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부터 시작한 ‘희망근로사업’은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 상승의 숨은 공신입니다.
1조 700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전국 16개 시도, 230개 시군구 총 1만 9000여개 사업장에 25만명 이상이 투입되는 이 사업 덕분에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가 빛을 발할 수 있었습니다.
서민들 주머니에 바로 돈이 들어오는 사업이니까요.
그런데 지금 농촌에서는 이 희망근로사업 때문에 농민들이 홍역을 앓고 있습니다.
바쁜 농사철에 일꾼들이 다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꾼들이 희망근로사업으로 빠져나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보수는 더 많이 주고(하루 평균 4만원) 일은 훨씬 쉽기 때문입니다.
일꾼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지난 10월21일, 시사IN이 주최한 충남 젊은농업인간담회 장에서도 희망근로사업은 주된 성토 대상이었습니다.
수확기인데 일꾼을 구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고구마 농사를 하는 한 청년농업인은 “희망근로사업이 임금도 올려놓았다. 예전에는 3만5천원을 지불했는데, 지금은 4만원을 지불해야 한다”라고 비난했습니다.
인건비를 높여 놓은 것보다 더 문제는 근로 의욕을 떨어뜨려 놓은 것입니다.
임업을 하는 한 청년농업인은 “희망근로사업은 느슨하게 운영된다. 일하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은 희망근로사업을 한 사람들은 농업 현장에 와서도 열심히 일하려고 하지 않는다. 일은 안 하고 시간만 떼우려고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농촌 지역에서 이뤄지는 희망근로사업은 주로 마을길 가꾸기 사업이나 숲 가꾸기 사업입니다.
이런 사업이 ‘녹색성장’ 사업으로 포장되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벼농사를 주로 하는 한 청년농업인은 “바쁜 농사철에 마을길 가꾸기와 숲 가꾸기가 웬말이냐. 정부가 농사 훼방꾼 노릇을 하고 있다. 제발 희망근로사업 부작용 좀 알려달라”라고 호소했습니다.
희망근로사업을 총괄지휘하고 있는 강병규 행정안전부 제2차관은 사업 시작 무렵 “희망근로가 기대와 우려 속에 시작된 대규모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의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 반드시 성공시킬 것이다. 희망근로가 경제위기 조기극복의 강력한 견인차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었습니다.
지금 농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강 차관의 기대보다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