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언론인이 보무당당하게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모습을 보니...
나도 현직 언론인인데 청와대에 대변이라도 누어야 할 것 같네요.
현직 언론인이 정치권으로 직행하는 것도 문제지만...
MBN 주말앵커로 복귀한 이윤성처럼,
정치권에 있다가 언론으로 돌아오는 것은 더 문제입니다.
이제 기자들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을 취재할 때 그가 자신의 관리직으로 컴백할 것을 염두하고 취재해야 한다는 얘기이기 때문입니다.
아래는 KBS 민경욱 전 앵커의 청와대 대변인행에 대한 언론인들의 반응인데...
이런 드러난 반응 외에 숨은 반응은 '부러워 죽겠다'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
마치 계열사에서 본사 핵심부서로 발령받은 사람 바라보듯이...
씁쓸한 언론계 풍경입니다.
MBC 오행운 PD
"박근혜 정부가 방송을 길들이는 방법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는 그다지 방송에 직접적으로 오더를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그 말을 곧이 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지만 MB때 만큼은 덜 하다는 게 중론이다. 상황이 이런데 왜 방송은 MB때 보다 더 망가지게 되었을까?
KBS 민경욱 전 앵커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임명되었다. 임명 당일 아침까지 태연하게 뉴스 편집회의에 참여했다고 한다. 오래전부터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했다고 말하는 tv속 민씨의 시선은 무척 산만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방송, 특히 지상파 보도는 거의 쓰레기가 되었다. 좌우를 떠나 뉴스 가치에 대한 최소한의 고민도 사라졌다. 자연스레 MBC에 대한 신뢰도가 0%라는 한 조사 결과는 그다지 충격적이지도 않다. 다른 방송사가 좋아할 일도 없다. 매립용이냐 소각용이냐의 차이가 있을 뿐 쓰레기인 건 매한가지니 말이다.
박근혜 정부는 MB가 방송사들에 깔아놓은 무능력 무소신 인사들의 기득권을 철저히 보장해 주고 있다. 그 인사들은 과거에도 그랬지만 내부 권력을 장악한 뒤에는 더더욱 방송의 사명과 공영방송의 가치를 저버렸다. 안중에 없다. 오직 자신들의 안위만 생각할 따름이다. 정권이 별다른 손짓을 보여주지 않아도 그들은 철저하게 자신을 위해 움직임인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자발적으로, 그리고 더 철저하게 정권에 복속되어 가고 있다.
SBS사장 출신인사가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KBS앵커가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긴다. MBC의 인사들은 박심을 믿고 망동한다. 자기 이익에 더 충실하면 이른바 출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송계를 향한 박근혜 정부판조삼모사, 이이제이 전략이다. 암담한 사실은 이 같은 상황이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그것도 상당 기간 동안 말이다."
SBS 심석태 기자
"어쨌든 현직 기자가 청와대 대변인으로 간다는 얘기를 듣는 또 다른 기자의 한 사람인 저로서는 사람들이 이런 일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민경욱 기자는 저하고 입사 시점이 같은, 그래서 흔히 언론계에서는 '동기'라고 불릴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에 더 그랬습니다. 물론 저하고 민 신임 대변인은 같은 시기에 기자가 됐다는 것 외에는 거의 비슷한 점이 없습니다만.
SBS의 경우 노조와 회사가 '노사 합의'로 제정한 윤리강령의 실천지침 제3조 '직무수행 윤리'의 제10항은 "TV와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취재·제작 담당자 등 정치관련 보도·제작 방송제작자는 해당 직무기간과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당가입 등의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 교육 때 윤리강령 교육을 하게 되어 있고 윤리강령 준수 선서와 서명을 받으며 이를 위반한 경우 노사가 공동으로 진상을 조사해 징계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2006년에 만들어진 규정입니다.
KBS에도 비슷한 규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만약 SBS와 비슷한 규정이 있다면 이렇게 청와대 대변인으로 가는 건 '공직 진출'이기는 한데 정당 가입 등의 정치 활동에 해당한다고 볼 것인지는 의문이 있습니다. 또 하나, 이런 걸 윤리규정 위반이라고 판단할 경우에도 문제가 있죠. 통상 이런 경우는 사표를 쓰고 나가버리기 때문에 더 이상 징계라는 제재 수단도 현실적 의미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그동안 언론계에서 이런 일이 종종 있었는데 가끔 비난이 일 때도 있었지만 대체로 유야무야 넘어갔습니다. 기자에 대해서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쉽게 제한할 수 있느냐는 반박이 설득력을 가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비교적 언론사 내에서도 '좋은 자리'에 있던 사람이 평소 안면과 인맥을 총동원해 정치권으로 옮겨가는 경우도 있었지만 언론사 안에서도 별볼일 없던 사람이 스스로의 정치적 소신을 펴보겠다고 정치권으로 가서 바닥에서부터 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는 자기는 별 뜻이 없었지만 정말 간곡히 영입을 제안하는 경우도 전혀 없지는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런 모든 경우를 다 한 가지 기준만으로 재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기자의 정치권 진출도 '권력 추종'적 사례와 '자기 희생'적 사례가 모두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언론계에서 정치권이든 어디든 옮겨가는 것을 비판하게 되는 기준은 기존의 언론 활동을 자신의 다음 자리 확보를 위한 거래의 수단으로 삼았는가 하는 것이 첫 번째가 될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는 자신의 그러한 행위로 말미암아 언론 전반에 대한 신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인가가 두 번째 기준이 될 수 있겠습니다."
KBS 성재호 기자
"KBS인 중 TV 및 라디오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 그리고 정치관련 취재 및 제작담당자는 공영방송 KBS 이미지의 사적 활용을 막기 위해 해당 직무가 끝난 후 6개월 이내에는 정치활동을 하지 않는다."
KBS 윤리 강령 가운데 한 조항입니다. 하지만 민 씨는 청와대 대변인은 정치활동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고 하겠죠?
주) 다른 언론인들의 언급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