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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살벌한 독설

칼럼으로 농심 위협한 조선일보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18.


오늘(7월17일)자 조선일보 ‘조선 데스크’ 코너에 최원석 사회부 차장이 <손욱 농심 회장님께>라는 편지 형식의 칼럼을 썼다. 표현은 공손했지만 내용은 날카로웠다. 지난 15일 손욱 농심 회장이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검찰이 불매운동한 네티즌을 고소하라고 했지만 거절했다”라고 말한 것을 비난하는 칼럼이었다.


농심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 때문에 특히 곤욕을 치르고 있는 회사다. 불매운동을 벌이는 네티즌에게 상담원이 “조선일보는 계속 번창할 것이다”라는 내용의 메일을 보낸 것 때문에 괴씸죄에 걸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쟁사인 삼양과 대비된다. 네티즌들은 ‘삼양은 조선에 광고를 주지 않아서 조선일보에 고발기사가 나온 반면 농심은 조선에 광고를 줘서 고발기사가 나오지 않는다’며 농심 불매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이런 와중에 최근 농심은 네티즌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전격적으로 밝혔다. 또한 검찰이 고소를 종용했지만 자사제품 불매운동을 펼친 네티즌을 고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손욱 회장은 “쓴소리를 듣고 (고소보다는) 내부적으로 반성하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하며 상황을 수습하려 했다.


(농심이 이런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고재열의 독설닷컴>도 작은 역할을 했다. 농심 캠페인 컨설턴트의 기고문을 통해 농심의 입장을 들어주었고, 여기에 달린 비판 댓글을 보고 농심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게 되었다. 댓글에 제기된 농심 관련 의혹을 모아 농심 측에 50개의 질문으로 정리해서 보냈고 농심은 이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보냈다. 그리고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2008/07/16 - [NCSI 누리꾼 수사대] - 누리꾼에 백기투항한 농심
2008/07/15 - [NCSI 누리꾼 수사대] - 농심 측의 공식 답변이 왔습니다
2008/07/13 - [NCSI 누리꾼 수사대] - 농심에 50가지 질문을 보냈습니다
2008/07/10 - [NCSI 누리꾼 수사대] - 농심 캠페인 담당자의 하소연을 들어주었다. "라면도 보수라면 있고, 진보라면 있나"


먼저, 최원석 차장의 칼럼을 꼼꼼히 살펴보자.


소비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소비자의 뜻을 받들겠다는 이런 ‘회장님이 방침’에 대해 최 차장은 “그릇된 정보를 바탕으로 남을 공격하는 일부 집단을, 그것도 남에게 타격을 주기 위한 방편의 하나로 농심을 악용하는 행위까지 ‘하늘같이’ 떠받들어야 할까요?”라고 말하며 비판했다.


그러면서 최 차장은 2005년 4월 있었던 ‘웬디스 칠리’ 사건을 예로 들었다. 이 사건은 한 여성 블랙슈머(악성 민원제기 소비자)가 남의 잘린 손가락을 음식에 넣고 제조 과정에서 들어간 것처럼 속여 거액을 받아내려 했던 사건이다. 최 차장은 극단적인 사례를 예로 들며 광고주 불매운동 네티즌을 고소할 것을 종용했다.    


최 차장은 “이 사례를 언급하는 것은 정당한 비판에는 고개를 조아려도 부당한 비난에는 당당히 맞서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런 잘못된 행태를 보이는 일부 네티즌들이 무서워서 검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계속 그들에게 끌려다닐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최 차장은 농심 손욱 회장이 네티즌들의 압력에 굴복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나쁜 소비자'의 부당한 압력에 굴하지 않아야 '네슬레와 같은 글로벌 식품회사가 되고 싶다'는 회장님의 희망이 실현될 수 있습니다. 블랙슈머에게 무릎을 꿇어서는 국내에서조차 설 땅을 잃고 말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글을 끝맺었다.





다음, 최원석 차장 칼럼의 의도를 분석해보자.


최 차장의 눈에는 남의 손가락을 음식물에 몰래 넣어 거액의 보상금을 받으려는 범죄자와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을 하는 네티즌이 똑같아 보였던 것일까? 그는 하나마나한 얘기를 했다. 만약 누군가 농심 제품에 몰래 이물질을 넣고 피해 보상을 요구한다면 농심이 이에 응해줄까? 농심은 이미 이런 사례를 겪은 적이 있다. 농심 라면에 이물질이 들어갔다며 보상으로 라면 1백 박스를 요구하는 사람과 타협하지 않은 전력이 있다.


최 차장의 글을 읽으면서 이것은 광고주 불매운동에 대한 조선일보의 포석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조중동 광고주 불매운동의 대상인 다른 기업들이 농심처럼 불매운동을 한 네티즌을 처벌하지 않는다고 할까봐 조선일보가 ‘농심 때리기’에 나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이런 내용을 논설위원이 아닌 굳이 ‘사회부’ 데스크가 쓴 의도가 궁금했다.


대형 식품회사기 때문에 농심은 이물질 사고를 자주 겪는다. 현재도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조사 중인 이물질 사고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약한 고리가 있기 때문에 농심이 언론사와 척을 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가 '사냥개를 풀어' 농심 제품에 대한 이물질 사고를 헤집어 놓는다면 농심은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사회부 데스크가 칼럼을 쓴 것이 그래서 더욱 위협적으로 읽힌다.


이미 농심은 네티즌 고소를 종용한 사실을 언급해 검찰의 눈밖에 났다. 게다가 네티즌의 의견을 받아들여 조선일보에 광고를 하지 않겠다고 밝혀 조선일보의 눈밖에도 났다. 이것뿐만이 아니다. 공정위에는 라면값 담합에 관한 사항이 걸려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조사 중인 이물질 사고 등 사방이 지뢰밭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티즌마저 농심을 져버린다면 농심은 사면초가에 처할 수도 있다.

조선일보와 네티즌 사이에 낀 농심


조선일보에 공격받으면서도,
조선일보를 공격하는 네티즌에게까지 공격받는 아이러니를,
과연 농심이 극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