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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 베이징 블로거들, '혐한증' 정체 밝히고 오라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8. 17.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중국인들의 ‘혐한증’ 정도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한다.
지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그런데 중국인들의 이런 ‘혐한증’에 대한 국내 언론의 보도가
너무나 표피적이고 단편적이다.
왜 생겼고 어느 정도이고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가 없다.


정확한 원인과 퍼져가는 양상을 알아야
이에 대한 해결안도 만들 수 있을 것인데,
답답한 노릇이다.
이 답답함을 베이징에 가 있는 블로거들이 풀어주었으면 한다.
이미 블로거들은
기존 미디어에서 다루지 못한 올림픽의 다양한 면을 조명하고 있다.
그 결정판으로 ‘혐한증’의 정체를 밝혀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6년 전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상하이 출장을 갔다가 중국인들의 ‘혐한증’을 몸소 체험했던 적이 있다. 독일과의 준결승전이었다. 그 전날까지 취재를 마치고 그 날은 낮엔 관광을 하고 저녁에는 복단대학 한국 유학생들과 함께 주점에서 한국팀 응원을 했다. 그날 붉은악마 티셔츠를 입고 돌아다녔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붉은악마 티셔츠를 알아 본 외국인들은 엄지손가락을 내밀거나 ‘치어스’를 외쳐주었다. 하지만 중국인들은 달랐다. 그들은 ‘썩소’를 날리거나, 심지어 노려보기까지 했다. 알아들을 수 없는 중국말로 무어라 비난하는 사람도 있었다. 여하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나는 그 이유를 대학 선배였던 김종민 한방엔터테인먼트 대표를 통해서 파악할 수 있었다. 베이징대학에서 사회과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김 대표는 그 연원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당시 김 대표는 ‘혐한증’이 ‘한국 대 포르투갈’ 경기에서 발원해 ‘한국 대 이탈리아’ 경기에서 격화된 후, ‘한국 대 스페인’ 경기에서 절정을 맞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중국 최대 스포츠 신문 <티탄저우바오(體壇週報)>가 ‘스페인 역시 부정한 심판에 의해 또 다른 희생양이 될지 모른다며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고 보도하는 등 중국 언론이 앞장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한일월드컵을 독점 중계했던 CCTV의 악의적인 중계 멘트가 결정적이었다고 지적했다. CCTV는 기존 축구 캐스터 황젠샹(黃建翔)과 리우젠홍(柳建宏) 외에 처음으로 여자 MC 썬빙(沈氷)을 등장시켰는데, 이 셋은 마치 작정이나 한 듯 한국 폄하에 열을 올렸다는 것이다. 특히 썬빙은 ‘붉은 악마’와 ‘검은 손’에 난자당한 자신의 우상을 안타까워하며 방송 도중 눈물까지 뿌려대 중계 방송을 시청하던 이곳 유학생과 교민으로부터 분노를 샀다고 한다.


김 대표는 그 이유가 중국이 세 게임 모두 영패의 치욕을 당하고, 자신들과 비슷한 수준이엇던 한국팀이 믿기지 않는 승리를 하자 이를 받아들이고 싶지 않아 그 비결을 ‘심판 매수’로 돌렸다고 분석했다. 김 대표는 “한국팀이 이긴 유럽팀이 중국 축구팬들이 좋아하는 피구·루이코스타·토티·비에리·라울과 같은 스타들이 즐비한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이었다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중국 축구팬들이 한국의 승리를 ‘비극’으로 받아들였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한 중국 축구 전문가와 팬들이 가지고 있는 ‘예술 축구’와 ‘힘의 축구’라는 이분법 때문에 한국팀의 승리가 더욱 폄훼되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중국인들에게 예술 축구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라틴 축구다.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당연히 프랑스도 포함된다. 그리고 힘의 축구는 북유럽 축구를 말한다. 건장한 몸뚱아리로만 하는 축구다. 이런 이분법은 ‘재미있고 선진적인 축구’와 ‘재미없고 낙후한 축구’라는 평가로 이어져 호불호(好不好)가 갈린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런 논리로 중국인들의 한국 축구와 일본 축구에 대한 편견이 생겼다고 지적했다다. 한국 축구는 파워와 투지의 축구라는 것이고, 일본 축구는 기술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의 축구라는 것이다. 일본의 선전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한국의 승리를 오직 ‘체력과 투지’나 ‘심판 판정의 결과’라고 쉽게 호도하는 배경에는 이런 편견이 깔려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분석이었다.


김 대표는 이것 외에 중국인들의 감정이 폭발했던 결정적 요인으로는 중국팀의 무기력한 경기로 인한 중국인들의 분노를 한국을 속죄양으로 만들어 풀려고 한 것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중국인들의 악의적 태도가 극성을 부렸던 시기가 묘하게도 6월13일(14일 포르투갈전)부터 23일(24일 독일전)까지 벌어졌던 한·중간 외교 마찰 시점과 맞물려 의심을 더하고 있다. 독일전부터 이들의 비난은 누그러졌다”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마지막으로 중국 축구팬들의 광기 어린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축구 도박 문제도 알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지하 축구 도박 시장은 그 규모를 짐작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데 당연히 자신들이 좋아하는 유럽팀에 걸었다가 돈을 잃은 사람들이 한국을 비난했다는 것이다. 이런 김 대표의 분석은 개인적인 설명이었지만, 상당히 타당성이 있게 들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커져가는 '혐한증'에 대한 이런 깊이 있는 분석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