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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봉순 지키미 게시판

우리는 정연주에게 당했다. 그러나 정연주를 지키겠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8. 10.

KBS 이사회의 정연주 사장 해임에 대해 전 언론계가 들고 일어섰지만
정작 KBS 내부에서는 조용합니다.
정연주 사장을 지킬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외주사의 수입원을 가로채고 제작비를 줄이는  
정연주 사장의 외주사 운용방식 때문에
가장 크게 피해를 입었던 한국독립PD협회에서 정 사장 지킴이로 나섰습니다.  
정 사장은 밉지만 그를 지키는 것이 방송독립을 지키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이 KBS 내부의 방관자들에게 울림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저자의 양해를 얻어 <독설닷컴>에 올립니다.

한국독립PD협회 방송장악저지 비상대책 위원회 위원장인
이성규 PD(전 한국독립PD협회장)님이 쓴 글입니다.



새장을 박차고 나오자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장악 저지는 방송인의 양심입니다.


 어떻게 이야길 시작해야 할지 참 난감합니다. 상식을 이야기해도 그 상식은 어느덧 도랑물에 빠지고, 대중은 몰상식의 헛된 달콤함을 붙잡을 뿐이니 말입니다. 저희는 방송사의 외주 프로그램을 제작 연출하는 독립PD입니다. 이른바 외주제작이란 환경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PD입니다. 저희는 같은 동료인 독립PD들과 KBS의 정규직 방송 선후배님들에게 할 말이 있어 펜을 들었습니다.


 나치 독일의 괴벨스를 우리는 기억합니다. 방송을 정치에 적용해 대중 선동을 했던 최초의 인물이 바로 괴벨스입니다. 독일 국민들에게 라디오를 보급하여 히틀러의 행적 하나 하나를 생중계했지요. 그리고 사상 최초로TV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그것은 국민을 위한 문화적 정책이 아니었습니다. 나치 독일의 선전을 위한 미디어의 적극적 활용에 불과했습니다. 


괴벨스의 이런 말 하나가 있습니다. "나에게 단 한 줄의 문장을 달라. 그러면 누구든지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 사람들은 99개의 거짓말과 1개의 진실 속에서, 처음에는 1개의 진실을 받아들이며 99개의 거짓을 부정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99개의 거짓은 양적인 우위 속에서 1개의 진실을 덮어버립니다. 이렇게 되면 대중은 진실을 의심하고 결국은 거짓 투성이를 진실로 받아들이게 되지요.


 이명박은 히틀러를 꿈꾸고 최시중은 괴벨스를 꿈꾸는가 봅니다. 우리는 이렇게 뻔한 시나리오를 눈 앞에서 보고만 있는 상태입니다.


 공영방송 KBS... 여기에 대해선 할말이 너무나 많습니다. KBS는 과연 공영방송인가? 미국식 민주주의에 의한 기계적 중립이란 측면에서 보자면KBS는 분명히 공영방송 맞습니다. KBS는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국민의 방송이라고 앵무새 처럼 말하지만, 문화적 권력을 쥔 거대 공룡입니다.


 이른바 B급좌파라고 스스로를 자처하는 김규항은 최근 KBS의 사태에 대해 이런 글을 쓴 바 있습니다.


 ‘존중할 수 없는 것을 지켜야 하는’ 시절은 슬프다. 정연주 씨는 미국 생활을 오래 하기도 했지만 전형적인 미국식 민주주의의 신봉자였다. 한겨레 시절 조선일보를 맹렬히 공격하곤 했지만 동시에 좌파에게도 그 이상의 혐오를 드러내곤 했다. 그리고 그는 그런 적절한 사고와 행태 덕에 KBS 사장이 되었는데, 오늘 그가 방송 공공성의 수호자처럼 일컬어지는 건 좀 우스꽝스러운 일이다. 이명박이 KBS 사장을 제 사람으로 갈아치우려는 건 참 더러운 일이지만(그러나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김대중 노무현이 그랬듯) 착한 사람들이 밤을 새우며 고작 정연주 같은 자를 지켜야 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개인 정연주가 아니라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정연주? 싱거운 소리들 마라. 어느 정도 먹고살 만한 사람들에겐 KBS가 공영방송인지 모르겠지만 대다수 인민의 처지에서 KBS는 공영방송인 적이 없다. 이를테면, KBS가 FTA나 비정규노동자 문제를 반대하기라도 한단 말인가? 공영방송이란 ‘사장과 대통령이 사이가 안 좋은 방송’이 아니라, 힘없는 대다수 인민의 편에 서서 자본/지배계급과 긴장을 이루는, 그래서 세상이 힘있는 자들의 입맛대로 돌아가지 않도록 견제하는 방송이다.


 김규항의 이러한 지적에 저희는 십분 동의합니다. 그동안 KBS는 몇몇 프로그램과 보도를 통해 비정규직 문제, 그리고 자본의 불평등으로 인한 빈부 격차와 같은 문제에 대해 나름 이야길 했습니다. 하지만 그들 내부에 의해 자행되는 노동의 불평등에 대해선 단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바로 외주제작의 불공정 관행입니다.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건 둘째 치고 KBS란 조직 내부에서 다소 진보적인 경향을 보이는 인사건 수꼴이건  아니면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중도파건 이들 모두는 약속이나 한 듯이 외주 제작인력의 인권이나 경제적인 문제에 대해선 철저하게 착취자의 입장이 됩니다. 


 정연주 사장은 적자 경영의 압박 속에서 내부의 경영문제나 정규직 인건비 문제는 건드리지도 못한 채, 만만해 보이는 외주제작사의 제작비를 30에서 40%를 삭감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권리와 의무는 ‘갑’인 방송사가 가져가고 모든 책임은 ‘을’인 외주제작사에게 떠넘기는 불공정 관행은 너무도 당연한 듯 자행됩니다. 이것은 불공정 거래의 최악입니다. 그러기에 이른바 '반 정연주'의 최전선에 서야 할 집단은 바로 독립PD입니다. 


'정연주 사장 구하기'와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독립PD들로선 구역질 나는 위선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이번 싸움은표면적으론 '정연주 일병 구하기'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지만, 내용적으로 보면 '공영방송 사수'이며 국영방송을 꿈꾸며 정권의 나팔수가 되길 희망하는 현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 박살내기'입니다.


 지금 KBS 노조가 '정연주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싸움의 향방을 잡지 못한 채 허우적 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컬한 것은 현 KBS 노조는 말로는 공영방송 사수를 외치며 나름 항거하는척 하지만, 그러한 움직임은 현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 의해 움직이는 꼭두각시 역할 이상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정황을 제대로 읽기 쉽지않은 대중은 KBS 노조의 움직임을 보며 헷갈리게 된다는 것이죠. 


 독립PD 한 분이 현 정권의 조직 안에서 일하는 지인 한 사람을 얼마 전에 잠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선배! 무슨 일을 하던지 제가 선배를 말릴 순 없다고 봅니다. 선배의 생각하는 바를 이해 못할 것도 아니고 그 신념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무슨 싸움을 하시던지 간에 두 가지는 빼고 싸움에 임하세요. 하나는 PD 수첩과 관련된 내용, 둘째는 정연주 사장 구하기와 같은 행동 말입니다. 이 두 가지만 빼고 선배의 주장을 했으면 좋겠고요. 공영방송 사수, 방송장악 음모 저지를 그런 측면에서 전개해주신다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얼핏 들으면 꽤 그럴듯해 보이는 말입니다. 하지만 차 떼고 포 떼고 장기판 싸움을 하라는 것과 같습니다. 지금 KBS 노조가 보여주고 있는 싸움은 바로 차 떼고 포 뗀 장기판 싸움입니다. B급 좌파 김규항의 냉소는 현실적인 인식을 하고 있음에 틀림없어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현 KBS 노조가 벌이는 뻘짓과 다름없습니다. 단지 지향하는 바가 다를 뿐입니다.


 KBS 노조의 뻘짓과 같은 '공영방송 사수 그리고 정치 독립적 사장 선임제를 위한 투쟁'은 현 전선을 멍청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이고 전선을 산만하게 흐려놓을 뿐입니다. 총력전을 펼쳐도 이길까 싶은데, 전선을 분산시켜놓으니 싸움의 주체가 될 이들은 방향성을 잡지도 못하고우왕좌왕하게 됩니다. 


 저희로선 현KBS 노조의 주장과 싸움 전개에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김규항의 지적엔 십분 공감하지만, 평론가적인 자세로 다분히 냉소주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현 싸움에 임하는 이들에게 조롱을 날리는 듯한 태도엔 결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독립PD들에겐 김규항과 같은 냉소주의가 꽤 팽배합니다. 김규항 같은 인물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차피 정연주 사장 체제에 의한 공영방송도 문제 아닌가?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을 새삼스러운 일로 떠드는 것은 코메디다. 초록은 동색이다.' 글쎄요. B급 좌파 김규항에게 초록은 동색일지 모르지만, 방송의 최전선 제작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독립PD로선 초록은 결코 동색이 아닙니다. 


 김규항의 지적 처럼 정연주는 전형적인 미국식 민주주의의 신봉자입니다. 그런데 다가올 이명박식 귄위주의적인 방송 체제는 그러한 미국식 민주주의 마저 깨버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또한 어설프게 들여오는 시장자본의 방송장악은, 가득이나 저열한 우리의 노동 환경을 미디어 자본에 의해 더욱 착취당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만들고 맙니다. 그러기에 우리에게 초록은 결코 동색이 아닙니다. 


 현 정권이 정연주 사장 체제를 내리려고 하는 주장의 근간이 되는 것은 적자경영입니다. 감사원의 주장대로 KBS의 3년 누적 적자가 1,000억이라서 정연주 해임이라면, 같은 공기업인 한전 사장, 산업은행 총재는, 총살감이 됩니다. 그렇다면 한 달 만에 10조원 까먹은 강만수는? 혹은 취임 6개월 만에 성장율 2% 까먹고, 스태그플레이션을 만든 대통령은 무엇인가요?


 지난 몇 년 동안 KBS의 적자경영 탈피의 최대 희생양은 바로 독립제작 현장의 종사자들입니다. 제작비 삭감으로 인해 비정규직일 수 밖에 없는 독립PD들의 생활고는 정말 끔찍합니다. 또한 KBS는 자회사를 만들어 공기업을 비롯한 지자체 그리고 여러 사기업의 방송프로그램 협찬금을 싹쓸이함으로써 경영난을 겪고 있던 독립제작사의 밥줄이었던 협찬금 마저 고갈시키고 있습니다. 그나마 얻은 협찬금의 30%는 방송사의 몫으로 앵벌이 해온 꼬마 아이의 돈을 착취하는 형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독립PD는 싫건 좋건 토악질을 하던, ‘정연주 사장 구하기’와 같은 현 싸움의 최전선에 나섭니다. 정확히 말하면 ‘정연주 구하기’가 아니라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장악음모저지 항쟁입니다. 싸움에 나서기로 한 이상, 지금까지 우리를 착취했던 악연은 잠시 접어둬야 합니다. 그것은 바로 싸움의 총력을 위해섭니다. 우리의 고통은 정말 크지만, 더 큰 구조적인 고통을 막아내기 위해서 우리의 고통은 잠시 접어야 합니다. 그것은 우리의 목소리에 대한 정당성의 강화가 됩니다. 


 현 정권의 정연주 내리기 명분엔 '적자경영'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정연주 사장을 내리고 이명박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낙하산을 타고 KBS 사장에 앉으면 현 2500원인 수신료가 현실화 되어 KBS의 경영은 안정적인 상태가 될 것이 예상됩니다.


 그렇게 되면 KBS 내부의 정규직 월급은 일정 오를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외주제작비가 오르는 일은 결코 없을 겁니다. 정규직의 월급이 오르면 KBS 직원들은 꿈같은 단물에 정신 못 차릴지도 모릅니다. 다시 말하지만, 그 단물은 우리에게 오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수신료 인상도 한계가 있으며, 새로 앉게 될 체제는 시장 자본에 의해 더욱 악랄한 착취자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분배에 전혀 관심없는 천박한 성장 자본주의 신봉자들입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 큰 악을 막아내기 위해서라도 우리의 생존권을 위해서라도 이번 싸움에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것입니다.


  8월 11일(월) 한겨레 신문 방송섹션엔 우리의 모금으로 이루어진 5단 광고가 오릅니다.. 참 힘들게 모은, 우리의 피와 땀이 오롯이 밴 돈으로 만든 광고입니다.


"카나리아는 이미 죽었습니다..."

공영방송사수를 위한 독립PD의 항쟁이 시작됐습니다.!

19세기 석탄광산에서 유독가스 탐지용으로 쓰이던 카나리아. 이 새는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만, 성대가 민감해 눈에 보이지 않는 독가스가 발견되면 목소리를 잃고 죽습니다.


2008년, 광부들은 위험을 경고하는 카나리아의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갱도 밖으로 나가지 못했습니다. 그들을 막은 건 탄광 주인입니다. 그는 갱도 속 유독가스를 산소라 우겼고, 카나리아가 잘못 울었다며 광부들을 안심시켰습니다. 대신 끌려 나간 건 카나리아였습니다. '음정 몇 개 틀린 죄'라 했습니다. 먹이도 제대로 주지 않았으면서 ‘방만하여 살이 찐 죄’라 했습니다. 그 카나리아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그리고 과연 광부들은 무사히 갱도 밖으로 나갈 수 있을까요?
 


방송은 우리 시대의 카나리아입니다.


방송가의 비정규직 연출자인 독립PD는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음모를 분쇄하기 위한 투쟁에 나섭니다.

    
한국독립PD협회 
www.indiepd.net




 그동안 말도 안 되는 연출료를 받으며, 생활고의 압박 속에서도 PD란 자존심 하나로 버티며 방송 제작의 최전선에서 굳건히 서왔던 독립PD였습니다. 그런데 이제 그 자존심 마저 박살날 수 있는 위기가 우리 눈앞에서 더러운 미소를 던지고 있습니다. 


 공영방송 사수와 방송장악 저지 투쟁은 이제 우리의 싸움입니다. KBS의 온실 속에서 안이한 먹이에 익숙해진 이들은 그저 달콤한 꿈에 젖어 자신들의 밥그릇 지키기에 전념할 뿐입니다. "저들도 싸우지 않는데, 왜 우리가 나서며싸워야 하는가?"가 아닙니다. 저들이 싸울 생각 조차 없이, 무기력하게 있으니까 우리라도 나서서 싸워야 하는 겁니다.


 저희는 '역사는 발전한다'고 생각해왔습니다. 하지만 다시 5공 시절로 회귀하려 드는 요즘의 작태들을 보면서, 여러모로 그 생각에 회의가 듭니다. 같은 지역에서나 같은 집단에 의해서는 아니지만, 시공간을 뛰어넘어 역사는 비슷한 형태로 되풀이되는 것 같습니다. 이명박과 최시중을, 히틀러와 괴벨스니 하기엔 뭔가 덜 떨어져보이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실제 그들이 가진 힘은 충분히 강력해진 작금입니다. 뇌 용량이 2mb밖에 안 되는 넘, 쥐박이 시중드는 넘이라며, 그들을 비웃다가도 문득 그 사실에 섬뜩해지곤 합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릴 순 없습니다. 히틀러와 같은 희극적인 인물이 독일의 근대 사회를 휘둘렀습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그런 비극적인 코미디가 자행되고 있습니다. 방송이 넘어가면 그들의 희극은 또다시 엄청난 비극으로 우리의 현실 앞에 해일 처럼 닫쳐올 겁니다.


 저희의 표현이 다소 거친 점, 용서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독립PD로선 방송사의 폭력에 의해 가슴에 새겨진 응어리가 썩다 못해 피고름이 되어 흐른 탓입니다.  KBS의 울타리에서 달콤한 먹이를 드시며 안이한 꿈을 계시는 인하우스 선후배님들, 새장을 깨고 나오십시오. 어두운 시대의 탄광 속에서 경종을 울리는 카나리아가 됩시다. 그리고 이번 싸움에서 진다하더라도 독립PD들과 함께 당당하게 이명박 정권의 감옥 안에서 만납시다.  역사는 이것을 기억할 겁니다.  


2008년 8월 9일
한국독립PD협회 방송장악저지 비상대책 위원회 이성규 PD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