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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가정을 '2류 국민' 취급하는 대한민국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2. 6. 9.


다문화 가정 자녀가 15만명을 돌파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을 지원하는 수많은 정책들은 실효가 없거나 역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편견과 우리에게 억지로 동화시키려는 자세부터 버려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다문화 정책이 어떻게 잘못 운영되고 있는지, 

그 정책의 기저에 깔린 철학이 왜 문제인지...

현장활동가들과 전문가들의 지적을 모아보았습니다. 




 

'단일민족국가' 신화가 깨졌다


다문화 사회는 이제 우리의 현실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한국에 90일 이상 거주하는 이주민·귀화자·다문화 가정 자녀 등 다문화 인구는 136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5%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이 이주노동자이고, 그 다음이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들이다. 


당연히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도 자라고 있다. 2010년 현재 초·중·고교를 다니는 다문화 가정 자녀는 3만명을 돌파했다(<2011 청소년 통계>, 통계청). 이 중 초등학생이 2만3602명(78.6%)으로 가장 많다. 중학생은 4814명(16%), 고등학생은 1624명(5.4%)이었다. 대다수는 한국인 아버지와 외국인 출신의 어머니로 구성된 가정의 아이들이다. 학령 전 아동 등을 포함하면 다문화 가정 자녀 수는 2010년을 기점으로 15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우리 안의 ‘완득이’가 15만명을 넘어가는 이 시점에도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갈지자걸음을 걷고 있다. 다문화 가정 자녀 문제가 특히 중요한 것은, 세계적으로 이주가정 문제가 본격 제기되는 시점이 2세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무렵이기 때문이다. 2005년 프랑스에서 벌어진 아랍계 청소년의 폭동은 그 극단적 사례라 할 만하다. 우리나라도 초기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이제 막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1세대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사춘기 접어들어


기자는 이번에 다문화 가정 정책을 취재하면서 두 번 놀랐다. 한 번은 중앙정부며 지방정부가 이렇게 많은 다문화 정책을 펴고 있다는 것에 놀랐고, 한 번은 이렇게 많은 정책을 펴는데도 이토록 실효가 없을 수 있다는 데 놀랐다. 현재 중앙정부에서 다문화 정책을 펴는 부처는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등 8개에 이른다. 지방자치단체 또한 다문화 정책 경연을 펼치는 중이다. 2009년 다문화가족지원법이 제정된 이후 전국에 우후죽순으로 다문화 가정 지원센터 수백 개가 등장했다. 


학교 현장에서도 다양한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진행 중이다. 그런데도 이주민 여성이나 그 자녀들이 처한 환경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학교 현장의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문화+인권을 고민하는 모임’ 관계자는 “다문화 교육을 받은 뒤 아이들이 다른 색 피부의 아이들을 오히려 더 의식하게 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교과서도 문제투성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를 포용할 수 있도록 다문화 교육을 한다고는 하지만 교과서에 인종적 편견이 심하고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상처받을 수 있는 표현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혜실 다문화가족협회 대표는 학교에 다문화 관련 지원 프로그램이 있는 경우 교사가 “다문화 아이들은 남아”라고 무심코 말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학교가 나름 다문화 아이들을 배려한다고 관련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지만 이런 무심함이 오히려 아이들에게 상처를 남긴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선의의 실수가 너무나 많다. 선의로 한 일이라도 상처가 될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않고 베푸는 선의는 독이 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다문화 청소년 문제는 왕따 문제와도 연관되어 있어서 극도로 민감하다. 전문가들은 청소년의 경우 자신이 다문화 가정 아이라는 것이 알려져 왕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방어적인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자랄수록 상처를 많이 받고 있음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경기 화성 아시아다문화센터 이용근 소장은 “다문화 가정 청소년 문제가 나타나고 있음을 체감하는 중이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올라갈 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진학률이 현저히 떨어진다”라고 말했다. 충북 지역의 경우 다문화 가정 자녀의 고등학교 진학률이 33%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알려져 지역 사회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다문화가정 2세의 분노가 폭발한다면?


이의헌 (다문화 청소년 학습 멘토링 프로젝트 '점프' 대표)


전 세계적으로 이민정책은 실패의 역사라 할 수 있다. 미국, 독일, 프랑스 같은 서구 국가는 물론 우리와 비슷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일본도 이 문제에 관한 한 묘수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한국의 다문화 정책은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 사회로 전환한 이런 나라들의 실패담에서 교훈을 찾아야 함이 마땅하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는 정책에서는 이런 고민의 흔적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갖가지 문제가 여기저기서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민정책은 다문화 사회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 그리고 그 비용은 이민자와 그 문화를 통제나 통합의 대상이 아닌 우리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할 때 최소화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다문화 정책 혹은 이민정책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이 존재하는 근본적 이유는, 수용 국가에서 이민자를 경제적 이유로 받아들이며 인권이 아닌 경제 논리에 따라 그들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이민자를 받아들이는 국가와 그 사회의 구성원(원주민)은 기본적으로 이민자를 자국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워줄 경제 발전의 수단으로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 국가는 높은 수준의 노동력을 제공하는 이민자를 선호하는 게 현실이다.


주) 전문은 여기에서 보세요~~~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50



“무심한 선의는 독이 될 수 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학교 현장, 나아가 우리 사회 전반의 다문화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그간의 다문화 정책은 이주여성이나 그 자녀들을 동등한 존재가 아닌 시혜를 베풀어야 할 약자로 바라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문제의 본질을 흐려왔다고 이주여성인권센터 허오영숙 활동가는 말한다. “다문화 정책이 오히려 ‘다문화 가정 아이는 학업성취도가 낮다. 이는 엄마가 이주여성이라서 그렇다’는 식의 전제를 깔면서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이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것은 엄마 탓이라기보다 빈곤 문제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문제를 단순화하면서 엄마를 죄인으로 만들어버렸다”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주여성 자녀들의 경우 어머니에 대해 긍정적인 상을 갖기 어렵다. 사회적 편견도 이를 부추긴다. 한 이주여성 관련 단체 활동가는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까지 아이를 한 달에 한 번밖에 보지 못한 이주여성도 있었다. 이혼을 한 것도 아닌데…. 아이를 키워주던 시어머니가 손주가 다문화 가정 아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엄마와 아이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있었던 거다”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앞으로 다문화 교육의 대상은 ‘그들’만이 아니라 ‘우리’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간의 다문화 교육은 ‘타 문화’ 사람들을 동화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정혜실 대표에 따르면 이는 일종의 ‘한국형 오리엔탈리즘’에 불과하다. “처지를 바꿔 생각해보라. 우리가 외국에 나가 사는데 자꾸 그네들 전통을 따르라고 강요하면 어떤 기분이 들겠나. 그러면서도 우리는 이주여성들에게 그 전통을 강요한다. 그들이 우리와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이주여성이나 그 자녀를 자꾸 ‘우리’에 동화시키려 할 게 아니라 다문화를 포용할 수 있게끔 우리 스스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여성 교육만큼 남편 대상 교육도 시급하다


특히 현장 활동가들은 이주여성과 결혼한 남편, 곧 아이들의 아버지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다문화 가정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근원이 바로 가부장제이기 때문이다.


현장 활동가들은 학교에서도 제대로 된 다문화 조기교육이 시작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화진 활동가는 “다문화에 대한 것을 어릴 때 접할수록 포용력이 커진다. 민족이나 국가에 대한 관념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때 선입관 없이 다문화를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물론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다문화 갈등을 겪은 미국·유럽 등도 이 문제를 해결할 만병통치약은 없다는 교훈을 얻었을 뿐이다. 하버드 대학 공공정책대학원에서 이민 문제를 연구한 이의헌 ‘점프’ 대표는 이민 역사가 긴 나라일수록 다문화 정책이 초창기의 분리·관리, 동화·흡수 정책에서 최근에는 공존 정책으로 바뀌어가는 추세라고 말한다. 


송옥진 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는 “이주여성들도 급속히 바뀌고 있다. 억울한 일을 당한 이주여성들이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들이 직접 집회를 기획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라고 말했다. 새누리당 이자스민 당선자가 국회에 진출한 것은 이들에게, 그리고 이들의 자녀인 ‘완득이’들에게 또 하나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부주의한 교과서 속 다문화가정 묘사


2011년 개정된 초등학교 교과서의 특징은 국제결혼을 한 이주여성, 다문화 가정,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한 내용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문화인권교육센터(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 부설) 정정수 소장은 초등학교 3~6학년 개정 교과서를 검토한 결과 이들 국어·사회·도덕 교과서에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첫째, 아시아 출신 이주민에 대한 부정적 묘사가 심각하며, 특히 이주여성과 그 자녀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주여성 학부모들은 소극적이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그려지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 자녀들은 긍정적이고 밝은 이미지보다 외모가 다르고, 한국어가 서툴고, 놀림을 당하는 모습으로 자주 등장한다. 


둘째, 교과서에 등장하는 외국 도서(대부분 문학작품이지만 일부 과학서적 포함)의 97.7%는 유럽과 미국 쪽 작품들이며, 남성 작가가 70.5%, 여성 작가가 29.5%를 차지한다. 아시아·아프리카·중남미 작가의 작품은 한 편도 실려 있지 않다. 


셋째, 사회 교과서의 사진과 삽화는 피부색에 대한 편견을 심어준다. 긍정적 이미지의 사진에는 백인이, 부정적 이미지의 사진에는 흑인과 아시아인이 등장한다. 


넷째,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의 절대다수는 아시아인(85.2%)이지만, 교과서 속 외국인 관광객 사진과 삽화 22장 가운데 95.5%인 21장은 백인이며, 동남아인 사진은 1장뿐이다. 


다섯째, ‘생활의 길잡이’ 3학년 2학기 교과서 48쪽에는 기계를 다루는 이주노동자는 피부색이 검은 사람으로, 외국인 유학생은 백인으로 묘사되어 있다(<2010년 출입국 외국인정책 통계연보>에 따르면, 한국에 유학 입국한 10만6961명 가운데 아시아 출신 외국인 유학생은 9만8825명으로 전체의 92.4%에 달한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가 주최한 ‘교과서 속 다문화’ 간담회 자리에 참여했던 중국 이주여성 이윤희씨는 “4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걱정 마’라는 시를 읽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눈이 크고 얼굴이 까만 필리핀 엄마, 알림장 못 읽는 베트남 엄마, 김치 못 먹어 쩔쩔매는 몽골 엄마들이 있지만 우리는 어울려 살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이 시를 읽을 때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많은 이주여성이 초등학교 교과서로 한국어를 공부한다. 그들 역시 충격을 받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백인은 긍정적, 흑인·아시아인은 부정적


경인교대 설규주 교수(사회교육)가 17개 초·중·고교 사회 교과서를 분석하고 작성한 <초·중·고 사회 교과서의 다문화 관련 내용 분석>에 따르면 중·고등학교 교과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설 교수는 ‘부모가 불법체류자여서’ ‘이주노동자들은 아직 우리나라 말과 법을 모르니까’ ‘저소득층이 많은 다문화 가정의 경우’ ‘혼혈이라고 학교에서 놀림을 당한 날은’처럼 부주의한 표현이 교과서에 빈번하게 등장한다고 지적했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는 개정된 교과서가 다문화적으로 변화해가는 한국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려고 한 시도는 의미 있게 평가한다. 그러나 사려 깊지 못한 표현 때문에 국제결혼한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 자녀에 대해 불필요한 편견과 오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문화인권교육센터는 이런 내용을 지적하고 이를 교육과학기술부에 공식 질의하기로 했다.



"통계에 따르면 이주민 자녀 상당수는 학교 생활이나 사회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범죄자로 내몰린 임군은 그중에서도 극단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임군을 잠시 담당했던 교사는 “다문화 가정에 대한 차별과 가정 환경의 어려움이 동시에 겹쳤던 것 같다”라며 안타까워했다." (시사IN 송지혜 기자 기사)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3349






다문화정책 보완하는 민간단체 활동들


정부의 다문화 관련 정책이 답보 상태인 것과는 대조적으로 민간 분야에서는 다문화 프로그램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한글이나 김치 담그기를 가르치던 데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엄마의 나라 문화를 알려주고 엄마의 나라 언어를 가르치는 방향으로 다문화 프로그램이 바뀌어가는 것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는 이중언어 교육이 이뤄지는 대표적인 시설이다. 아름다운재단과 STX가 후원해 11개국 언어로 된 다문화 서적 7000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베트남 등 이주여성들이 이곳에서 모국어 동화책과 그림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이곳을 이용하는 이주여성들은 모국어 보육 선언을 한다. 자녀에게 자신의 모국어를 자랑스럽게 가르치겠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엄마의 나라를 직접 경험하는 기회도 늘고 있다. 경기 화성의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와 오산 다솜지역아동센터는 지난해 타이를 방문하는 ‘아시아 모국 체험’ 행사를 통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외할아버지·외할머니와 만나는 자리를 주선했다. 


다음세대재단에서 운영하는 ‘올리볼리(www.ollybolly.org)’ 사이트는 아이들이 엄마의 나라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창구이다. 올리볼리는 제3세계 동화를 들여와 이를 디지털화해 플래시 애니메이션 등으로 만들어 다문화 가정 자녀로 하여금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게 했다. 자막은 한국어·영어·자국어 세 가지로 만들어진다.


그러나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엄마의 나라 말을 가르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두 가지 장벽이 있다. 하나는 아이가 다른 친구들이 모르는 말을 했다가 왕따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이고, 다른 하나는 ‘가난한 나라 말은 배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다. 이주여성 단체에서 만난 한 이주여성은 “시어머니가 아이에게 베트남어를 가르치는 것을 싫어한다. 아이에게 베트남어로 말하면 자신을 흉보는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