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좌판 위원회151 영화 <생일>은 현실을 왜곡했다. 현실은 더 가혹했다 은 왜곡이 심한 영화다. 우리는 영화에서처럼 세월호 유가족에게 따뜻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유가족에게 조건 없는 위로를 보낸 시간은 고작 한 달 남짓이었다. 불과 두 달도 되지 않아 유가족이 아닌 박근혜 대통령을 지켜주겠다는 지방선거 후보가 나타났다. 보상금을 기웃거리는 작은아버지, 아이를 잃은 엄마의 통곡을 참지 못하는 옆집 딸, 영화에서는고등어를 발라먹을 때 어쩌다 나오는 잔가시처럼, 유가족을 괴롭히고 혐오하는 주변 인물들이 간간이 나온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유가족에 ‘~~충’을 붙여가면서까지 가혹하게 조롱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슬픔의 사회적 종결’을 모두가 암묵적으로 바랬다. 원폭 피해자를 다룬 일본 만화 에서 피해자 가족이 “사람들은 우리가 그냥 조용히 사라져 버리길 바라는 것 같아.. 2019. 3. 29. 전두환이 진짜 치매에 걸리기 전에 꼭 보여주고 싶은 다큐, 침묵의 시선 은 조슈아 오펜하이머 감독의 전작 과 쌍을 이루는 영화다. 오펜하이머 감독은 에서 1965년 인도네시아 군부의 대학살의 주요 학살자 중 한 명인 안와르 콩고를 중심으로 가해자의 시선을 그렸다. 에서는 희생자 람리의 동생인 안경사 아디의 시선으로 피해자들이 침묵했던 시간에 대해 그렸다. 오펜하이머 감독은 원래 실험적인 극영화를 제작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인도네시아 대학살을 다루게 된 계기는, 대규모 농장에서 일하는 인도네시아 농업인들이 노동조합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 제작법을 알려주러 갔다가 대학살에 대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벨기에 회사가 운영하는 농장인데 그곳 여성들은 주로 제초제와 살충제 뿌리는 일을 했다. 그런데 농약 성분이 호흡기로 들어가 심각한 건강상의 문제가 계속 발생했다. 그들은 노.. 2018. 9. 3. 태극기의 주인은 누구인가,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인가 1) 개봉일에 맞춰 을 보았다. 촛불집회에 쪽수 하나 더하는 심정으로. 2) 대서사시를 쓸 수 있는 감독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서 기뻤다. 우리가 서사력을 키운 이유가 무엇인가, 결국 우리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함이 아니겠는가? 3) 영화는 물었다. 태극기의 주인은 누구인가, 애국가를 부를 수 있는 자는 누구인가, 라고. 애국을 언급할 자격에 대해서 묻는다. 그때 너는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고. 거기에 있었느냐고. 4) 한 사람이 바꾼 역사가 아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라며 역사의 바통을 넘겨준다. 시사저널 파업 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디까지인가, 라고 자문했던 때가 생각났다. 그렇게 역사의 이어달리기는 '여기까지만'이 모여 어느새 종착점에 닿는다. 5) 주인공과 조연과.. 2017. 12. 28. 내 돈 주고 보여주고 싶은 영화 세 편, <자백> <미스 페레그린과 이상한 아이들의 집> <죽여주는 여자> 그동안 다큐멘터리영화가 저널리즘의 한 축을 담당했는데, 시대의 단면과 사회의 모순을 담아내며, 자백은 저널리즘이 어떻게 다큐멘터리로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작품. 저널리즘은 '카더라'를 전파하는 곳이 아니다. '카더라'를 확인하는 곳이다. 자백은 그 지난한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탄광으로 비유하면 이렇다. 자백은 탄광 앞에서 이 탄광에서 학살이 벌어졌다고 합니다, 라고 끝내지 않는다. 자백은 탄광 안에 들어가 땅굴 하나하나를 들여다 본다. 그래서 탄광에 대해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의문을 풀어준다. 유골이 나오지 않아도 흔적을 가져가 실종자와 DNA가 일치하는지 확인한다. 저널리즘적으로 보았을 때, 자백은 마이클 무어의 다큐들보다 훨씬 우월하다. 마이클 무어는 검증하지 않는다. 다만 .. 2016. 10. 13. 보수언론 기자들과 예술 검열하는 공무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영화 영혼의 기스가 없어서 나는 문학은 못한다, 라고 생각했다가... 시사저널 파업을 겪어보면서... '아 나도 충분히 기스가 난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그때 사장/회장 시다바리 하면서 인생 밑바닥 까지 가는 직원들 모습을 보면서... '내가 저 인간 심리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다면 문학을 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결론적으로 안 되었다. 그래서 계속 기자질을 하고 있는데... 베르나르도 베루톨루치 감독의 를 보면서 그것을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파시스트 비밀경찰의 심리 안으로 완벽하게 들어가서 이탈리아의 현대사를 응시했다.파시스트 비밀경찰 마르첼로의 멜로물처럼 영화는 진행된다. 뭔가 비밀 임무를 수행하는 남자의 스타일리시한 연애이야기 같다. 그의 시선을 따라가며 아름다운 여.. 2016. 1. 15. 10년 전 했던 전인권의 거침 없는 인터뷰 주) 10년 전인 2005년에 했던 인터뷰다. 지면에 게재되지 않은 내용까지 담은 풀버전이다. 오늘 가수 생활 40년을 결산하는 인터뷰를 하러 가는 길에... 지난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다시 보아도... 전인권은 지구별 사람이 아닌 것 같다. 가수 전인권이 30여 년간의 음악 인생을 회고하는 자서전을 냈다. 라고 이름 붙인 이 자서전에서 전인권은 처음 밴드 생활을 시작했던 열아홉 살로 되돌아가 자신의 음악인생, 음악에 대한 생각, 음악을 통해 만난 사람 이야기를 풀어냈다. 음악에 대한 기억을 중심으로 시시콜콜한 기억까지 주워담은 글은 ‘전인권스러운’ 필치로 풀려 있었다.그러나 단 한 줄, ‘은주가 있다면 ‘애쓰셨어요, 전인권 만세’ 문자 하나 왔을 텐데…’라는 문장이 문제였다. 그의 자서전에 대한 언론의.. 2015. 10. 7. 우리 전통문화의 거대한 암호 체계 '부적' 주) 10년 전 썼던 기사인데... 을 보면서 우리 전통 문화를 어떻게 현대화 시킬지 고민해 보다가 생각나서 다시 꺼내 보았습니다. 복을 부르고 재앙을 쫓는다는 부적·현대 문명과 부적의 거리는 멀어 보인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문화인류학자 로버트 래드필드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병이나 불행을 주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오히려 강해졌다. 그 형식은 달라질지라도 부적을 사용하는 양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은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불안 심리가 강해지고 소외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가 ‘위험 사회’가 되어가는 것도 현대인이 주술에 의존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신과 통하는 도구이자, 신이 자신.. 2015. 5. 9. 지리산프로젝트, 우주 예술 집 - 올해 가장 발랄했던 예술 게릴라 프로젝트 지리산의 예술 게릴라 운동 - '지리산프로젝트 - 우주 예술 집' 버려진 공장을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으로 활용한다면? 달동네 담벼락에 화가들이 벽화를 그려준다면? 시 청사 이주로 상권이 죽은 원도심에 예술가들이 들어와 재생시킨다면? 멋질 것이다. 아니 충분히 멋졌다. 이런 일들은 이미 지방자치단체에서 충분히 해본 실험이다. 성과도 있었고 부작용도 있었다. ‘비생산적 생산가’인 공무원과 ‘생산적 비생산가’인 예술가의 만남이 만들어내는 불협화음을 딛고 예술가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꾸준히 성장했다. 이제 웬만한 지방 도시에서는 이런 레지던스 프로그램 하나씩은 진행하고 있고 예술가들과 함께 원도심 부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곳도 많다. 이런 예술 활용법은 이제 지방행정의 공식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여기서 주목.. 2014. 12. 30. 명량을 흥행을 즐기는 보수, 명량 흥행이 불편한 진보... 을 즐기는 보수, 이 불편한 진보... 신드롬을 보면 보수가 왜 이기는지, 진보가 왜 지는지가 보인다 의 흥행에는 사회적 분위기도 영향을 끼쳤다.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가 시스템의 문제가 부각되어 국난 극복의 리더십을 찾게 되었고 연 이은 선거에서 야권이 패배하면서 메시아적 영웅을 원하는 대중심리가 커져서 영화의 흥행을 이끌었다는 분석이 주로 나온다. 그런데 진보성향이냐 보수성향이냐에 따라 에 대한 반응이나 이순신 신드롬에 대한 감수성이 다르다. 박근혜정부와 보수성향 정치인들은 의 흥행을 즐기며 이순신 리더십을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박근혜 정부에 반감을 가진 국민들과 진보성향 오피니언리더들은 의 흥행을 불편해하며 이순신 신드롬에 자중지란을 겪고 있다. 사실 영화의 내용과 흥행 맥락으로만 .. 2014. 12. 28. 인터스텔라를 이해하는데 필요한 것은 물리학이 아니라 철학이다 인터스텔라 재밌게 보는 법 (그날그날 리뷰 - 11/11 - )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는 잘 만든 영화다. 물리학적 지식이 있다면 더 재밌게 볼 수도 있겠지만...물리학이 영화 감상에 장벽이 되지는 않는다.그래서 잘 만든 영화다. 인터스텔라를 보려면 물리학의 기본을 알고 봐야 한다고 해서 긴장했는데...그냥 신앙의 영역처럼... 이해하려 하지 말고 받아들이면서 보면 된다. 영화적 설정으로 생각하고 그냥 그런가보다 하면서 보면 감상에 전혀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철학적으로 읽어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거창하게 철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철학적으로 읽어야 할 필요가 있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나에게 이 영화는 방점과 시점에 대한 영화였다. 정의의 방점을 어디에 찍느냐, 시점과 관.. 2014. 11. 11. 가을에 볼만한 프랑스영화 5편을 소개합니다 가을에 볼만한 프랑스영화 5편 프랑스영화는 가을에 봐야 제맛이죠. 올해 개봉한 프랑스영화(혹은 합작영화) 중에서... 제가 본 작품들 소개합니다. 을 제외하고는 IPTV에서 VOD로 보셔야 할 듯. 가을은 프랑스 영화를 보기 좋은 계절이다. 특히 은 ‘프랑스 영화를 보면 졸린다’는 사람들도 충분히 도전해볼 만한 작품이다. 내용은 매년 여름휴가를 함께 보내는 친구 8명의 애정과 욕망과 질투가 얽히고설킨 이야기다. 인간의 욕망과 욕구, 집착과 질투, 허영과 과시욕에 솔직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여유가 있고 성숙하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는 프랑스 영화의 장점이 잘 살아 있다. 서로 배려하고 챙겨주는 친구처럼 보일지라도, 알고 보면 서로 ‘하얀 거짓말’을 주고받는 ‘적당히 먼’ 사이일 수도 있음을 일깨.. 2014. 9. 30. 만화의 지평을 넓힌, 품격 있는 만화 5권 소개합니다 자크 라캉으로 김치찌개 끓이는 법 /철학 자문 신승철·요리 자문 박준우, 권혁주 지음/애니북스 펴냄 ‘맛있는 철학 책’이 한 권 나왔다. 철학자의 질문을 만화로 그리고 음식으로 풀어냈다. 철학적 질문을 던지지만 스토리 위주로 풀어서 재미있는 음식만화를 읽는 것처럼 술술 읽힌다. 그래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된다. 읽으면서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서 발생하는 철학적 질문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요리를 통해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억지스러울 수도 있는데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평소에 먹던 요리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이끈다. 저자는 이미 에서 시를 만화로 풀어낸 적이 있다. 저자는 요리와 철학은 닮은 점이 많다고 말했다. “요리는 목적이 명확하다. 먹기 위해서 만든다. 철학도 마찬가지다... 2014. 9. 10. 이전 1 2 3 4 ··· 1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