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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의 국가주의 1등주의 비판에 대한 짧은 생각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4. 2. 12.


올림픽의 국가주의와 1등주의에 대해서... 


성찰하는 글들이 소셜미디어에 자주 올라오는데... 모두 일리 있는 이야기지만... 


난 다르게 생각할 측면도 있다고 본다. 국가주의는 국민 통합에 기여한다. 총선과 대선을 거치며 정확하게 양쪽으로 나뉜 우리에게는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필요한 정도가 아니라 절실하다. 


2012년 총선 멘붕을 거치며 소강상태였던 소셜미디어가 다시 살아나는데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바로 런던올림픽이었다. 한국 선수의 선전에 함께 환호하며 혹은 편파 판정에 함께 분노하며 국론분열을 봉합했다. 


곧 지방선거다. 김용판 무죄 판결 이후 특검 논쟁이 한창이다. 그리고 앞으로 분열될 일들이 얼마나 더 많을 것인가? 올림픽과 같은 행사에서 다지고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래도 우리가 한 그릇 안에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을 숨어서 할 필요는 없다. 왜 국가단위로 올림픽 경기를 치르겠는가? 그 단위가 현대사회에 가장 절실한 통합의 단위이기 때문이 아닐까?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프트의 최대 공통조합이 국가 아닐까? 


프로야구에서 롯데자이언츠를 응원하는 것과 국가 대항전에서 자국을 응원하는 것의 차이를 둘 필요는 없다. 롯데자이언츠를 좋아하는 것이 지역주의라고 볼 수 없듯이 국가대표팀을 응원하는 것도 게마인샤프트와 게젤샤푸트의 교집합 속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로 아닐까?


민감한 것, 혹은 더 깊이 생각하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이 악은 아니다. 올림픽에 대해서 성찰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 그러나 소파에 앉아서 우리 대표팀의 선전에 환호하는 것이 악은 아니다. 


그리고 1등을 탐하는 것을 부끄러워할 이유도 없다. (나는 올림픽을 프로들의 무대로 해석하는데...) 과정보다 결과로 평가받는 것이 프로다. 열심히 하는 것은 필요조건이고, 잘해야 한다. 결과에 따라 평가하는 것은 그들을 공정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사람들이 보고싶어 하는 것은 모두에게 공정한 룰 위에서 최고의 성취를 이루는 모습이다. 거기서 희열을 느끼는 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 내가 성취지향적이기 때문에 성취에 환호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대리만족을 통해 성취 강박을 벗어나는 것일 수도 있다. 


1등만 응원하는 것과 1등을 보고 희열이 느껴지는 것은 다르다. 나는 2등 3등 꼴찌에도 같이 느껴진다는 것이 가식일 수 있다. 그러면 왜 올림픽을 보는가? 운동장에 가서 조기축구를 응원하지 않고. 


1등을 위해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는 것은 숭고하다. 그 숭고함에 대한 인정이 바로 이번 올림픽에서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를 응원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스포츠를 스포츠 자체로만 받아들인다면 1등주의도 악은 아니다. 


완벽한 공정은 아니지만 스포츠는 가장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분야 중 하나다. 전설적인 육상 스타 에밀 자토펙의 "한 번의 훈련으로는 기적이 오지 않는다"라는 말처럼... 과정이 생략된 영과은 없다. 비록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은 환희의 순간이지만 그 영광을 보면서 우리는 과정을 복기한다. 


맘 편하게 보자. 태극기가 나오면 울컥하고, 1위를 하기를 바라는 당신의 마음은 결코 천박한 것이 아니다. 그냥 사람 사는 냄새다. '영혼의 한잔 술'이다. 급히 가려고 하면 지친다. 쉬면서 가면 끝까지 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