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발견55 파괴자를 파괴하라 파괴자를 파괴하라 자연 앞에서 인간은 고민한다. 보존이냐 향유냐. 그 둘의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파괴자들만 자연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 파괴자로부터 자연을 지켜야 하는 사람, 지키려는 제도가 오히려 파괴를 부추기는 역설이 존재한다. # 산림 훼손청 산림청 산하 국립자연휴양림사무소에서 관리하는 휴양림 시설에서 하는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다. ‘과잉시설’의 극치였다는 것은 ‘자동문’이 있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사실을 일본의 산림 활동가에 설명하기가 힘들었다. 가장 잘 보존해야 할 산에 만든 시설에서 전기와 따뜻한 물 심지어 세제와 목욕 용품의 사용도 제한하는 것이 없다. 그 과잉시설을 보고든 것은 ‘산림청장은 공무원계의 별장지기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높.. 2019. 11. 24. 요즘 젊은 셰프들은 다들 이렇다고 하는데... 요즘 젊은 셰프들... 확실한 특징이 있다. 예전 셰프들은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한 설명이 길지 않았다. 그냥 맛을 보면 안다며, 먹어보길 권했다. 젊은 셰프들은 다르다. 자신이 만든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한다. 그리고 할 말이 많다. 왜 이 음식을 만들었고, 자신은 어떤 변화를 주었고, 사용한 식자재의 특성은 무엇이고, 왜 그것을 썼고, 어떤 방식으로 조리했는지, 소상히 설명한다. 예전에는 음식평론가의 평이 셰프의 평보다 길었는데, 요즘은 반대다. 그리고 음식평론가의 평보다 더 디테일이 살아있다. 이런 소통적인 방식이 더 나은 것 같다. 덕분에 식재료의 특성이 대해, 조리법의 효과에 대하 한 번 더 생각해 보게 된다. 송보라 셰프도 자신의 음식에 대해 이야기하길 좋아했다. 그 이야기는 우리가 .. 2017. 7. 11. 벚꽃이 필 무렵 사케원정대가 히로시마에 간다 사케 시음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장 맛있다'고 한 사케는? 의외로 '청하'였습니다. 일곱 종류의 사케를 일렬로 놓고 마시게 했는데(상표를 가리고), 그 중 네 번째와 일곱 번째에 배치한 청하를 가장 맛있는 사케로 꼽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청하가 진짜 맛있는 사케일 수도 있고, 청하가 익숙한 맛이기 때문에 맛있는 사케로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은연 중에 청하가 사케 맛의 기준으로 자리잡았다고도 할 수 있고요.시음회를 주관한 사케 전문가 서길평 선생님이 네 번째와 일곱 번째에 청하를 배치한 이유는 '대중성'이 무엇인지 느껴보라는 의도였던 것 같습니다. 다른 사케의 쓴맛 단맛 미끈한 바디감 등을 접하고 청하를 접하게 되면 가장 균형잡힌 맛을 내는 사케로 느껴집니다. 일종의 맛의 표준화가 일어난 셈이.. 2017. 1. 20. 여행가의 역사 그리고 여행서의 종류 여행의 인문학 1> 들어가며, 여행은 역설이다 세계 4대 여행서를 아는가? 혜초의 , 마르코 폴로의 , 이븐바투타의 , 오도릭의 이다. 그렇다면 이 4대 여행서의 공통점을 아는가? 바로 오류와 편견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이다. 시인에게 ‘시적 허용’이 있다면 여행가에겐 ‘여행적 허용’이 있다. 더 멀리 갈수록 뻥이 더 심해진다. 사실 4대 여행서는 실제 작가가 쓴 내용인지 신빙성에도 의문이 간다. 은 마르코 폴로와 함께 수감된 작가가 받아 적은 것이고 은 오도릭이 임종 직전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구술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여행서들은 수백 년 동안 여행서의 고전으로 군림했다. 왜일까? 그것이 여행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흔히 여행은 '새로운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 2017. 1. 18. 올해 추석 '조지아 원정대'를 조직 중입니다 추석 조지아 원정대를 조직 중입니다. 코카서스 2국(조지아, 아르메니아) 혹은 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을 여행하는 일정입니다.(조지아에 대한 설명은 제가 전에 쓴 이 글을 참고하세요~http://poisontongue.sisain.co.kr/2125 ) 현지에서 여행사를 하시는 Vladimir Park (블라디미르 박) 쌤이 제가 부탁드린 일정으로 여행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10월1일(일요일) 저녁까지 조지아 트빌리시로 가서, 10월7일(토요일)까지 조지아와 아르메니아를 여행하거나(A팀), 10월10일(화요일)까지 아제르바이잔까지 여행하는 일정입니다(B팀). 항공권을 각자 끊어서 가서, 현지에서 결합하고 여행한 후 해산하는형태의 여행입니다. 일종의 '주문형 패키지 여행'으로 생각하시면 됩.. 2017. 1. 11. 내 생애 최고의 여행지였던 조지아 # 러시아 문호들이 칭송한 조지아 코카서스(캅카스) 산맥 남쪽에 자리 잡은 조지아(옛 그루지야)는 한마디로 표현하면 ‘코카서스의 스위스’라 할 수 있다. 코카서스의 설산이 알프스의 설산처럼 병풍을 두르고 있고 언덕에는 소떼가 풀을 뜯고 있고 계곡이 힘차게 흐른다. 흥미로운 사실은 스위스 사람들도 조지아에 여행을 많이 온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이렇다. 알프스 풍경에서 포토샵으로 케이블카와 호텔 등 인위적인 것들을 지우고 나면 코카서스의 풍경이 된다는 것이다. 스위스 사람들도 자연 그대로의 풍경은 조지아가 한 수 위라고 인정한다. 위치상으로는 터키의 동쪽, 이란의 북쪽에 위치하지만 조지아는 동유럽의 한 국가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과 함께 코카서스 3국으로 묶이는데, 인종적으로 백인에 가깝고 종교도 기독교.. 2016. 9. 23. 말라카기행에서 건진 질문들… 학자의 여행은 답을 남기지만 저널리스트의 여행은 질문을 남긴다 학자의 여행은 답을 남기지만 저널리스트의 여행은 질문을 남긴다. 지난 아시아퍼시픽해양문화연구원(APOCC)의 말라카기행은 좋은 질문을 제법 건진 멋진 여행이었다. 행사를 주최한 APOCC의 주강현 원장은 ‘해협적 상상력’을 가져볼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는데, 그것 이상이었다. 마호메드의 도시 쿠알라룸푸르, 정화의 도시 말라카, 쑨원의 도시 페낭, 마하티르의 도시 랑카위가 보여준 것은 ‘이슬람과의 공존 가능성’이었다. 각각의 도시들이 보여준 특성이 명확했다. 여기에 하나를 더한다면 리콴유의 도시 싱가포르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싱가포르는 원래 말레이시아연방의 한 주였다). 이들 도시들에게는 일정한 법칙이 보였다. 말레이시아연방 주(혹은 도.. 2016. 6. 2. 왜 사고는 글램핑장에서 났는데 정부는 캠핑장을 규제하려는 것일까? 지난 3월 강화도 글램핑장에서 끔찍한 화재사고가 있었습니다. 이 사고로 두 가족이 참담한 변을 당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야영장법 시행규칙을 만들면서 글램핑장은 예외로 하고 캠핑장만 규제하겠다고 합니다. 무슨 까닭일까요? (이 글을 글램핑장도 캠핑장처럼 규제하라, 라는 내용으로 읽지 않았으면 합니다. 글램핑장처럼 캠핑장에도 자율권을 주라는 이야기입니다.) 얼마 전 아주 멋진 공무원들을 보았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정면으로 맞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입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야영장법 시행규칙을 만드는데 텐트 내 전기와 화기 사용을 금하겠다는 것입니다.캠핑 열풍에 제대로 찬물을 끼얹는 정책이지요. 아마 대한민국 캠퍼 아빠들은 '캠핑을 하지 말라는 얘기구나'라고 받아들였을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 2015. 7. 3. '백종원 죽이기'에 대한 한 야매요리사의 항변 백종원의 존재 의의를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라면에 김치 넣어서 김치라면 먹을 사람을...그 김치로 김치찌개를 만들어 보게 하는 사람'이라고. 이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백종원의 존재 또한 의미가 있을 것이고...라면이나 김치찌개나 하는 사람이라면, 이를테면 강레오같은 사람에게는 백종원의 존재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 몇 명의 사람을 위해 최고급 요리를 내놓는 요리사가 더 의미가 있을까???아니면 보다 많은 사람이 더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이끄는 요리사가 더 의미가 있을까?여기에 대한 판단은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내가 구분하는 요리사의 등급은 세 가지다. 하나, 나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주는 요리사다. 둘, 나를 똑똑한 음식평론가로 만들어 주는 요리.. 2015. 7. 2. 일본에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곳만 찾아가는 여행 - 다크투어리즘 일본에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곳만 찾아가는 여행 한 번 안 해보실래요~~~ 임진왜란 당시 왜군 베이스캠프가 있었던 곳정한론의 주축들이 태어난 곳한일 강제병합의 주역들이 자란 곳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이 희생된 곳가미카제 특공대가 훈련하던 곳... 이처럼 여행을 가서 불편한 역사의 진실을 응시하는 것을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 전쟁과 재해 등 비극의 현장을 찾아 추모와 성찰의 계기로 삼는 관광)’이라고 합니다. 국내에서도 다크투어리즘이 새로운 관광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4.3사건 학살자를 기리는 제주도 4·3평화공원, 독립운동가들이 주로 수감되었던 서울 서대문형무소, 그리고 임진왜란 때 조선 수군이 대패했던 칠천량해전을 기리는 거제시 칠천량해전공원이 대표적인 다크투어리즘 관광지로 꼽힙니다. .. 2015. 6. 1. 서울에 문화적 구심력이 아니라 문화적 원심력을 발휘해 보자 서울을 중심으로 한 문화적 구심력이 아니라 서울 밖으로 벗어나는 문화적 원심력을 발휘해 보자는 '컬처 도넛' 운동을 제안합니다~~~ 서울은 문화적 구심력이 강한 도시다. 대부분의 중요한 문화 행사가 서울에서 열린다. 다양한 행사, 대형 전시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공연이 풍성하다. 그래서 서울시민들은 문화 활동을 위해서 주변 도시로 굳이 눈을 돌리지 않는다. 서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적 원심력을 한번 발휘해보면 어떨까? 서울 주변의 위성도시들은 독자적인 문화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지금 사는 곳을 컴퍼스의 중심으로 잡고 원을 좀 더 크게 그려보자.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서울의 위성도시는 베드타운에서 문화 거점으로 활발히 진화했다.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더 힘을 실어주면 한국에.. 2015. 5. 2. 여행가의 여행기를 읽지 않는 이유 세계 4대 여행서가 있다.마르코폴로의 이븐 바투타의 오도릭의 그리고 혜초의 이 4대 여행서로 꼽힌다. 여행작가분들 중에 이 책들을 다 읽어본 사람이 있을까? 읽고 나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여행서의 역사는 두 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뻥의 역사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해의 역사라는 것이다. 우리는 알 수 없는 세계에 대한 거짓말에 환호하고... 타인에 대한 오해에서 자신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 여행은 역설의 세계다. 여행의 전문가는 여행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비전문가이고 여행의 비전문가는 비전문가이기 때문에 전문가보다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그 지역을 여행해 본 사람은 전문가가 될 수 없다. 살아보지도 않은 사람이니까. 하지만 살아본 사람은 그 지역에 대한 여행 전문가.. 2015. 4. 9. 이전 1 2 3 4 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