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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변호인'의 열 가지 관전포인트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3. 11. 30.





1) <변호인>은 재밌는 영화인가?  


<변호인>을 보고 가장 기뻤던 것은, 최고의 상업영화로 제작되어 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었다. 변화구와 직구, 낙차 큰 커브와 변화무쌍한 스크루볼의 환상적인 볼배합을 해낸 투수처럼, 웃음과 눈물 그리고 분노와 감동을 적재적소에 정량으로 넣어 정밀한 맛을 내는 주방장처럼, 관객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변호인>처럼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인 <도가니>나 <부러진 화살>이 다소 무겁게 이야기를 풀어간 것과 달리 <변호인>은 가볍고 경쾌하게 관객을 끌고 간다. 고문 장면도 <남영동>처럼 관객을 불편할 정도로 거칠게 몰아붙이지 않고 처절한 이미지 위주로 전달한다. 



2) 영화적 완성도는 어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라는 측면에서 <변호인>은 <화려한 휴가>에 비교된다. 하지만 <화려한 휴가>는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영화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반면 <변호인>은 상업영화로서 완성도도 높고 연출력과 연기력이 잘 결합되어 작품성도 뛰어나다. 속도감 있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도 영화적 잔재미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3) 예고편은 감동적이던데... 


여러분이 본 예고편은 예고편일 뿐이다. 예고편을 보면서 기대하게 된 것을 본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이런 영화 많지 않다. 당신이 무엇을 기대했든 그것을 찾게 될 것이다.



4) 내용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영화는 시작부분에서 상고 출신 변호사의 좌충우돌 성공기로 경쾌하고 가뿐하게 내지른다. 잃을 것 없는 송우석 변호사(송강호 분)는 사법서사들이 주로 하던 부동산 등기 전문 변호사를 자칭하며 수수료로 돈을 번다. 이후 상고 출신의 장점을 살려 잘 나가는 세법 변호사로 승승장구한다. 8차선 도로 위에서 액셀레이터를 밟고 내지르는 일만 남은 그의 인생에 급브레이크가 걸린다. 바로 단골 국밥집 주인아주머니 아들이 시국사건에 연루되어 불법 구금된 것이다.   


눈앞의 불의 앞에서 영화는 경쾌한 질주를 멈추고 속물 변호사에서 인권 변호사로 거듭나는, 중년의 성장영화 형태를 취한다. 여기서부터는 돌직구다.“할게요. 변호인 하겠습니다!”“포기 안 합니다. 절대 포기 안 합니다”“무죄면 무죄판결 받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라고 말하는 송우석은 갖은 겁박과 불이익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재판에 온 신경을 기울인다. 



5) 변호인을 보면 힐링이 되는가? 


일종의 '사회적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게 하는 영화다. 더이상 멘붕타령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강력한 힐링 백신이다. 주저앉은 당신을 다시 일어서게 할 영화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진우 기자는 이 영화가 자신의 무죄를 주장해준다고 좋아하더라. 주기자가 좋아하는 <변호인>의 송강호의 대사다. "최소한 진우는 무죄라고 믿습니다." 당신도 당신을 위한 대사를 찾게 될 것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 최고탁탁' 


3화 - 진짜 찐따 사나이 


http://www.podbbang.com/ch/6939







6) 변호인은 정치적인 영화인가?


송강호씨를 비롯해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과 감독이 영화를 설명할 때 꼭 붙이는 설명이 있다. 바로 이 영화는 정치적인 영화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것은 역설적으로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라고 말해야 할 만큼 정치적인 영화라는 것을 보여준다. 개봉일을 12월19일로 택한 만큼 정치적 논란은 이 영화가 피해가기 힘들 숙명으로 보인다(감독은 단지 그날이 목요일이기 때문에 그날 개봉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 영화는 절대 정치적인 영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감독과 배우들이 이 영화에 대해서 설명할 때 동원하는 말은 바로 상식이다. 이 영화는 상식에 대한 영화이고 상식을 주장하는 영화라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송우석 변호사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라고 소리친다. 영화 속 인물들은 상식의 힘을 믿는다. 



7) 송강호는 노무현을 닮았는가? 


송강호가 역할한 송우석 변호사는 2대 8 비율의 가르마를 하고 체크무늬 양복을 입고 아들과 딸을 두고 돈을 벌자 요트를 취미로 시작한다. 영락없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이다. 노 전 대통령의 가장 속물적인 모습부터 가장 숭고한 모습까지 폭 넓게 보여준다. 비록 노 전 대통령 특유의 말투는 보여주지 않지만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싱크율이 높아진다. 판사에게 형사소송법을 들이밀며 피고인의 권리를 주장하고 검사의 궤변을 논리적으로 논박하고 야무지게 몰아붙이는 모습은 생전의 노무현 전 대통령 모습을 연상시킨다. 



8) 영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법정 공방은 이 영화의 영화적 성취가 집약된 부분이다. 지루할 수 있는 법정 장면을 감독은 핸드헬드 카메라를 활용한 다양한 카메라 움직임으로 역동적으로 찍어냈다. 각 공판마다 다른 방식으로 에피소드를 풀어가서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고조시킨다. 자연광을 살린 조명이 긴장 속에서도 차분하게 만들며 차가운 머리로 법정 공방을 따라가게 만든다. 



9) 관객이 얼마나 들까? 


최소한 박근혜 대통령 득표 수 보다는 관객이 더 들 것 같다. 



10) 이 영화를 누구에게 보여주면 좋은가? 


이것을 명심하시라. 자녀에게 <친구2>를 보여주면 조폭을 동경하게 되지만, <변호인>을 보여주면 변호사를 동경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