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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은 아나운서를 바비인형으로 본 인미협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15.


인터넷미디어협회(인미협)은 요즘 가장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단체다. ‘포털 규제’ 등과 관련해 인미협의 활약이 아주 눈부시다. 인미협의 활동과 주장에 대해서는 다음에 짚어보기로 하고, 인미협이 최근 MBC <PD수첩>에 출연하는 손정은 아나운서에 대해 냈던 성명서는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어 좀 짚어보려고 한다.


지난 7월9일, 인미협은 손정은 아나운서가 ‘<PD수첩 탄압 중단과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촛불문화제(7월8일)’에 참가한 것에 대해 비판 성명을 냈다. ‘MBC가 여성 앵커를 정치 투쟁의 도구로 악용했다’라는 것이 성명의 내용이었다. 


손 아나운서에 대한 인미협 비난의 요지는 이렇다. 하나, 뉴스 앵커는 엄정한 중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해야하는데 첨예한 갈등을 야기한 촛불집회에 참여했다. 둘, 앵커로서 공익적 가치를 위한 집회에 참여한 것이 아니라 철저한 자사이기주의적인 행태를 보였다. 인미협은  최재혁 MBC 아나운서 부장이 이런 자신들의 충고를 듣고도 손 아나운서를 징계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날 집회에서 손정은 아나운서는 촛불과 피켓을 들고 ‘침묵시위’를 했다. 손 아나운서가 침묵시위를 한 것은 말주변이 없어서, 생각이 없어서가 아닐 것이다. 그녀의 침묵은 울림이 컸다. 그녀는 침묵으로 어떤 달변보다 더 많은 말을 했다. 이후에 이런 성명서가 나오는 것을 보면 손 아나운서가 ‘침묵시위’를 한 것이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의 말을 가지고 어떤 생트집을 잡았을지...


중앙일보(7월11일자)는 “MBC, 여성 앵커를 정치적으로 악용”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성명 내용을 기사로 다뤘다. 이 기사의 위에는 ‘PD수첩 광우병프로 사내 심의서도 “사실관계 확인 유의” 등 지적받았다’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의 밑에는 “KBS 특별감사 다룬 뉴스9 자사 입장만 옹호...공공성 잃어”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의 옆에는 “당신 회사 약 하자 있다고 소문내겠다”라는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검찰 수사 관련 기사가 실렸다.
 

압권은 삼성 이건희 전 회장 기사다. 이런 기사들에 눌려 오른쪽 구속에 이 전 회장이 조준웅 특별검사팀이 이 전 회장에 대해 징역 7년에 벌금 3500억원을 구형했다는 것을 아주 ‘간결하게’ 전했다. 그나마 제목은 ‘이건희 전 회장 “모든 책임질 것” ’이라고 달려 이 전 회장을 변호해주고 있었다.


이 기사와 이 지면의 편집에 대해 나는 “MBC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비판 기사를 여기자에게 쓰게 한 것은 중앙일보가 여기자를 정치적으로 악용했다”라고, 인미협식으로 절대로 비판하지 않겠다. 딱 한 가지, 해당 기자가 형편없는 성명서를 바탕으로 기사를 썼다는 것에 대해서만 비판하고 싶다.





위 영상물은 미디어몽구(www.mongu.net)에서 퍼온 것입니다.

이 성명서는 기본이 안 된 성명서다.
이 성명서의 전제는 두 가지를 부정하고 있다.
'손정은 아나운서에게도 생각이 있다’는 것을 부정하고
그리고 ‘손정은 아나운서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부정한다.


인미협 성명서는 최재혁 부장이 “그날 촛불문화제는 전국 MBC 노조원총회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행사였기 때문에 손 앵커가 노조의 일원으로서 참여했던 것. 앵커의 중립성 여부와 관련해 문제를 삼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라고 답한 것을 빌미로 손 아나운서의 집회 참여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MBC노조의 강권이었다고 주장한다.


손 아나운서가 자신의 소신에 따라서 노조원 총회와 촛불 집회에 참여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아예 무시한다. 이런 인미협의 인식에는 ‘여자 아나운서는 생각이 없다’는 폭력적인 사고방식이 깔려있다.


인미협은 강권에 의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전제를 바탕으로 “MBC는 경영진과 노조가 유착하여, 젊은 여성 아나운서조차 정치투쟁의 도구로 악용하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라고 주장한다.


인미협의 말은 손 아나운서의 집회 참여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MBC 경영진과 노조의 협잡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인미협 말을 정리해서 이해하면 노조 집회에 경영진이 나가라고 압박해서 손 아나운서가 나왔다는 것이다. 집회 참여가 보수언론의 ‘먹이’가 될 줄 뻔히 알면서도 노조와 경영진의 강권에 의해서 나왔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개고기 티본스테이크’같은 소리인가? 이런 식이면 촛불집회에 참석한 학생들은 전교조 교사들의 강권에 의해 참석했고, 미니스커트를 입고 집회에 나온 소울드레서 회원들은 카페 운영자의 강권에 의해서 참석한 것인가? 정말 지독한 억지다. 보통 억지가 아니라  ‘단군 이래 최악의 억지’다.


‘손정은 아나운서에게도 표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더 문제다. 인미협은 언론사 연합단체다. 그렇다면 헌법이 규정하는 ‘언론 출판 집회 결사의 자유’에 가장 충실해야 할 단체다. 그런데 이를 부정한다. 이는 언론단체가 낸 성명 내용으로서는 기본이 안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기사를 어제(7월14일) KBS 라디오 휴게실에서 우연히 보았다. 어떻게 이런 기사가, 이런 성명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한숨을 쉬는데 앞자리에 김윤지 아나운서가 앉았다. 조금 망설이다 통성명을 하고 물었다. <시사투나잇> 앵커를 했었던 김 아나운서가 누구보다도 더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이 기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정말 MBC가 손정은 아나운서를 정치적으로 악용한 것이라고 생각하세요”라고 묻자 김 아나운서는 단호하게 “그런건 아니죠”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무슨 말을 더 하려다 말을 삼켰다. 나도 그녀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질문을 삼켰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조심스럽다. 논쟁이 되지도 않는 것을 괜히 다시 끄집어내서 논쟁을 확산 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부담 때문이다. 사실 인미협이 손 아나운서의 집회 참여를 비난하는 것은 떡밥이다. 진짜 공격하고 싶은 것은 손 아나운서의 2006년 행적이다. 이것을 계속 환기시키고 싶어서 집회 참가를 빌미로 삼은 것이다. 그래서 더욱 씁쓸하다.



다음은 인미협의 성명서 전문이다.


MBC의 최재혁 제작아나운서 부장은 본 협회가 공영방송 9시뉴스 앵커의 신분으로 정치적 촛불집회에 참여한 손정은씨에 대해 징계를 하라는 요구를 일축했다. 그가 내세운 논리는 “그날 촛불문화제는 전국 MBC 노조원총회가 끝나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행사였기 때문에 손 앵커가 노조의 일원으로서 참여했던 것. 앵커의 중립성 여부와 관련해 문제를 삼을 이유가 없다고 본다”는 것이다.


최재혁 부장은 자기 스스로 손정은 앵커의 집회 참여가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MBC노조의 강권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말았다. 그러나 본 협회가 징계를 내리라 요청한 측은 제작아나운서부가 아니라 MBC뉴스데스크를 운영하는 보도본부였다. MBC노조가 강권으로 데려갔든 자발적으로 참여했던 보도본부에서는 당연히 자신들이 운영하는 뉴스앵커가 정치적 집회에 참여했으면 징계를 내리는 것이 마땅한다. 그러나 MBC보도본부조차도 어떠한 징계를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볼 때, 현재 MBC는 경영진과 노조가 유착하여, 젊은 여성 아나운서조차 정치투쟁의 도구로 악용하기로 작정을 한 듯하다.


손정은 앵커는 지난 2006년 3월 26일 부산에서 자신이 다니던 교회 홈페이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겨, 큰 물의를 빚은바 있다.


“0000 교회의 성도이자 MBC 방송국 아나운서 손정은입니다.


저의 첫번째로 복음을 전하고 기도하며 어려운 영접을 해냈읍니다. 그것도 부산 시장 허남식 시장님을 영접에 이르기까지 시간은 걸렸지만 우리 0000 가족이 되었읍니다.


목사님 기도 해주세요 허남식시장이 다시 부산 시장이 다시 되신다면 흑암의 세력은 많이 무너질 것입니다“


허남식 시장은 손정은 앵커의 바람대로 다시 한나라당의 공천을 받아 부산시장이 되어 정부를 전복하려는 흑암의 세력을 무너뜨리는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정은 앵커의 개인의 양심의 자유에 따른다면, 그는 허남식 시장과 함께 흑암세력 타파에 나서야 한다. 이런 손정은 앵커가 흑암세력이 준동하는 촛불집회에 나섰다는 것은 MBC 경영진과 노조가, 개인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며, 오직 정치투쟁의 도구로밖에 보지 않다는 점을 시사한다.


물론 특정 교회 홈페이지에 특정 정치인에 대한 공개 지지글을 올린 손정은 앵커의 과거 처신도 올바른 것이 아니다. 그러나 MBC의 구조 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젊은 여성 아나운서에게 그 책임을 다 물을 수 없다.


지금 손정은 앵커가 무너뜨리겠다는 흑암세력의 정체는 바로 MBC이다. MBC가 정치적 목적과 자사이기주의적 관점으로 불법시위를 선동하고, 포털 다음과 유착하여 토론프로그램을 조작하고 시사교양프로그램을 왜곡하는 데 이어, 약자인 여성 아나운서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 현실을 본 협회는 간과하지 않겠다.


이미 본 협회는 남녀차별금지법에 의거하여 국가인권위원회와 여성부 측에 MBC의 뿌리깊은 여성차별적 앵커기용 악습에 대해 문의를 해놓았다. 이번주 안에 정식 의견서를 제출하여, MBC 경영진들에 징계를 요청할 것이다.


본 협회가 손정은 앵커를 대신하여, 흑암세력 MBC를 응징할 터이니, 손정은 앵커 역시, 아무리 MBC 경영진과 노조가 협박하더라도, 최소한의 언론인의 양심을 지키며, 자신의 갈 길을 가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