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트레킹 오마카세 시즌2 - 다테야마 알펜 루트 (10/14~10/19)
일본 트레킹 오마카세 시리즈의 시즌2는 다테야마 알펜 루트다. 일본 북알프스의 최북단 루트 중 한 곳으로 북알프스 등산 코스 중에서는 비교적 평이한 코스로 꼽힌다. 2019년 직접 답사했을 때 한국 산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고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어서 꼭 다시 와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곳이다. 올해 5월17일~5월21일 이곳 다테야마 알펜 루트를 중심으로 일본 트레킹 오마카세 시즌2를 구성했다. 2400m 산장에 이틀 동안 머물면서 북알프스 능선을 두루 향유할 계획이다.
일본의 다테야마는 후지산, 하쿠산과 함께 일본의 3대 영산(靈山)으로 꼽힌다. 에도 시대부터 사람이 닿기 위한 방법이 두루 개발되어 다채로운 풍경만큼 가는 방식도 다양하다. 2400~2500m 고원지대에서 할 수 있는 활동도 많아서 등산·캠핑·산악스키 등 다양한 아웃도어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무엇보다 5월~6월에도 높이 쌓인 눈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 인기가 있다. 다테야마가 속한 일본 북알프스 지역은 일본에서 산세가 가장 험한 곳으로 3000m 이상의 고봉이 즐비하다.
도야마현과 나가노현의 경계에 있는 다테야마 고원을 넘어가는 다양한 코스를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이하 알펜루트)’라고 부른다. 각 구간에서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이렇다. 다테야마역~비조다이라 전망대(산악 트램), 비조다이라 전망대~무로도역 (고원버스), 무로도역~다이칸보 전망대 (터널 트롤리버스), 다이칸보 전망대~ 구로베다이라(케이블카), 구로베다이라~ 구로베 댐(산악 트램), 구로베 댐~ 오기사와 전망대(터널 전기버스).
알펜루트의 교통수단을 이렇게 복잡하게 만든 이유는 지형에 적합한 이동수단을 활용해 각 고도의 최고 조망 지점에 접근하게 하기 위해서다. 산은 골짜기에서, 중턱에서, 능선에서, 정상에서 보는 풍경이 다르고 고도마다 식생이 다르다. 이를 둘러볼 수 있는 시간도 다르다. 알펜루트처럼 만들어놓으면 산을 다양하게 그리고 자신의 상황에 맞게 즐길 수 있다.
알펜루트는 해발 475m 다테야마역에서 시작한다. 다테야마역은 웅장한 일본 북알프스의 관문이다. 알펜루트를 시작하기 전에 낙차가 350m로 일본에서 가장 긴 폭포인 쇼묘다키 폭포를 보고 올 수 있다. 폭포 인근까지 셔틀버스를 타고 가서 다키미다이 전망대에 걸어 올라가 폭포를 조망하면 된다. 본격적인 알펜루트 종주는 다테야마역에서 산악 트램(일본에서는 케이블카라고 부른다)을 타고 비조다이라 전망대로 향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해발 977m 비조다이라 전망대는 삼나무 원시림이 있는 곳이다. 이 원시림은 일본의 100대 숲에도 속하는 곳으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수령 1000년이 넘는 삼나무와 너도밤나무를 두루 만날 수 있다. 일본은 큰 삼나무에 예명을 지어주곤 하는데 ‘육아 삼나무’ ‘미녀 삼나무’ 등이 이곳에 있다.
비조다이라 전망대에서 세 번째 포인트인 무로도역까지는 고원버스를 타고 50분 동안 이동한다. 해발 1800m 정도까지는 언덕 같은 경사로를 오르고 그 이후는 완만한 고원지대를 가로지른다. 2019년에 갔을 때, 5월 말인데도 고도 1800m 정도부터 잔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날씨는 반소매 셔츠를 입고 다녀도 될 만큼 쨍한데 눈이 쌓여 있었다. 고원이라 시야가 좋았다. 버스 안에서 360° 전 방향으로 북알프스의 설산들을 조망할 수 있었다. 풍광이 히말라야나 코카서스(캅카스) 혹은 알프스에 밀리지 않았다.
무로도역으로 가는 길의 3분의 2쯤 되는, 해발 1930m 지점에 미다가하라 습지가 있다. 2012년에 람사르 협약에 등록된 습지로 이곳을 중심으로 들꽃이 아름답게 피는 산책로가 있다. 미다가하라에는 호텔도 있어서 숙박이 가능하다. 서쪽 방향으로 고원이 넓게 펼쳐 있어 석양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비조다이라 전망대나 미다가하라 습지에서 아쉬운 것은 1~2시간의 산책로가 전부라는 점이다.
무로도역에 거의 도착할 무렵 알펜루트의 상징인 ‘눈의 대계곡’을 만나게 된다. 버스 높이를 훨씬 뛰어넘는 거대한 눈 벽이다. 알펜루트는 매년 4월15일 개장하는데 개장할 때 이곳의 눈높이는 15m 안팎에 달한다. 우리 일행이 무로도역을 방문한 5월 말에도 눈 벽이 10m 이상이었다.
눈 벽을 지나면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역인 무로도역이 나온다. 무로도역에는 호텔다테야마를 비롯해 고원 산장 5개가 있다. 이 중 다테야마무로도 산장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산장으로 에도 시대에 만들어진 시설이다. 미쿠리가이케, 라이초소는 각각 일본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온천과 두 번째로 높은 온천을 보유한 산장으로 유명하다.
두 온천 옆의 계곡에서는 유황 연기가 계속 솟아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전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허락했지만 지금은 유황 농도가 강해져서 독성 때문에 일반인의 접근을 차단한다. 고대 일본인들은 이 유황 계곡을 보면서 지옥을 상상했다. 그래서 이 지옥 계곡이 내려다보이는 다테야마는 극락정토를 상징하게 되었다.
다테야마 산행은 미쿠리가이케 산장 밑의 미쿠리가이케 화구호에서 시작한다. 한라산 백록담처럼 화구호인 미쿠리가이케에 비친 다테야마를 보는 것이 산행의 시작이다. 하지만 5월 말인데도 화구호가 얼어 있어 수면에 비친 다테야마는 볼 수 없었다. 다테야마 산행은 어렵지 않다. 정상과의 고도 차이는 채 600m가 되지 않아 일반인도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
다테야마로 오르는 길에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식물은 누운잣나무와 들쭉이었다. 들쭉은 ‘백두산 들쭉술’을 만드는 바로 그 들쭉이다. 누운잣나무 숲과 들쭉 열매는 일본인들이 신성시하는 새, 뇌조의 둥지와 먹이다. ‘산의 심부름꾼’으로 불리는 뇌조는 설산을 닮았다. 흰색과 검은색 깃털 부위가 섞여 얼룩무늬처럼 보이는데, 만년설 사이로 솟은 바위가 드문드문 보이는 다테야마의 설산 같았다. 마침 짝짓기 철이어서 쌍으로 다니는 뇌조를 볼 수 있었다.
다테야마는 본인의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다. 해발 3015m인 오난지야마가 다테야마의 최고봉이지만 3003m의 오야마를 주산으로 본다. 오야마산 정상에는 신사가 있어서 여름철에는 제관이 등산객을 축복해 준다. 일본인들은 대부분 이곳에서 점심 도시락을 먹으며 천천히 풍경을 감상하고 내려온다. 좀 더 등산을 즐기고 싶은 사람은 오야마를 시작으로 능선을 타고 오난지야마를 지나 후지노오리다테(2999m), 마사고다케(2861m), 벳산(2880m) 등을 오르고 쓰루기고젠 산장에서 내려오는 코스를 선택한다. 다테야마를 오르고 내리는 동안 산악스키 등 다양한 아웃도어 레포츠를 즐기는 일본인들을 볼 수 있었다.
다테야마까지 올랐다면 이제 반대편 나가노현 쪽으로 내려갈 차례다. 올라올 때 고원버스에서 내렸던 무로도역에서 터널 안을 달리는 트롤리버스를 타고 10분 정도 가면 반대편 다이칸보 전망대에 도착한다. 네 번째 포인트인 다이칸보 전망대는 해발 2316m에 있다. 트롤리버스 정류장의 옥상에 설치된 이 전망대에서는 구로베 댐 건설로 생긴 구로베 호수와 북알프스 봉우리를 볼 수 있다. 대체로 고산은 식생이 활발하지 않아 황량한데 물이 있으면 풍경이 다채롭다.
다이칸보 전망대에서 다섯 번째 포인트인 구로베다이라까지 내려가는 길은 케이블카(일본에서는 로프웨이라고 부른다)로 7분 정도 걸린다. 이 케이블카는 중간 지주가 없어 지주와 지주 사이의 거리가 일본 최장이다. 자연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기술력을 높인 일본인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해발 1828m 구로베다이라에는 고산식물 관찰원이 조성되어 있다. 여기에서 산악 트램(케이블카)으로 5분간 이동하면 여섯 번째 포인트인 구로베 댐이 나온다. 등산로가 있어서 트램을 타지 않고 걸어서 내려올 수도 있다. 해발 1455m에 위치한 구로베 댐은 높이가 186m에 달한다. 댐 건설로 구로베 호수가 만들어졌다. 호수에서는 여름철에 유람선도 운행하며 호수 옆길로 15분 정도 가면 있는 산장에서 숙박할 수 있다.
구로베 댐 위를 걸어서 반대편으로 가는 데 10분 내외가 소요된다. 여기서 터널 전기버스로 16분 동안 이동하면 나가노현 쪽 다테야마에 입구라 할 수 있는 일곱 번째 포인트, 오기사와 터미널이 나온다. 이 터미널에서 히나타야마 고원이나 오마치 온천마을 혹은 나가노 시내까지 노선버스로 이동할 수 있다.
주) 여행감독으로서 '바쁜 현대 도시인을 위한 어른의 여행'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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