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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깨어나라 고봉순

파업동참 못하는 KBS 막내 PD의 심정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29.


'언론노조 총파업'이
12월26일 시작되었습니다.

이 파업에서 KBS만 제외되었습니다.
정권과 언론간의 '성전'에
'국민의 방송' KBS만 빠져있습니다.

KBS 구성원들은 어떤 기분일까요?
KBS PD협회보에서 
34기 막내기수 PD가 쓴 글을 보내왔습니다.

총파업 불참에 대해서 쓴 글은 아니지만
지금 KBS 내부 구성원 기분이 어떤지
유추할 수 있는 글입니다.






34기 신입사원이 2008년을 돌아보며



김민경PD (KBS 교양제작팀)



이런 글 34기도 씁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글은 34기도 씁니다. 협회로부터 '신입사원의 한해'에 대해 짧은 글을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을 때, 마음이 가볍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런 경영은 34기도 한다'는 저 유명한 선언에서 삼척동자라는 의미로 쓰인 34기인 데 말이죠.



새벽, 여의도공원을 소복이 덮은 눈위로 비틀비틀 퇴근하며 무슨 내용을 써야할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올해 초 이 지면엔 '신입PD 성장기'라는 제목의 연재코너가 있던 걸로 기억합니다. 드라마팀 AD, 지역국의 <6시내고향> PD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참 일을 배워가는 입사 3~4년차 선배들의 수기였습니다.



어떤 글엔 초심자로서의 '삽질'이 진솔하게 담겨있어 웃음을 머금게 했습니다. 어떤 글은 '선배들은 부동산과 펀드엔 어두워도 프로그램을 얘기할 땐 꿈꾸듯 눈을 반짝이는 철부지들'이라며 PD로서의 자긍심을 말하더군요. 따뜻하고 훈훈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읽으면서 저도 조만간 신참의 바보스러운 실수와 밤샘과 피로에 대한 유머러스하고 소박한 글을 쓰길 꿈꿨습니다. 감동을 주는 선배에 대해선 찬미와 존경의 담아 써야지, 하고 머릿속으론 이미 초고를 쓰고 있었더랬죠. 



그런데 그 초고는 쓸모 없어져 버렸습니다. 2008년은 놀라운 한해였습니다. 1년전 협회보 표지에 얼굴을 실으며 가슴 설레던 우리는, 대학에도 안 들어오던 공권력이 회사에 들어와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사실부터 배워야 했습니다. 공영방송 사장이 법을 준수했다는 이유로 긴급하게 체포될 수 있으며, 사내게시판에 비판적인 글을 썼다는 이유로 평직원까지 징계성 인사를 당할 수 있다는 교훈도 얻었습니다.



그건 연수원 시절, 노조위원장으로부터 '<시사투나잇> <미디어포커스> 같은 친노적인 프로그램은 없어져야 한다'는 정치발언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이미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 노조가입서를 걷은 직후에 '전원 눈 감아, 가입서 안 낸 사람 손 들어' 하는 5공시절 유치원 같은 시츄에이션에 황당해했을 때부터였을까요? 아니면 MB정권의 부박한 영혼이 천박한 축배를 들던 무렵 입사한 우리의 원죄일까요?



2008년 저희의 입사 첫해는 혹독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그 프로그램으로 첫발을 디딘 두 동기는 신입사원으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질곡과 긴장을 견뎌야했지만 결국 돌아온 건 '너흰 미숙하고 편향돼 있다'는 경멸과 프로그램 폐지 결정이었죠. 어떤 동기는 낙하산 반대 투쟁을 이유로 감사실 입실 최연소 기록을 달성했고요. 지난 한해 제일 많이 들은 말은 이런 겁니다. “들어오자마자 회사가 이 모양이니, 너흰 안됐다.”!!



해가 넘어가고, 언뜻 눈에 보이는 갈등은 잠잠해지는 듯 합니다. 다만 권력을 쥔 '수구 아마추어'들의 복장 터지는 삽질 사례가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걸 보면, 이 불만들이 쌓여 어떤 결과를 낳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그러고 보면 올해가 암담하기만 했던 건 아니네요. 밤새 편집하고 몸을 추슬러 거리에 나섰을 땐, '공영방송을 지켜달라'며 주먹밥을 나눠주는 시민들을 만나 목이 메었고, KBS 안에서 존경할만한 인품과 열정을 지닌 이가 누구인지 알아보는 기회도 얻었으니 말입니다. 결론을 말하자면 저의 신년 다짐 중 첫째는 단연, 올해 벌어진 일들을 똑똑히 기억하겠다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자만이 현재에 대해서도 진실을 말할 수 있을 테니까요.






before and after (2008 그리고 2009)

- KBS 34기 PD들이 말하는 2008년 회고와 2009년 바람


조혜은(1라디오팀) - 처음 느낀 KBS PD라는 맛: 치즈케이크보다 달콤하고, 생레몬을 씹어먹는 것보다 시다.
정현재(2라디오팀) - "선배라는 단어의 의미를 깊이 깨닫게 됐다."
김범수(어린이청소년팀) - "모든 거품이 꺼지고 따가운 비눗물만 남은 기분"
임세준(드라마2팀) - 숫자와 프레임들은, 갑자기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유호진(예능1팀) - "사람 많은데 가기가 두려워졌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자꾸 웃어서."
현재성(제주방송총국) - 2008, 나는 '어디에나' 있었다. 2009, '어딘가로 향하는' 한해가 되길...
김민정(2라디오팀) - '예전보다 방송이 재미없어졌다? 그래도 좋다!'
원승연(예능2팀) - 잠자리에 예민했었다, 이제는 기대면 바로 잔다.
이명희(청주방송총국) - "가가호호의 대문을 두드리는 거지의 정열까지도 배워야겠다고 생각한 행복한 한해"
서승표(1라디오팀) - '가장 보통의 존재'가 '가장 영향력 있는 집단'의 1人이 되기 위한 좌충우돌 성장기
박민정(시사정보팀) - 그들이 사는 세상?! 민정이는 지금.."우리사는 세상!!"
김근해(광주총국) - 최고로 바빴지만 최고로 행복했던 한해~
유혜진(창원방송총국) - 편집기 앞에서 혼자 욕하는 선배들 참 무서웠는데..이제 알겠네요.
유정아(예능2팀) - 일년동안 나를 키운 건 8할이 웃기려고 하는 '바람'이다.
안지민(부산방송총국) - 하고싶었던일로 "밥벌이"를 할 수 있다는 기쁨을 맛본 올해. 내년엔 더 신나게.
황초아(2FM팀) - 2008년은 나를...세상을 보는 눈은 넓게, 사람을 보는 눈은 깊게 만들었다


주> 12월26일, 언론노조총파업 출정식에
KBS 노조는 노조원 개별적으로 휴가를 내고 참여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그런 생각이 번뜩 스쳤다.
'휴가 내기 힘들텐데...
나갈만한 사람들은 지난 여름에 낙하산 사장 막는데 나가느라 휴가 다 썼을텐데...'
KBS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독설닷컴'이 '언론노조 총파업'을 
'문자 생중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12월30일) 중계 일정입니다.

제1부(14시~15시30분) : 언론노조 1박2일 투쟁 전체 집회 
제2부(17시~18시30분) : MBC 노조 '블로거간담회' 
제3부(19시~자정 무렵) : 제3부 언론장악 저지 촛불문화제.


주>
12월30일(화요일) '언론노조 총파업 블로거 특별취재팀' 취재 일정 공지합니다.

프로젝트 인턴분들은 아래 취재 일정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4시 : 언론노조 전체 집회 -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국민일보 건물 앞
17시 : MBC노조 블로거 간담회 - MBC 본사 1층 노조 사무실
19시 : 촛불문화제 -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국민일보 건물 앞

현장 취재를 오실 블로거분은 gosisain@gmail.com으로 연락처를 알려주시면
현장에서 서로 뵐 수 있도록 연결해 드리겠습니다.
'독설닷컴카페(cafe.daum.net/poisonstory)로 들어오시면
더 자세한 정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지켜보시다, 여차하면 현장으로 나오십시오. 감동 백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