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판 위원회/행복한 책꽂이17 만화의 지평을 넓힌, 품격 있는 만화 5권 소개합니다 자크 라캉으로 김치찌개 끓이는 법 /철학 자문 신승철·요리 자문 박준우, 권혁주 지음/애니북스 펴냄 ‘맛있는 철학 책’이 한 권 나왔다. 철학자의 질문을 만화로 그리고 음식으로 풀어냈다. 철학적 질문을 던지지만 스토리 위주로 풀어서 재미있는 음식만화를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된다. 읽으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요리를 통해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평소에 먹던 요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저자는 이미 에서 시를 만화로 풀어낸 적이 있다. 저자는 요리와 철학은 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요리는 목적이 명확하다. 먹기 위해서 만든다. 철학도 마찬가지다... 2014. 9. 10. 사진 잘 찍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 4권 사진 잘 찍고 싶은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책 4권 사물을 찍을 때 - 구본창, 풍경을 찍을 때 - 김진석, 사람을 찍을 때 - 권철, 사건을 찍을 때 - 이상엽, 구본창 글·사진, 컬처그라퍼 펴냄 사진이 흔해진 시대에 작품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전 국민이 사진가를 자처하는 시대에 사진가가 할 일은 무엇일까? 사진가 구본창의 사진 에세이 에서 어렴풋이나마 답을 찾을 수 있다. 관건은 인물과 사물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얼마나 더 섬세하게 교감하고 얼마나 더 깊이 읽어내느냐가 평범한 사진과 비범한 사진을 가른다. 는 사진 에세이로는 드물게 텍스트를 중심에 두었다. 사진이 허술하게 다뤄지는 것은 아니지만 텍스트를 설명하는 데 작은 사진들이 보조적으로 쓰이기도 한다.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에게 설.. 2014. 9. 4. 2013년이 가기 전에 읽어야 할 네 권의 책 한 해 마무리를 책으로 하려는 분들을 위해...최근 출간된 책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책 4권을 소개합니다. 우리가 몰랐던 ‘골 때리는’ 인도 역사/그린비 펴냄 아랍에서 재스민 혁명이 시작된 지 3년이 지났다. 대규모 시위로 독재 세력을 몰아냈지만 그 나라들이 확실하게 민주화되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군부가 재집권한 나라도 있다. 얼마 전 천관율 기자와 장일호 기자가 이집트와 터키를 찾아 아랍의 민주화가 더딘 까닭을 취재하고 오기도 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우리의 민주화 과정은 더 답답했다. 영구 집권을 획책한 박정희가 사망하고 13년이 지나서야 문민정부가 들어섰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지 20년이나 지나고도 정보기관과 군의 불법 대선 개입이 자행되었다. 를 읽고 처음 든 생각은 속된 말로 ‘골 때린다’.. 2013. 12. 25. 여름을 똑똑하게 보낼 수 있는 정재승 교수의 책들 1> 뇌과학자는 영화에서 인간을 본다 물리학으로 영화를 읽었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41·바이오 및 뇌공학과)가 이번에는 뇌과학으로 영화를 읽었다. 천체물리학자로서 우주의 섭리를 연구하다 인간의 뇌라는 소우주에 천착하게 된 자신의 과학적 궤적을 따라 영화읽기의 관점도 변한 것이다. 젊은 물리학도 시절 그의 영화읽기가 ‘영화처럼 진짜 그럴까’에 대한 호기심을 해소해주었다면 중년의 뇌과학자가 된 지금의 영화읽기는 ‘인간이란 그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과 위로를 준다. 정재승 교수는 대중적 글쓰기에 능한 과학자로 통한다. 그러나 천체물리학을 전공할 때는 달랐다. “천체물리학은 우주의 탄생과 섭리를 탐구하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는 학문이다. 그런데 128광년 떨어진 시그너스X1 중성자별에 대해서 쓰는 것이.. 2012. 8. 9. 남과 북의 문화예술 대표 지킴이 '최순우'와 '변월룡' 주> 여름에 읽을만한 책 두 권 소개합니다. 남과 북에서 문화예술을 지키고 근간을 놓은 두 문화예술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남한의 최순우, 북한의 변월룡... 너무나 많은 것을 누리고 있는 오늘의 우리가 한 번쯤 기릴만한 삶인 듯 합니다. “혜곡 최순우는 보수의 표상이 될 만한 인물” 문화인물 전문 전기작가인 이충렬씨의 책은 늘 허를 찔렀다. 당연히 전기가 나와 있을 줄 알았는데 없는 인물을 콕 찍어서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말끔히 뽑아낸 전기를 선보였다. 2년 전 써낸 ‘간송 전형필’ 전기가 그랬고 이번에 펴낸 도 그랬다. 책을 받아들고 처음 든 생각은 ‘아직 전기가 없었나?’였다. 간송 전형필에 이어 혜곡 최순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수집가 간송이 소중한 우리 문화재를 지킨 사람이라면 국립박물.. 2012. 8. 1. '은교'의 작가 박범신, "이적요는 세 번 굴욕 당했다" 사형장에서 가장 당황하지 않는 사람, 그래서 사형장의 분위기를 조용히 이끄는 사람은 누굴까? 뜻밖에도 사형수라고 한다. 사형수가 형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자신의 죽음을 편안하게 이끈다고 한다. 왜? 그들 중 죽음을 준비한 사람은 사형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없이 자신의 죽음을 그리고, 죽음에 대비한 사형수만이 평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가 박범신(66)에게 소설 는 사형수에게 다가온 사형과도 같은 소설이었다. 사형처럼 다가온 늙음에 대해 성찰하고 받아들이게 만들어주었다. ‘70대 노인과 10대 소녀의 사랑.’ 이것이 가능하냐 그렇지 않냐가 문제가 아니었다. 이를 통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받아들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작가에게는 더 중요했다. 2년 전 출간된 가 영화.. 2012. 6. 21. 백년 동안의 충절, 손자가 정리하다 언론인권재단 안병찬 이사장님은 영원한 현역 기자입니다. 월남전 마지막 종군기자로 철수하는 미군 군함 위에서 마지막 기사를 송고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시사저널 때 고문으로 모셨습니다. 제작년에 '안병찬의 기자질 46년'이라는 블로그를 만드시기도 했는데, 간혹 시사IN에 기고를 하기도 하십니다.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지지만, 노기자는 죽지 않고 기록합니다. 안 이사장님이 필생의 역작을 내놓으셨습니다. 바로 조부인 안숙 선생의 한문 일기를 한글본으로 펴낸 것입니다. 안숙 선생은 경술국치 때 자결하신 분입니다. 자결 100년 만에 손자에 의해서 그 뜻이 전해지는 모습이 아름다웠습니다. “오호라! 사람의 태어남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는데/ 그 죽음이 진실로 마땅히 죽어야 할 자리에서 죽을 수 있다면/ 그 죽음은 도.. 2010. 11. 18. <삼국유사> 일연은 현장감각과 균형감각으로 무장한 최고의 르포라이터 소설가 김훈씨는 의 저자 일연(一然)을 이렇게 평했다. “일연은 부서질 수 없고 불에 탈 수 없는 것들에 관해 썼다. 이것이 당대의 야만에 맞서는 그의 싸움이었다.” 1986년 석사 논문을 작성할 때부터 지금까지 24년 동안 를 연구해온 고운기 교수(한양대·문화콘텐츠학)는 일연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으로 김훈씨를 꼽았다. “기자 출신인 김훈이 자전거로 전국을 돌며 곳곳을 살폈듯이, 일연 스님도 직접 현장을 방문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를 썼다. 그래서 왕과 지배자의 역사뿐만 아니라 백성의 이야기도 담아낼 수 있었다”라고 그는 말했다. 고미숙 박사가 ‘해학 넘치는 여행가’로 연암 박지원을 되살린 것처럼 고 교수는 일연을 탁월한 스토리텔러로 부활시켰다. 를 들고 일연이 다녀간 곳을 일일이 답사한 그는 일.. 2010. 11. 10. 조선 왕실의 마지막 모습은 졸렬했나? 우아했나? 조선 왕실의 마지막 모습은 어땠을까? 고종 무능론과 고종 암약론을 넘어선 제3의 해석을 내놓는 김기협 교수, 일본에 인질로 간 영친왕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 본 고 김을한 기자, 그들이 본 조선의 마지막 모습을 책으로 만날 수 있다. "졸렬했다" 저자, 김기협 계명대 교수 망국의 군주 고종에 대해서는 평가가 분분하다. 고종 때문에 망했다고 하는 축이 있는가 하면, 고종 덕분에 그만큼이라도 버텼다고 하는 축도 있다. 국수주의 역사관을 비판하고 문명사 관점에서 역사를 읽어내는 김기협 교수(계명대·사학과·사진)는 제3의 해석을 내놓는다. 김 교수의 해석은 이렇다. “조선은 어차피 망할 나라였다. 고종 때문에 망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종 때문에 품위 없이 망했다. 고종은 나라가 무너지는 그 순간까지 졸렬했을 .. 2010. 9. 3. 한국전쟁 60주년, 북쪽 진실도 밝혀보자 이창주 교수가 펴낸 는 책값이 12만원입니다. 12만원이면, 시사IN 1년 정기구독료에 맞먹는 돈입니다. 일반인이 이 책을 사기는 쉽지 않겠지만, 한국 현대사를 연구하는 곳에서는 꼭 보았으면 하는 책입니다. 한국전쟁 60주년을 조명하는 다양한 행사와 학술 작업이 있었지만 모두 반쪽 조명이었습니다. 우리 입장에서만 조명한 것이었으니까요. 이창주 교수는 다른 반쪽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스탈린이 기획하고 김일성이 실행했다'는 기존 주장을 러시아 비밀 서류를 통해 공식 반박합니다. 그 서류들을 검토하고 이 교수가 내린 결론은 '김일성이 기획하고 스탈린이 마지못해 도와줬다'하는 것입니다. 그게 뭐 중요하냐, 이렇게 물으실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역사의 진실은 중요합니다. 비록 아름답지 못한 진실이라.. 2010. 8. 6. "쇼핑은 정치다" U2 보노 주> 신간에서 인상적인 구절을 뽑아 보았습니다. 이 한 구절이 이 책의 모든 것을 말할 수는 없겠지만 어떤 책인지 가늠해보실 수는 있을 것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사랑하고 죽는다. 그렇다면 사람이면 누구나 한 번은 예술과 철학을 만날 수 밖에 없다" (김동규, 문학동네) '나중에 다시 보니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는 '후견지명'은 매우 위험한 사고다. 우리가 시장의 역사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과거에 결코 발생한 적 없는 사건이 미래에 반드시 발생한다는 사실 뿐이다. 나심 니콜라스 탈렙 "용기를 타고난 사람은 없다. 가능성을 갖고 태어날 뿐이다. 용기가 없으면 우린 선행을 할 수가 없다. 친절해질 수도. 진실하거나 자비로울 수도. 관대하거나 정직할 수도 없다." 마야 안젤루 친일문학은 작가.. 2010. 5. 8. 화장실에서 깨닫는 과학, <도전 무한지식> 카이스트 정재승 교수(바이오 및 뇌공학)를 거치면 과학이 즐겁다. 그가 스물아홉에 펴낸 가 들려준 이야기는 “세상은 놀랍도록 복잡하지만 인간이 이해할 수 있을 만큼만 복잡하며, 복잡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것이었다. 그의 유쾌한 과학 이야기는 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를 탔고(MBC 라디오), 책으로 묶여 나왔는데 이번에 두 권이 함께 나와서 벌써 세 권째다(방송작가 전희주 공저). 사람들은 그를 ‘일상의 물음표를 지식의 느낌표로 바꾸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호기심을 자연스럽게 과학적 깨달음으로 이끌어준다. 그에게 과학은 복잡한 이론과 수식이 아니다. 재미난 놀이다. 1권을 보고 그의 아내는 깔깔 웃으며 “이 책은 똥 눌 때 읽기에 최고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화장실용 과학서’라는 평가가 책에 대.. 2010. 4. 29.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