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걸 그룹들이 일본 음악 차트를 휩쓰는 가운데,
일본 대중문화 개방 12주년을 맞았습니다.
그간 한국인에게 일본 문화는, 일본인에게 한국 문화는 무엇이었을까요?
한일 대중문화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보았습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양상을 띠는
일종의 '교차선호' 양상이 나타났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 '교차선호' 양상을 장르별로 살폈습니다.
일본 대중문화 5차 개방 임박
10월23일 저녁,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2층에 중년 남성 한 무리가 일본 걸 그룹 AKB48을 응원하는 플래카드를 붙여놓고 열렬히 환호했다. AKB48의 멤버 16명이 아시아송 페스티벌에 참가해 한국 초연을 하는 자리였다. 모닝구 무스메에 이어 일본에서 여성 그룹(걸 그룹) 열풍을 이어가고 있는 AKB48의 인기는 한국에서도 뜨거웠다.
1998년 10월19일 제1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많은 일본 스타가 한국을 찾았다. 아무로 나미에·아라시·V6 등 유명 가수와 그룹이 연이어 공연을 하고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10월10일 MBC ‘서울드라마어워즈’에서는 그룹 SKE48이 일본어 노래를 불렀는데 이 장면이 전국에 생중계되었다. 일본 가수의 일본어 노래가 지상파에서 생방송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 대중문화 개방 12년의 대차대조표를 그려보면 현재까지는 한국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겨울연가>로 촉발된 드라마 한류를 시작으로 소녀시대·카라 등 걸 그룹이 주축이 된 댄스음악 한류가 일본 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는 일종의 마니아 문화로 정착되었을 뿐, 대중적인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일차적으로 불공정 경쟁의 결과다. 2004년까지 총 4차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가 이뤄졌지만, 아직 지상파 방송의 일본 프로그램 방영은 허가되지 않았다. 아직 정면 승부가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예고하고 있어 조만간 진정한 승부를 겨룰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 주고받으며 ‘쏠림 현상’ 극복
물론 한·일 대중문화 교류를 이기고 지는 전쟁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문화 교류는 제로섬 게임이기보다는 서로 윈윈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문화 교류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 나타난 현상은 한쪽이 다른 한쪽 대중문화 시장을 잠식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대중문화 시장을 풍부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본에서의 한류(韓流)와 한국에서의 일류(日流)가 상대방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행에 좌우되는 대중문화의 특성상 자주 나타나는 것이 바로 ‘쏠림 현상’이다. 한국과 일본은 상대방의 대중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이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가 교류하면서 일종의 ‘교차 선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없는 것 혹은 부족한 것을 선호하면서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차 선호’ 현상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한국·중국, 또는 한국·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일본 아줌마가 '한드'에 빠지는 까닭 vs
한국 젊은이들이 ‘일드’에 반하는 까닭
교차 선호의 대표 사례는 바로 <겨울연가>다. 일본의 한 대중문화 평론가는 “<겨울연가> 덕분에 중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중문화 고속도로가 뚫렸다. <겨울연가>가 뚫어놓은 길을 일본 드라마는 따라가기만 한다”라고 평가했다. 일본 드라마 제작자들에게 <겨울연가>는 경쟁 작품이 아니라 개척 작품이었던 것이다. 이후 <아름다운 날들> <올인>과 같은 한국 드라마가 연이어 히트했고, 중년 여성을 겨냥한 일본 드라마도 활발히 제작되었다.
<겨울연가>를 비롯해 한국 드라마가 중년 여성층에 어필하며 일본에서 선전할 수 있었던 바탕은 적나라한 감정 표출이다. 일본 대중문화 전문가 남도현씨는 “일본 대중매체의 정서는 도쿄를 중심으로 한 관동 지역 정서를 담고 있다. 인정이 많은 관서 지역과 달리 관동 지역은 감정 과잉을 쿨하지 못한 것으로 여긴다. 기존 일본 드라마에는 이런 정서가 녹아 있었는데, 한국 드라마의 감정 발산을 보면서 새로운 매력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한국 드라마의 가족주의 또한 일본 트렌디 드라마의 개인주의와 대비되면서 호응을 얻었다.
2003년 <겨울연가>에 이어 2005년 <대장금>이 크게 히트하면서 ‘사극 고속도로’도 뚫렸다. 한국 사극은 주로 중년 남성층에 먹혔다.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은 이에 대해 “스토리 전개가 입체적이고 출연 배우의 개성과 박력, 존재감이 있어 재미있다는 평을 들었다”라고 분석했다. 이후 <궁> <주몽> <태왕사신기> <허준> <대조영> 등이 방영되었다.
반면 일본 드라마도 한국에 소개되어 한국 젊은이들을 팬층으로 흡수했다. 주로 케이블 방송이나 인터넷 다운로드를 통해 일본 트렌디 드라마를 접한 이들은 한국 드라마에서 충족하지 못한 것들을 일본 드라마를 통해 채웠다. 사랑 이야기 일변도에 결혼 반대 극복기가 반복되는 한국 드라마에 식상했던 이들은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일본 드라마에 환호했다.
일본 드라마의 소재가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스토리텔링의 원형이 되는 만화 산업이 발달했다는 점이다. 만화에서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데 이 역량이 그대로 드라마에 전이되었다는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일본 만화를 보고 자란 한국의 젊은이들은 일본 만화에 대한 리터러시(수용 능력)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일본 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이 적다는 분석이다.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걸 그룹 카라. 일본 AKB48 멤버 중에는 카라 팬도 많다.
일본 드라마 강점은 전문성, 한국 드라마 강점은 가족애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일본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보다 전문성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 드라마보다 박진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한국 드라마 제작에 영향을 끼쳐 일본 스타일의 이야기를 한국적으로 변주하는 경향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프린스 1호점> <꽃보다 남자> <성균관 스캔들> 등을 그런 스타일의 작품으로 꼽았다.
한국 드라마와 일본 드라마가 다르게 발전하게 된 데는 시장 규모가 미친 영향이 크다. 시장이 작은 한국은 드라마 제작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남기려면 ‘국민 드라마’를 지향해야 한다. 그래서 트렌디 드라마라 하더라도 젊은 층의 취향에만 기댈 수 없어 ‘세대 간 갈등’을 주로 다룬다. 반면 시장이 큰 일본 드라마는 특정 계층을 겨냥해도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어 ‘세대 내 갈등’에 주목할 수 있다.
영화는 한국 영화가 일본 영화계에 미친 영향보다, 일본 영화가 한국 영화계에 미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이것 역시 시장의 특수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 일본은 영화 관람료가 비싸서 영화를 한국만큼 일상적으로 소비하기 어렵다. 그리고 영화 시장의 특수성 때문에 일본은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만화를 영화화하거나, 인기 드라마를 영화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다른 문화 콘텐츠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인재가 몰리는 곳은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성에 주안점을 둔 영화들은 소규모 마니아 영화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일본의 작은 영화들을 특히 사랑해주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한국의 젊은 관객들은 이와이 지 감독 이후 남녀 간의 미묘한 정서를 드러내면서도 쿨하게 마무리하는 일본 영화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주었다. 부산국제영화제 등 영화제와 <씨네21> 같은 주요 영화 매체에서 이를 충분히 환기시켜줘 한국 영화에서는 청춘 스타가 나오지 못해도 일본 영화에서는 청춘 스타가 나오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교차 선호 양상이 극명하게 나타나는 부분 중 하나는 대중음악이다. 특히 걸 그룹에서 선명하다. 일본 걸 그룹이 아마추어리즘으로 흐를 때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 걸 그룹이 진출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일본에서 오리콘 차트 1위를 기록한 소녀시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소녀 팬이 아저씨 팬보다 많다.
한국 걸 그룹 ‘섹시’, 일본 걸 그룹 ‘깜찍’
10여 년 전 한국 걸 그룹 SES가 일본 진출에 실패했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당시 한국 걸 그룹은 일본 걸 그룹과 비슷하게 소녀 이미지를 모방했다. 그러나 일본 걸 그룹 모형이 계속 소녀 같은 청순한 이미지로 머문 것에 비해, 한국 걸 그룹은 섹시한 이미지로 변화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한국 걸 그룹에 일본 중년 남성층뿐만 아니라 10대 소녀들까지 반응했다.
유튜브에는 한국 걸 그룹과 일본 걸 그룹을 비교하는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다. 이 동영상을 보면 걸 그룹 문화의 차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한국 걸 그룹이 여대생 이미지라면 일본 걸 그룹은 여고생 이미지다. 대체로 한국 걸 그룹은 자신들의 나이보다 더 들어 보이도록 섹시하게 하고 나오고, 일본 걸 그룹은 자신들의 나이보다 덜 들어 보이도록 귀엽게 하고 나온다.
걸 그룹보다 먼저 일본 대중문화 시장에서 기반을 다진 동방신기 역시 비슷한 차별화 전략에 성공한 사례다. 남도현씨는 “초식계 이미지의 일본 보이 그룹과 달리, 파워풀한 댄스와 근육질 몸매를 지닌 동방신기는 육식계 이미지로 차별화되어 어필할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일본 HMV에서 설문조사한 결과 동방신기 팬층은 10대에서 40대까지 고르게 분포되었다.
영화로까지 제작된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위)는 한국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아래)에 모티브를 제공했다.
한류는 빨리, 일류(日流)는 서서히 전파
이처럼 일본에서 한류가 ‘킬러 콘텐츠’에 의해 폭발적으로 전파되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일류는 서서히 젖어든다. 일류 콘텐츠와 일본 스타는 주도적인 콘텐츠와 스타가 없다는 특징이 있다. 트위터 설문을 통해 선호하는 일본 스타를 물었더니 수십 명의 이름이 언급되었다. 지목률도 고른 편이었다. 대체로 남자 연예인은 기무라 다쿠야·오다기리 조·쓰마부키 사토시·아베 히로시·아라시·야마시타 도모히사·후지키 나오히토의 순서였다. 여자 연예인은 우에노 주리·아오이 유우·아야세 하루카·아무로 나미에·히로스에 료코·나카시마 미카·미야자키 아오이·마쓰 다카코의 순서였다.
최근 양국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에서 나타나는 양상 중 하나는 상대방 콘텐츠를 리메이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하얀거탑> <노다메 칸타빌레>(<베토벤 바이러스>)를 리메이크했듯이, 일본도 <동감>(<시간의 향기>), <조용한 가족>(<가타쿠리 가족의 행복>),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두사부일체>와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는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었다.
문화 교류와 관련해 한국이 일방적인 문화 전달자 처지였던 중국에서 한류가 주춤한 반면, 상호 교류가 활발했던 일본에서는 한류가 계속 성장세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5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업그레이드된 한류 2.0을 위해서라도 일방향 아닌 쌍방향 소통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일 대중문화 교류, 평가와 전망
일본 대중문화 개방 12년의 대차대조표를 그려보면 현재까지는 한국이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겨울연가>로 촉발된 드라마 한류를 시작으로 소녀시대·카라 등 걸 그룹이 주축이 된 댄스음악 한류가 일본 내에서 이어지고 있다. 반면 한국의 일본 대중문화는 일종의 마니아 문화로 정착되었을 뿐, 대중적인 파괴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이것은 일차적으로 불공정 경쟁의 결과다. 2004년까지 총 4차례 일본 대중문화 개방 조치가 이뤄졌지만, 아직 지상파 방송의 일본 프로그램 방영은 허가되지 않았다. 아직 정면 승부가 이루어지지 않은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5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을 예고하고 있어 조만간 진정한 승부를 겨룰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일 대중문화 교류를 이기고 지는 전쟁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문화 교류는 제로섬 게임이기보다는 서로 윈윈하는 경우가 많다. 대중문화 교류를 통해 한국과 일본에 나타난 현상은 한쪽이 다른 한쪽 대중문화 시장을 잠식한 것이 아니라, 서로의 대중문화 시장을 풍부하게 해주었다는 점이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일본에서의 한류(韓流)와 한국에서의 일류(日流)가 상대방 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행에 좌우되는 대중문화의 특성상 자주 나타나는 것이 바로 ‘쏠림 현상’이다. 한국과 일본은 상대방의 대중문화를 받아들임으로써 이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대중문화가 교류하면서 일종의 ‘교차 선호’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서로에게 없는 것 혹은 부족한 것을 선호하면서 서로의 빈틈을 채워주는 ‘교차 선호’ 현상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만 보이는 특징이다. 한국·중국, 또는 한국·미국과의 관계에서는 나타나지 않는다.
최근 양국 대중문화 콘텐츠 제작에서 나타나는 양상 중 하나는 상대방 콘텐츠를 리메이크하는 것이다. 한국에서 <하얀거탑> <노다메 칸타빌레>(<베토벤 바이러스>가 모티브를 가져옴)를 리메이크했듯이, 일본도 <동감>(<시간의 향기>), <조용한 가족>(<가타쿠리 가족의 행복>), <8월의 크리스마스> 같은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두사부일체>와 <엽기적인 그녀> 같은 영화는 드라마로 리메이크되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일본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보다 전문성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 드라마보다 박진감이 떨어진다. 그래서 한국에서 대중적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다. 대신 한국 드라마 제작에 영향을 끼쳐 일본 스타일의 이야기를 한국적으로 변주하는 경향이 최근 나타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커피프린스 1호점> <꽃보다 남자> <성균관 스캔들> 등을 그런 스타일의 작품으로 꼽았다.
한국과 일본이 영향을 주고 받는 현상은 다양한 분야에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이 일방적으로 수입하던 만화도 판도가 달라지고 있다. 2000년 이후에는 한국 만화가 일본에 활발히 진출했다. 박소희의 <궁>, 양경일(그림)·윤인완(글)의 <신암행어사>, 박성우(그림)·임달영(글)의 <흑신>, 임주연의 <CIEL>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거나 온라인 웹툰 형태, 그리고 모바일 만화로까지 연재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소개된다.
게임의 경우는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약진했다. 한국 온라인 게임은 일본 전체 온라인 게임시장의 12%를 점유하고 있다. 물론 일본 내에서는 콘솔게임(게임기를 텔레비전이나 모니터 화면에 연결시켜 작동하는 게임)이 압도적으로 크지만, 온라인 게임시장 또한 급격히 커지는 추세이다. <리니지> <라그나로크> <리니지2> 등 한국 롤플레잉 게임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차 선호 관점에서 만화와 게임에서 주목할 분야는 ‘원소스 멀티유스(OSMU)’ 모형의 확대이다. 일본 만화가 한국에서 드라마와 영화로 제작되는 사례, 한국 게임을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만드는 사례 등 양국이 강점을 살려 다양한 OSMU 모형을 만들고 있다. 일본 만화 판권을 2만 달러에 구입해 만든 영화 <올드보이>는 영화 판권을 200만 달러에 팔았다. 마찬가지로 일본 드라마 판권을 저렴하게 사서 만든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는 270만 달러를 받고 판권을 팔 수 있었다. <포트리스2 블루> <라그나로크> 등 한국 게임은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다.
뮤지컬에서도 교차 선호가 이뤄지고 있다. 1994년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의 오리지널 버전을 한국에 들여와 신선한 충격을 준 일본 뮤지컬 제작사 시키는 <라이온 킹>을 1년간 장기 공연하기도 했다. 한국 뮤지컬의 일본 진출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박병성 <더 뮤지컬> 편집장은 “<라만차의 사나이> <갬블러> <말아톤> 따위 뮤지컬 작품이 진출하기도 했지만, 한국 작품보다 한국 배우들의 인기가 좋다. 가창력 때문인데 한국 배우들이 일본 뮤지컬 작품의 주연을 맡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요즘 한·일 간에 가장 각광을 받는 교류 장르 중 하나는 음식 문화다. 한국 젊은이보다 상대적으로 일찍 독립하는 일본 젊은이는 음식에 관심이 더 많다. 학벌보다 전문 능력을 중시하는 풍조로 요리 전문학교 또한 인기가 있었는데, 이런 경향이 한국 유학생 등을 통해 한국에 그대로 전파되면서 일본에서 요리를 배워온 젊은이들이 서울 홍대 앞 등에 앞다퉈 일본 음식점을 내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막걸리 등 한국 술과 한국 음식의 인기가 높아졌다.
문화 교류와 관련해 한국이 일방적인 문화 전달자 처지였던 중국에서 한류가 주춤한 반면, 상호 교류가 활발했던 일본에서는 한류가 계속 성장세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5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업그레이드된 한류 2.0을 위해서라도 일방향 아닌 쌍방향 소통이 절실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