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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장악 수수방관 KBS 노조에 국민들이 뿔났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7. 29.

이명박 정부가 기획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연출하고
한나라당이 제작하는 블록버스터 호러 영화
‘공정 방송 죽이기’가 곧 개봉될 예정이다.

정부의 KBS 장악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막아야 할 KBS 노조는 뒷짐을 지고 있다.

KBS를 지키기 위해 온 시민들은
노조의 이런 무성의한 태도에 잔뜩 뿔이 나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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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의도에 블록버스터급 호러 영화 시나리오가 한 편 돌아다니고 있다. ‘공정 방송 죽이기’라는 가제가 붙은 이 시나리오는 청와대가 기획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연출하고 한나라당이 영화로 제작할 예정이다. 방송가에서는 누가 다음 KBS 사장으로 내정되었는지, 이미 캐스팅까지 완료되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 남량특집 공포영화가 현실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7월24일, ‘민언련’ ‘언론노조’ ‘언론연대’ 등이 주축이 되어 긴급히 ‘방송장악 네티즌탄압저지 범국민행동(이하 범국민행동)’을 결성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계승한 범국민행동은 촛불의 힘으로 방송장악을 막겠다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7월24일까지 5백36개 단체가 가입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런데 범국민행동에 참여한 단체 중에 언론노조 KBS본부는 없었다. KBS 부산지부는 있었지만 정작 KBS본부는 없었다. 7월22일 범국민행동 결성 선포 기자회견, 7월23일 KBS 이사회 저지 기자회견, 7월24일 범국민행동 발족식, 7월25일 촛불문화제까지 4일 연속 KBS 본관 앞에서 시민사회단체와 촛불 시민들이 KBS를 지켜주겠다고 모였지만 KBS노조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7월23일 KBS 밖에서 범국민행동 집행부와 시민들이 신태섭 이사를 불법적으로 해임한 이사회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KBS 안에서 KBS기자협회 KBS PD협회 등 7개 직능단체가 이사회를 저지하기 위해서 행동에 나설 때, KBS 노조는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 구성안’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열어 정연주 사장 퇴진을 기정사실화 했다. 이 자리에서는 신태섭 이사 해임의 정당성을 알리는 자료도 배포되었다. 


이런 KBS 노조의 행태에 대해 공식 비난을 삼가고 있는 범국민행동과 달리 시민들은 이미 KBS 노조를 ‘어용노조’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난하고 있다. 범국민행동 발족식에서 마이크를 잡은 네티즌 ‘권태로운 창’은 시민들과 함께 “어용노조 물러가라”라고 연호하며 비난했다.


노조가 중심을 잡아주지 못하면서, 내부의 결속도 현저히 떨어져 있는 상황이다. 밖에서는 정부가 방송장악, 특히 KBS 장악 시도를 본격화 했다고 단체를 결성하고 촛불을 들고 있지만 안에서는 미온적인 움직임 밖에 감지되지 않는다. 이사회 저지를 위해 7개 직능단체에서 직원들이 왔지만 40명 내외였고 KBS 앞에서 개최된 행사에도 채 스무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권태로운 창’은 “왜 국민이 지켜주겠다고 왔는데 KBS 안에서 박수치는 사람이 없는지 모르겠다”라고 푸념했다.


KBS노조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어서 내부 결속이 안 되는 것과 함께 외부와의 연대가 안된다는 것도 큰 문제다. 특히 상급단체인 언론노조와의 갈등은 극에 달해 있다. KBS노조는 7월21일자 노보 특보에서 “단순무식한 언론노조 위원장, 규약 무시하고 임의로 지-본부 대의원 축소”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언론노조가 KBS본부 대의원 수를 54명에서 18명으로 줄였다고 맹비난하며 사실상 결별선언을 했다.


게다가 언론운동 단체 사이의 결속력도 좋지 않은 상태라 더욱 힘든 상황이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당시 역할을 놓고 주도하는 단체와 그렇지 못한 단체 사이에 알력 다툼이 있었다. 이 앙금이 아직까지 남아 있어 결속을 저해하고 있다. 범국민행동을 출범시키는 과정에서도 이런 내홍 때문에 실무자들은 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이제 ‘KBS 독립’을 지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의지할 곳은 바로 촛불을 든 국민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가 않은 상황이다. 7월5일 평화대행진 이후 사그라든 촛불은 ‘독도 영토 분쟁’이 터지고 주력 부대가 일본대사관으로 향하면서 방향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범국민행동이 집중 행동을 하는 기간 동안 계속 비가 내려서 참여자는 100여명 내외였다.  


범국민행동 측은 이때 정부가 정연주 사장 해임과 낙하산 사장 임명을 밀어붙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본격적인 휴가철인 7월 마지막 주와 8월 첫째 주에 KBS 이사회가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정 사장 해임 문제를 안건으로 상정할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전후로 해임안을 처리해 KBS 문제가 올림픽 이슈에 묻히도록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민의 방송' KBS가 이 여름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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