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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에 비친 '독설닷컴'

트위터가 블로그보다 더 강한 이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8. 20.


주> <복음과상황>과 했던 인터뷰 내용을 올립니다.
다시 인터뷰 내용을 읽어보니,
'파워블로거'에서 '파워트위터러'로 전향한 이유, 
정도로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인터뷰 정리 - 이광하 (<복음과 상황> 편집장)

   
TGIF(Twitter-Google-Iphone-Facebook)라는 소셜 미디어 열풍이 뜨겁게 분다. 1억 3천만 명 이용자를 가진 트위터, 세계 최대 검색엔진 구글, 스마트폰을 통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5억 명이 쓰고 있는 커뮤니티 페이스 북. 외국 서비스라고 느껴졌던 TGIF가 급속도로 일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바람은 아마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더 크고 깊게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바꾸어놓을 것이다. 바람의 방향에 민감한 사람들은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것이 초대형 비즈니스 기회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대목에서 어떤 몸짓을 하고, 어떤 태도를 취하는 것이 필요할까. 트위터 팔로워 10만 명을 모아서 ‘이슈의 패자 부활전’이 가능한 ‘전 국민 비상 연락망’, ‘전 국민 신문고’를 만들려는 야심 찬 트위터러 고재열 기자를 7월 14일 청어람 1층 카페에서 양희송 대표(청어람아카데미)가 만났다.


고재열 기자는 <시사IN> 문화팀장이라는 직함보다 파워블로거와 파워트위터러로 더 유명하다.  그가 운영하는 <독설닷컴>의 문패에는 "'적들도 클릭한다'고 알려진 이 블로그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만만한 분 세 분, 'MB' 'SAMSUNG' "CHOSUNILBO'를 까고 씹는 곳입니다"라는 독설이 걸려있다. 2009년 대한민국 블로그 어워드 언론 보도 부분상을 수상했고, 현재 3만 5000명(한달 전인데, 지금은 4만5천명이네요)의 팔로워를 확보한 파워트위터러 @dogsul로 맹활약 중이다. 


인터넷 세상에선 블로그 <독설닷컴> 운영자이자 파워 트위터리안으로 유명하시지만, 간략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예전에 TV 퀴즈 프로그램에 우승하셨던 일로 많이 알려지셨지요

2006년 <시사저널> 사태(<시사저널> 경영진이 삼성 관련 기사를 지워서 기자 대다수가 파업에 돌입한 사건) 전에는 평범한 시사주간지 문화부 기자였죠. 이후 1년마다 새로운 키워드가 생겼는데요. 2006년, 2007년은 투쟁 기자, 파업 기자로 살았어요. <오마이뉴스>나 <피디수첩>에 회사를 까발려서 두 차례 무기정직을 받았지요. 고난기였죠. 그 다음 1년은 퀴즈 기자였어요. 퀴즈 프로에 생계형 출연자로 나가서 생활비도 벌고, 또 그런 방식으로 파업을 알리려고 했지요. <시사저널> 사태는 언론을 구속하는 주체가 국가 권력에서 경제 권력으로 넘어간 것을 보여 주는 중차대한 사건인데, 너무 묻히는 것 같아서 알리고 싶었거든요. 다행히 우승도 하고 상금 2천만 원(세금 떼고 1552만 원)을 받았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상금 얼마냐, 한 턱 내라”는 이야기를 했어요. 그동안 <시사IN>을 창간했고, ‘독설닷컴’이란 블로그도 만들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았어요. 2008년에서 2009년까지는 블로그 계의 일인자 자리에 있었지요. 그러다가 블로그가 시큰둥해질 무렵에 트위터를 시작했어요. 2009년 여름부터 지금까지는 트위터 기자죠. 매 시즌마다 새로운 콘셉트로 살고 있는데, 그다음은 모르겠어요. 구속 기자가 될지(웃음). 그렇게 4년 여간 박진감 넘치게 산 것 같네요.


<시사저널> 파업이 인생의 변곡점을 만들었다고 하셨는데요. 트위터로 독자가 물어온 질문입니다만, <시사IN> 기자로 갖고 있는 언론에 대한 관점이랄까 정체성은 무엇인가요?

앞에서 말씀드린 네 번의 기간을 거치는 동안 제가 내린 결론은 <시사IN>이라는 매체의 정체성입니다. <한겨레21>이나 <위클리경향>이 진보를 지향한다면, <시사IN>은 상식을 지탱하는 매체입니다. 제 블로그나 트위터의 뿌리도 비상식에 대해 고발하는 거죠. 상식이란, 우리 과거 경험의 총체이고 현재를 살아가는 모두의 약속, 미래의 희망을 품기 위한 공통의 전제 조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것이 가장 중요한 거죠. 그걸 지키기 위해서 블로그도 하고 트위터도 합니다.

   
오프라인 기자가 온라인 개인매체로 진입하는 과정을 거치셨는데요. ‘파워 블로거’가 되기 전, 블로그에 진입하던 무렵의 국내 온라인 문화의 지형은 어떤 상태였나요

제가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는 일반인들이 그냥 자기 생각을 올리는 단계에서 전문적인 영역으로 진입하던 시기였어요. 당시 블로거들은 전문가들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것을 불만스럽게 여겼어요. 아마추어 저널리즘과 프로 저널리즘 세계를 이분법적으로 보고 있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기자들이 블로그를 하는 것을 두고 ‘왜 조기 축구회에 프로 선수가 와서 젠체하느냐’는 식으로 생각했어요. 그 후 기자들이 들어오고 정부 부처, 의사,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들어왔죠. 유명 블로거들은 전문가로 가는 영역에서 대부분 실패했어요. 1~2년 동안은 열정에 취해서 하다가도 점차 지탱하지 못했어요. 경제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전문가들은 이륙이 안 되었지요. 처음에 블로그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 과정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고 말았어요. 이러한 상황이 SNS(social network service: 소셜네트워크를 확장시킬 수 있도록 제공되는 ‘트위터’ ‘미투데이’ 등의 다양한 기술적 서비스들) 단계로 오면서 극복되고 있어요.


시사 블로거들의 영향력이 트위터를 비롯한 SNS 방식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다시 회복될 수 있다는 뜻인가요?

시사 블로거들이 뉴스의 대형 마트인 ‘다음(daum)’ 블로거 뉴스에서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했을 때 자립성을 가졌어야 하는데, 자립성을 못 가진 상태에서 ‘다음’에서 시사 블로그를 창고 쪽으로 빼버리니까 자생할 기반마저 사라졌어요. 그런데 (뉴스 유통의 문제가) 트위터 같은 소셜 미디어에서는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블로그 모형들은 ‘뉴스 생산의 민주화’ 모형이었다면 트위터 등 소셜 미디어는 ‘뉴스 유통의 민주화’ 모형이거든요. 트위터는 전달 매체예요. 아직은 블로그계의 포탈사이트 역할을 하는 메타블로그들보다는 전달력이 떨어져요. 그런데, 제가 실험을 해보니 트위터 뉴스도 예전 군소 메타블로그 수준의 트래픽은 나와요. 올 말까지는 트위터로 유통을 해도 만 명 이상 보는 글이 나올 거예요. 다중에 의한 전달이라는 뉴스 민주화 모형이 점점 더 커질 것입니다.





그렇다면, 트위터가 온라인에 막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대형 포털의 영향력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해지는데요. <독설닷컴>은 하루 방문자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블로그는 포털사이트에 기생하고 있으니까, 포털에서 메인에 밀어줄 때 방문자 숫자가 늘어나죠. 블로그에 방문자 유입 곡선이 ‘떴다방’ 같아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는 <독설닷컴>에 하루 20만, 열흘간 200만 가까이 들어왔어요. 지금은 웬만한 인터넷뉴스도 방문자 수가 하루에 2~3만 명이 안 될 거예요. 개인 블로그에 20만 명은 놀라운 숫자죠. 그렇다가도 내버려 두면 하루 2000~3000명으로 떨어져요. 지금은 5000~1만 명 정도로 줄어든 것 같아요. 전성기 때는 5~6만이었지요. 제가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그것을 트위터에 소개하는 식으로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했어요. 트위터가 내 글을 유통할 수 있는 자체 유통망이 되어 준 거죠. 누구에게도 아쉬운 소리를 안 해도 되는 상황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우리 사회의 미디어 환경을 어떻게 바꾸고 있습니까

블로그라는 대안 미디어와 트위터라는 소셜 미디어가 기여하는 방향은 기존 매체에서 책임지지 못하는 부분에서 발생합니다. 첫째는 ‘이슈의 패자 부활전’이 가능해졌어요. 기존 매체가 다룬 사건만 이슈가 되는 게 아닙니다. 이제는 뉴스와 이슈의 언더그라운드 마이너리그 2부 리그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다양한 패자 부활전이 일어납니다. 뉴스의 형식을 갖춘 것보다 갖추지 못한 것이, 공식 뉴스 유통 채널을 따른 것 보다는 그렇지 않은 것이 영향이 더 큰 시대가 되고 있는 거죠. 둘째는 ‘전 국민 비상 연락망’입니다. 시급한 사안이 있어도 주류 언론의 문턱을 넘기가 어려웠어요. 소셜 미디어는 위급한 상황이나 사건뿐 아니라 때로는 “외로워 죽겠어요”라는 사적인 하소연을 해도 서로 위로하고 연대할 수 있는 끈입니다. 관건은 두 가지예요. 전하려고 하는 이야기가 얼마나 절실한 뉴스인가 하는 것과 이를 전하려는 소통의 의지가 얼마나 진정성이 있나 하는 것이죠. 그 억울한 목소리를 발견해 낼 눈과 귀가 열렸고 전달해 줄 손과 발이 풀렸습니다. 셋째는 ‘액션 기능’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액션 미디어예요. 반응이 즉자적입니다. 지식과 행동에 있어 일치화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선거 때 ‘내가 지금 병원에 휠체어 타고 있어도 투표하겠다’고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게 하는 거죠. 예전에는 통로가 없으면 알릴 수도 없었잖아요. 그러나 (소셜 미디어의 등장으로) 선의의 문제 제기가 사람들에게 의미 있다고 여겨지면 행동까지 연결되는 경로가 단순해졌습니다. 미디어에 연결되기가 어려워서 해 내지 못한 좋은 시도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이 커진 거죠.


작년 8월 초에 트위터를 처음 시작했다고 하셨는데, 지난 1년 동안 어떤 변화가 생겼습니까

상상할 수 없는 변화를 경험했지요. 그 사이에 팔로워(Follower)가 천 명에서 3만 4천 명이 되었거든요. 양적인 변화가 생기면 질적인 변화도 생겨요. 팔로워 숫자가 10명일 때와 100명일 때, 1000명일 때와 만 명일 때, 관계의 아우라가 달라져요. 팔로워들과의 관계가 깊어지는 질적 성장을 했을 때도 마찬가지죠. 간혹 블로그 잠깐 하고 트위터 대충 해 보고 “블로그는 이렇다, 트위터는 이렇다” 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비유하자면, 산에 와서 매표소 주변만 서성거리다가 내려가서 “그 산은 이렇다”라고 말하는 거죠. 산은 산 입구에서, 산기슭에서, 중턱에서, 정상에서 보이는 풍광이 다릅니다. 블로그와 트위터는 제대로 겪어 볼 필요가 있는 뉴미디어입니다. 블로그 매표소에서만 서성거리지 말고, 트위터를 메신저 수준으로 쏙닥거리기만 하지 말고 제대로 겪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소통의 질이 물론 중요하지요. 하지만 양을 폭발시키는 질이 있어요. 블로그는 아주 미세한 광고 수익이 있다고 해도 돈이 되는 게 아니에요. 그렇지만 폭발적인 반응은 엄청난 에너지를 줘서 질을 향상하는 자양분이 됩니다.


트위터가 우리 사회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하고 있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트위터는 외국 서비스지만 한국 사람에게 더 맞는 서비스예요. 두 가지를 들 수 있어요. 하나는 기술적인 부분인데요, 기능이 아주 단순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주 다양하게 쓰고 있어요. 우리가 트위터를 다양하게 쓸 수 있는 것은 그동안 이메일도 하고, 메신저도 써 보고, 카페도 만들어 보고 다양하게 써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에요. 바둑과 장기를 놓고 볼 때 장기가 규칙은 복잡하지만 수는 바둑이 훨씬 많은 것처럼, 단순한 형태의 트위터가 쓸모는 더 많은 거예요. 장기의 경우 복잡한 규칙이 다양성을 막을 수 있거든요. 기존 인터넷 서비스가 장기라면 트위터는 바둑이죠.

두 번째 한국인에게 트위터가 잘 맞습니다. 세계의 트위터 이용자 중에서 한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에 견주어 볼 때 이용하는 정도는 세계 평균보다 4~4.5배가 더 높아요. 이용하는 사람들이 열성적으로 쓰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트위터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례는 거의 없었어요. 또 트위터에 영어로 140자 올릴 수 있는 정보량보다 한글 140자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더 많습니다. 한글 140자는 영어 300자쯤 돼요. 그래서 영어 트윗은 독백 위주로 될 수밖에 없어요. 우리는 거기다 말을 덧붙일 수 있고, 대화를 넘어 전체 대상자에게 확산시키는 데 빨라요. 외국은 저작권 개념이 강해서 리트윗(전달, RT)도 우리보다 훨씬 적게 해요. 그런데 우리는 리트윗이 많지요. 


지금 트위터 쓰는 사람들이 누구라고 보십니까? 초창기에는 주로 IT업계 사람들 들어와서 하다가, 최근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관련 이슈가 주목받았고, 요즘은 여러 기업들이 마케팅용으로 참여하는 경향이 두드러집니다. 사용자 연령대는 30~40대가 주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만

여러 계기가 있었어요. 김연아, 오바마, <그것이 알고 싶다>, 지방선거, 지방선거에 트위터의 영향이 컸다는 보도, 박용만 회장과 도미노피자도 트위터 붐을 일으킨 계기였어요. 도미노피자에서 트위터 팔로워 2000명 있으면 2만 원까지 할인을 해 준다고 홍보를 했거든요. 그것을 계기로 팔로워를 늘리려고 한 거죠. 이런 여러 가지 계기가 모여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게 되었어요. 최근에는 박근혜 씨도 트위터 안에 다양한 세력과 부족이 풍부해지게 한 계기였죠. 전체 덩어리를 유지해 주는 매질(媒質)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30~40대 화이트칼라죠. 종일 컴퓨터 앞에서 일하면서, 컴퓨터로만 놀 수 있는 부류예요.

30~40대에게는 장점이 몇 가지 있어요. 우선, 10~20대들보다 유연합니다. 10~20대는 원칙에 강해요. 반면에 사회생활을 해본 사람들은 좀 더 융통성이 있는 편이죠. 함부로 사람을 “죽일 놈, 살릴 놈” 하지 않고, 마녀사냥 식으로 쏠리지 않죠. 90%가 마녀라고 생각하고 사냥하는 문화가 문제거든요. 트위터는 그런 문화에 빠져 들어갈 여지가 적어요.

또 하나는 소비력이 있어요. 10~20대는 용돈을 받아 쓰지만, 30~40대는 자기 돈을 쓰니까 금전적 결단을 내릴 수 있어요. 대표적인 게 <삼성을 생각한다>죠. 신문 광고를 전혀 못해서 트위터를 통해 홍보가 이루어졌는데, 책값이 2만 2,000원이에요. 대학생들은 선뜻 사기에 비싼 책이죠. 그러나 직장인들은 삼성이 궁금하다고 생각하면 사볼 만한 거죠. 트위터로 알려진 인지도만으로 열흘간 6만 부가 팔렸어요. 30~40대는 그런 이슈에 대해서 경제적 액션으로 가는 힘이 있는 거죠.


강준만 교수는 한국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문화가 ‘일극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을 했습니다. 쏠림 현상이 강하다는 말인데, 자기판단보다 대세에 영합하는 분위기에 쉽게 편승한다는 것입니다. 소위 ‘포퓰리즘’이라고도 하고요. 이미 트위터에 대해서도 이런 비판을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강준만 교수의 주장은 아직 이 세대를 경험하지 못했을 때 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대안 미디어가 유통이라는 벽을 넘어설 수 없었던 시대죠. <인물과사상>도 출판 저널리즘의 한계가 있습니다. 그걸 지탱할 다중의 끈도 없었지요. 그래서 그런 문제 제기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죠. 이제 권위주의 시대 마지막 유산은 박근혜뿐입니다. 그 극점 외에 다 분산되고 있어요. 그때그때 히트 상품이 있지만 절대체제는 박근혜밖에 없어요. 또 조중동이 있지만, KBS, MBC, YTN 세 번의 언론사 파업을 거치면서 새로운 언론계 세대가 형성되었어요. 앞으로 그들의 세대라고 봐요. 예전에 동아투위(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가 <한겨레>와 <말>을 창간했잖아요. 그분들이 노무현 정부 때 언론계를 주도했어요. 그 분들이 언론계 간선망을 형성했고, 한국 언론에서 언론 장악을 막은 세력이 바로 그런 간선망이었어요. 그때는 신문이 중요했지만 지금은 방송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똑똑한 인재들이 방송사 기자, 피디로 들어간 세대에요. 엘리트들이 방송계에 들어간 첫 세대죠. 그래서 앞으로 20년은 KBS, MBC, YTN에서 파업을 한 1000명 정도의 언론인들의 세대라고 보는 거예요. 1990년대 들어와서 386이 반짝했던 시대가 있었지만, 다음 세대는 이들이 주역이 될 거라고 봐요. 나중에는 KBS 투위, MBC 투위, YTN 투위가 “언론계의 마피아다”라는 말이 들릴 정도로 독식할 겁니다. 조중동 극 체제, 한나라당 극 체제도 희박해졌어요. 지금은 전무후무하게 나뉜 상황이죠. 청와대 비서관들이 “권력이 야당으로 가면 우리가 밀려가지만, 박근혜로 넘어가면 잡혀간다”고 얘기할 정도거든요. 앞으로 조갑제, 김대중 이후의 카리스마 나올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일극 체제가 희박해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인터넷 여론을 황우석 사태나 촛불집회처럼 여론몰이나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며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 시대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균형 감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미디어 교육이 필요하죠. 텔레비전이 나올 때에도 미디어 교육을 했어요. 인터넷도, 모바일도, SNS 차원에서도 교육이 필요하지요. 인터넷에서는 누구나 하룻밤 사이에 ‘개똥녀’가 될 수 있어요. 그런 것에 대한 내성을 길러 줘야 합니다. 모든 이들이 나를 비난하는 사태를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거든요. 일 대 일이 아니라, 일 대 다의 공격에 대한 두려움과 그것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습니다. 개인이 부지불식간에 마녀사냥을 당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요. 누구도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그런 공격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두 번째 트위터 안에서 자정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트위터에서도 잘못된 정보가 유통되곤 합니다. 그런데 트위터는 상당히 수정하는 능력이 좋은 편이에요. 수정에 대한 장벽이 낮아요. 누구나 오보 제기를 할 수 있고 오보 정정의 스피드가 빠르고 강도도 세요. 기존 미디어는 오보를 수정하려면 며칠씩 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트위터는 오보에 대해서 같이 지적하고 곧바로 같이 정정합니다. 종교의 역사가 사이비의 역사인 것처럼 언론의 역사는 오보의 역사죠. 그러나 SNS는 역사상 전무후무하게 오보에 대한 자기 수정 능력이 뛰어난 매체입니다.





트위터(Twitter)·구글(Google)·아이폰(I-phone)·페이스북(Facebook)의 앞 글자를 딴 TGIF가 인터넷 대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보면 앞으로 상당히 다른 생활방식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TGIF의 핵심은 다 외국서비스라는 점입니다. 기존의 인터넷 온라인 서비스에서는 한국 서비스가 토종불패였어요. 야후도 한국에서 성공하지 못했어요. 메신저도 핫메일도 한국 시장에 맞춘 토종서비스만 살아남았어요. 외국서비스의 입장에서는 한국시장이 계륵과도 같았어요. 그래서 신경 쓰지 않는 시장이었어요. 그러면서 발달한 토종서비스가 이젠 괴물이 되어서 한국이 ‘IT의 갈라파고스섬’이 되어 버렸어요. 우리는 강국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는 IT 기득권자들이 성장의 길을 막아버린 거죠. 아무리 한국 내에서 날고 기어도 외국에서 전혀 모릅니다. 그러나 TGIF로 가면, 외국으로 알릴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제는 글로벌하게 한국적인 게 성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지요. 제가 박재범에 대한 우호적 언급을 했더니 브라질, 이태리 등 전 세계 팬들이 반응을 해 오고 있어요. 그동안 국내용으로만 쓰던회로의 한쪽을 세계로 연결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글로벌한 게 들어왔지만 우리 것도 세계로 나갈 수 있는 거죠. 우리가 영어권이 익숙하지 않아서 한계가 있을 수 있겠지만, 진정한 영어 활성화는 이런 거예요. 그동안 영어를 배워도 써 먹을 일이 없었어요. 이제는 길거리에서 외국인을 만나지 않아도 트위터를 통해서 만날 수 있는 거죠. 그런 면에서 비용도 들지 않고 훨씬 글로벌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봐요.


조만간 아이폰4와 아이패드까지 출시가 되면 어떤 변화를 예상할 수 있을까요

트위터가 아니라도 SNS는 사용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아이패드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일종의 모바일 디스플레이 기계인데, 이것만 있으면 종이는 필요가 없습니다. 잡지를 만들고 아이패드로 보면 되잖아요. 앞으로는 그런 방향으로 가는 겁니다. 미디어의 채널 하나가 디스플레이를 위한 게 되는 거죠. 아이패드는 입력용이 아니라 출력용, 전문 출력용이에요. 두 번째로 어린아이들일수록 아이패드에 적응을 잘해요. 아이패드는 다음 세대를 규정하는 매체죠. 다음 세대는 아이패드로 크는 겁니다. 미디어에 있어서 비약적인 발전이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광고가 뒤늦게 따라왔는데, 이제는 광고를 위해 최적화되었으니까. 저는 어린아이들 교육 분야에서 수요가 폭발할 거라고 봐요. 제일 큰 시장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이 될지도 몰라요. 내가 압구정동에 유치원을 운영하고 있다면 아이패드를 풀 거예요. 아이패드 유치원 1호 할 거예요. 아이들이 아이폰으로 연습을 했기 때문에, 아이패드를 쓸 줄 알거든요. 리터러시의 영향이 얼마나 큰가. 우리 애가 다섯 살이에요. 만 48개월 안 되는데, 자전거를 타러 가려다가 비 와서 안 될 거 같다고 하니까. 제 아이폰을 꺼내서 일기예보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보더니 “오늘 비 안 온대~” 라고 하더군요. 아내가 그걸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기기를 활용해서 정보를 활용하는 습득력이 생긴 거죠. 초등학교에서는 더 나은 것을 쓰겠지만, 얘들은 이제 아이패드 세대구나 싶었어요. 

   
스티브 잡스가 전 세계 언론 출판계를 상대로 아이패드가 차세대 플랫폼이 될 거라고 설득했다고 합니다. 국내에서는 앞으로 조중동 등 신문사들이 자전거 대신 아이패드를 뿌릴 날이 멀지 않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그렇게 된다면 이미 사양산업이라고 했던 종이신문, 종이 잡지의 재편이 급속도로 이뤄질 텐데요, 현재 언론 출판계는 어떻게 바뀔까요

뼈아픈 현실인데요. 비즈니스 모형을 만들려면, 광고 영업력이 핵심이에요. 구독자들의 비용부담을 줄여 주면서 아이패드를 나눠 주면, 광고주들은 아이패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탐나는 광고 대상이기 때문에 광고를 줄 겁니다. 그런데 우리 <시사IN>에서는 못 합니다. 조중동은 이걸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강남에서 2~3년 약정으로 구독신청을 받고 아이패드 주는 거죠. 광고주들이 강남 독자들에게 광고를 힘 있게 할 수 있으니까요. 저희들로서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판잣집 현실이 아쉽지요.


저도 요즘 교회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으면 꼭 ‘트위터하느냐, 스마트 폰 사용하느냐’ 물어보는데 교회리더들 중에는 의외로 사용자 수가 많지 않더군요. SNS 혁명을 몸으로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과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이 격리되는 현상인 디지털 분리(digital divide)가 발생하고 있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기독인들이 소셜 미디어를 어떻게 쓸 수 있을까요

“선교 수단으로 짱이다”고 하면 끝나지 않을까요. 한 가지 생각하셔야 할 것은, 인터넷은 선공후사(先公後私)가 아니라 선사후공(先私後公)이라는 점입니다. 목사님 들어와서 성경 얘기만하면 인기가 없어요. 사람들은 누가 유명한 목사님인지 모르니까 재미없으면 경청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모아둔 좋은 말씀이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꾸준히 하다가 보면 나중에 하고 싶은 메시지를 꺼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최근 대형교회 목사님들이 본격적으로 트위터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건 목회자들이 SNS의 쌍방향 소통 방식에 대한 감이 멀어서인지 설교할 때처럼 일방적으로 말을 던지는 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합니다. 연예인들처럼 팔로워는 많은데 남을 팔로윙은 하지 않는 ‘연예인형 트윗’을 하는 거지요. 거기에 대한 트위터 유저들의 불만감도 있는데, 유명한 목회자들중에 쌍방향성 원활하게 확보하는 이가 나오면 굉장히 주목받을 것 같습니다. 트위터 생태계에 그리스도인들이 좋은 기여를 많이 하면 좋겠다는 바람이 듭니다.

기술에 마냥 편승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못마땅한 노릇이지만, 마치 예전대로 삶이 지속될 것이라 애써 위안하는 모습도 불편하긴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소셜 미디어의 충격파는 작년 가을부터 시작해서 올해말까지 집중적으로 한국사회를 강타하고 있다. 이 시기는 한국 교회의 다음세대가 교회 내에 격리된 존재가 아니라, 세상과 과감하게 부대끼며 새로운 소통양식을 만들어낼 매우 드문 기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때를 놓치지 말라!! 



인터뷰어 소개

양희송 님은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로 창의적 담론운동을 이끌고 있다. <복음과상황> 편집장을 역임했고 싸이월드 ‘복음주의 클럽’(http://evangelical.cyworld.com)과 연구 공간 <공명>을 함께 설립해서 복음주의 관련 연구와 저술, 대중 운동을 해 나가고 있다. (www.bluelog.kr) 트위터 @yanghees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