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마봉춘 지키미 게시판/PD수첩 살리기 특설링

"광우병 후속편 제작하고 싶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17.

심의 직전 만난 <PD수첩> 김보슬 PD


방송통신심의위 심의 결과가 나오기 직전 <PD수첩> 광우병 편을 최초 방송했던 김보슬 PD를 만났다. 지난해 4월(<생방송 화제집중>) 입봉한 입사 5년차 PD인 김 PD는 2005년 황우석 사태 때도 조연출로 참여해 곤욕을 치렀다. 김 PD가 방송한 광우병 편은 선배인 이춘근 PD(1편)와 오동운 PD(2편)가 거들었다.


줄기세포 보도와 광우병 보도로 생명공학 전문 PD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김 PD를 방송회관에서 만났다. 일부 오역 논란에도 불구하고 김 PD는 자신의 소신을 굳건히 지키고 있었다. 검찰 소환에도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광우병 후속편을 제작하고 싶다”라며 기염을 토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어떤 의도로 처음에 프로그램을 기획했었나?


협상 타결 전에 취재에 들어갔다. 당시 프로그램 게시판에 광우병 위험에 대해 방송해달라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협상이 이미 끝나는 시점에서도 그런 요구는 계속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과연 우리가 광우병에 대해서 새로운 얘기를 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취재하는 과정에서 문제의식이 점점 심화되었다.


- 다른 광우병 관련 보도도 많았는데 왜 <PD수첩> 보도가 각광받았다고 생각하는가?


기자협회에서 특종상을 받을 때 소감을 발표하면서 말했다. 우리의 보도는 특종이 아니다. 광우병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보도가 나왔다. 특종보다 시점의 문제였고, 시점보다 관점의 문제였다. 라고 말을 했었다. 이 소감문에 대해 ‘팩트’보다 ‘생각’을 중시한다고 비난하는 언론도 있었다.


- 반론 방송을 위해 다시 미국에 가서 사망한 아레사 빈슨 어머니와 휴메인소사이어티 마이클 그레거 박사를 만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들은 무슨 이야기를 했는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는 지난번에 인터뷰 때 다 말했는데 뭘 더 말하느냐고 했다. 한국 미디어에 질려버렸다고 했다. 우리가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방송하지 않았다는 것은 확인해 주었다.


그녀는 딸의 사인에 대해서는 한국 미디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부 언론이 사인을 CJD로 단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의 동의 없이 미국 정부 기관에서 사인을 발표할 수 없다. 어떻게 사인이 CJD라고 확인했는지 매우 궁금하다. 확실한 것은 아레사 빈슨의 어머니가 입을 열지 않는 한 사인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 그레거 박사는 뭐라고 하는가?


"참 이상한 나라다. 상을 줘야할 판인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촛불시위 영향이 미국에도 나타났다고 했다. 10년 넘게 다우너 소 등의 문제를 미 농무부장관에 제기해왔는데 내내 무시하다가 이제는 전화만 하면 바로 농무부 담당자와 약속이 잡힌다고 한다.


- 이번에 번역이 잘못된 부분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굉장히 아프다. 프로그램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제작 PD로서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그것으로 본질을 흐려서는 안된다고 본다. 그럼 오역 부분을 바르게 고치면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해지고 우리 정부의 졸속협상이 갖는 문제가 없어지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


 - 번역가 정씨의 주장과 관련해 반박할 내용이 있나?


정씨가 아레사 빈슨 어머니가 딸의 장례식에서 "MRI 촬영 결과 CJD가 나왔다"라고 말한 부분 예로 들면서 <PD수첩>이 의도적으로 왜곡했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다. 정씨는 장례식 장면 테입 2개(인터뷰 분량 6분)와 아레사 빈슨 어머니 인터뷰 테입 한 개(40분)를 번역했다. 인터뷰 테입이 3개(120분) 더 있었고 그 테입에서는 "MRI 촬영 결과 딸이 의심받았던 병명은 vCJD다"라고 말한 부분이 자주 나온다.


정씨가 번역한 빈슨 부인의 정식 인터뷰 첫 번째 테입에는 딸이 수술 후유증으로 문제가 생긴 줄 알고 이약, 저약, 이의사, 저의사 찾아다녔다는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즉 증상에 대한 얘기가 대부분이었다. 진단에 대한 이야기는 정지민씨가 번역한 부분이 아닌 나머지 120분 분량의 테입에 대부분 설명되어 있다.


정씨는 수술 후 후유증으로 비타민 등을 처방받아 먹었다고 주장하는데, 인터뷰 어느 곳에도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이번에 어머니 로빈 빈슨을 찾아가서 재차 확인한 바로는 진단받은 유일한 병이 vCJD였기 때문에 다른 병명에 대해선 생각할 수 없었다고 얘기했다.


장례식 때 CJD라고 말한 것은 비유하자면 '유방암'에 걸린 딸을 '우리 딸이 암에 걸렸다'라며 유방암의 상위 개념인 '암'으로 표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번에 만난 빈슨 부인은 자신이 CJD라고 말한 것은 vCJD를 지칭하는 것이었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 또한 진단받았던 병명이 vCJD가 유일했다고도 말했다.


- 검찰은 계속해서 원본 테입을 요구하고 있다.


원본 테입은 요구에 응할 수 없다. 그것은 언론의 기본 원칙이다. 검찰이 원본 테입을 요구하기 전에 '방송을 보라'라고 말하고 싶다. 6월24일 해명 방송에 검찰이 의혹을 제기하는 부분이 다 설명되어 있었는데도 검찰은 계속 문제제기를 해 왔다. 방송도 보기 전에 원본부터 내놓으라는 꼴이다. 이번 7월 15일 방송 이후엔 또 어떤 문제제기를 할지 모르겠다.
 

- <PD수첩> 관련 보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비판 보도가 유난히 많았는데.


할 말 많다. <PD수첩> 취재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거짓말로 이간질한 기자가 있었다. 그 기자는 "조능희 CP(책임 프로듀서)와 통화했다. 작가들에게 책임을 덮어씌우려고 하더라. 우리에게 다 말해라"라고 거짓말했다. 당시 조능희 팀장은 해당 기자와 통화한 적이 없었다. 조 팀장은 해당 기자에게 강력히 항의했다. 이 기자는 이 내용을 방송하려고 하느냐고 조 팀장에게 되물었다. 이 부분은 녹취가 되어 있다.


- 다른 사례도 있었나?


사실 관계 확인에 대한 노력이 부족하고, 사실 관계를 확인했으면 보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PD수첩>을 반박하기 위해 휴메인 소사이어티 측을 취재한 언론사가 있었다. 그러나 보도가 되지 않았다. "왜 휴메인 소사이어티의 입장에 대해서 취재하고도 보도하지 않나?"라고 묻자 "우리는 취재한 것을 다 기사로 쓰지는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PD수첩>이 입맛에 맞는 인터뷰만 보도한다고 비난하면서 왜 자신들은 정작 중요한 보도를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 그런 사례가 더 있나?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한 소견을 밝힌 AJ 바롯 박사를 동네 가정의로 소개하는 언론사가 있었다. 그래서 <PD수첩>이 비전문가를 인터뷰해 사인을 인간광우병으로 몰아갔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신경학 전문의다. 개인 병원을 운영하지만 대형 병원에 초청 외진을 나간다. CDC(미국질병예방통제센터)는 그의 소견에 따라 아레사 빈슨의 부검을 결정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구멍가게 비전문가 의사의 소견에 따라 CDC가 부검을 결정한 것이 된다.


정씨가 바롯 박사의 인터뷰를 번역하지 않아서 몰랐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도대체 뭘보고 동네 가정의라고 판단했는지 모르겠다. 바롯 박사는 개인 신경외과 전문 병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신경외과 교수직도 겸임하고 있는 전문가가 분명하다. 정씨가 마이클 그래거 박사의 인터뷰를 번역하지도 않고 그 내용을 왜곡했다고 비판하는 것과 같은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정씨가 번역한 분량의 대부분은 실제 중요한 취재내용-로빈 빈슨 1권, 마이클 그래거  0권, 마이클 핸슨 1권 번역-보다는 예전 자료, 뉴스 보도자료 등이었다.


- 출연진이나 제작진에 대한 인신공격이 심한 것 같다.


최근 손정은 아나운서가 회사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 참여한 것에 대해 비난하는 보수 언론이 많았다. 비난의 내용을 보면 경영진과 노조가 일부러 손 아나운서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손 아나운서는 자신의 의지에 의해서 나갔다. 그녀는 "촛불집회에 정말 가고 싶었다. 이번에도 못가면 홧병이 날 것 같다"라고 말할 정도로 간절히 원했다. 아나운서가 촛불집회에 나갔다고 비난하는데, 김완태 박경추 허일후 아나운서는 놔두고 일부러 손정은 아나운서만 비난하는 저의가 궁금하다.


- 다시 1편을 제작한다면 어떻게 제작하고 싶나?


번역의 잘못만 고치면 된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한가, 우리의 검역체계가 완전한가, 졸속협상이 아니었나에 대한 물음은 여전히 유의미하다고 본다.


- 광우병 후속편을 제작할 의향이 있는가?


최근 미국에서 20대 초반 여성 2명이 CJD에 걸린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변형 프리온이 의심된다고 한다. 프리온이 계속 변화하고 그 질병 형태도 변화하는 게 아닌가 하는 물음이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들었다. 최근 실험결과를 보면 오염된 고기를 먹고 vCJD가 아닌 sCJD가 발병한 쥐에 대한 사례가 나왔다. 규명해야 될 것이 아직 많다.


UPI 의학전문기자 스티븐 미첼의 기사를 보면 광우병과 관련해 미국 검사에서 '네가티브'로 나왔다가 영국 검사에서 '포지트브'로 나온 사례가 있다. 미국 검사의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이런 부분들을 규명하는 후속편을 만들고 싶다. 하지만 힘들 것 같다.


2008/07/17 - [NCSI 누리꾼 수사대] - 작가 회유하려는 언론사 있었다
2008/07/16 - [위기의 기자들] - 이 인정하는 실수와 그렇지 않은 것
2008/07/15 - [위기의 기자들] - 손정은 아나운서를 바비인형으로 본 인미협
2008/07/14 - [고재열이 만난 사람] - PD들이 조중동에 전하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