회집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통영 연화도의 전갱이물회였습니다. 전갱이 특유의 감칠맛이 돌아서 이전 물회에서 느낄 수 없는 풍부한 맛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