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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한탄강 얼음트레킹 후기와 안전 가이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21. 1. 12.

겨울에 찾아가는 겨울의 맛’이랄까? 한탄강 얼음트레킹은 여행감독의 겨울 세시풍속이다. 영하 20도 이하의 날씨가 계속 이어지자 참을 수가 없어서 길을 나섰다. 역시나 몇 년 만에 보는 탄탄한 얼음이 기다리고 있었다. 전 코스를 걸어보지는 못했지만 올해 가보려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정리해 보았다. 

 

1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뜨끈한 취나물 장국밥으로 시작한다. 아침 일찍 나온 사람들의 속을 달래주고 걷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일행 모두들 반겼다. 이른 아침식사를 하고 왔다는 사람도 국밥을 깨끗이 비웠다. 장국밥엔 시래기도 좋지만 쌉쌀한 취나물도 어울린다. 식당 이름은 옛우동인데 우동은 한 번도 먹어본 적 없고 장국밥만 먹었다. 얼음 트레킹도 포식후경이라, 트레킹 중 먹으려고 만두는 포장해서 갔다.

 

2 독수리는 아직 출근 전이었다. 아니면 아직 철원으로 전학을 안 왔거나. 한양육가공공장 옆 논은 겨울에 독수리 떼가 출몰하는 곳이다. 독수리도 철새라 겨울에 내려오는 것인데 이곳에서 사진작가들이 육가공공장에서 나온 돼지등뼈를 던져주곤 했는데 그것 때문인지 매년 겨울 이곳에 몰려온다. 간만에 돼지등뼈 간식이나 사줄까 했는데 아쉬웠다. 너무 이른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보통 독수리는 땅이 덥혀져 상승기류가 나오기 시작하면 움직이는데 우리가 너무 일찍 간 것일 수도 있다.

 

3 출렁다리인지 뭔지 한탄강에 은하수를 놓았다는데 가보지 않았다. 한탄강은 용암이 만들어 놓은 U자형 협곡이라 어디서도 볼 수 없는지형인데 그런 곳에 어디서나 볼 수 있는시설을 만들어 두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탄강 얼음 트레킹은 보통 태봉대교 근처 직탕폭포에서 시작해 승일교에서 휘돌아 고석정을 지나 순담계곡에서 마무리하는데, 우리는 고석정에 차를 주차하고 태봉대교까지의 중간 정도에서 걷기 시작해 고석정에서 마무리했다.

 

 

4. 한탄강은 땅이 파이면서 만들어진 강이라 강 표면이 지면보다 수십 미터 낮다. 그래서 철원이 겨울에 가장 추운 곳임에도 불구하고 얼음 트레킹을 하기 위해 강 표면에 내려오면 의외로 푸근하다. 우리 일행이 갔던 날도 영하 15도 안팎으로 추운 날이었지만 역시나 아래로 내려가니 푸근했다(고 착각하게 된다).

 

5 몇 년 만에 얼음이 실하게 얼었다. 올해 한탄강 얼음트레킹 축제를 열지 못한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겨울 한탄강에 가서 얼음의 속성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 우리의 선입견과 달랐다. 일단 투명한 얼음이 강한 얼음이다. 균질하게 얼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다음 금이 가 있는 얼음이 안전한 얼음이다. 얼음은 팽창할 때 금이 간다. 계속 얼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쿵 하고 금이 가는 소리가 나는 얼음이 안전하다. 역시 얼음이 팽창할 때 나는 소리이기 때문이다(물아래로( 소리가 울리면서 전자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6 곳곳에 부교가 설치되어 있어서 얼음이 미심쩍을 때 의지할 수가 있었다. 매년 철원군에서 안전한 트레킹로를 가이드 해주는 표식을 설치해 주는데 올해는 얼음트레킹 축제를 하지 않아서인지 전혀 없었다. 강가와 강둑 중턱에 트레킹로를 조성해 두었는데 강을 건너야 하는 곳은 부교를 설치해 두어서 안전했다. 지난여름 큰 홍수에 강의 지형이 다소 바뀌었지만 트레킹로는 그대로 유지되었다.

 

 

7 겨울 한탄강은 얼음을 보러 가는 것이 아니라 두꺼운 얼음을 뚫고 흐르는 물을 보기 위해 가는 것이다. 역시나 우렁찼다. 지도 어플을 켜보면 강폭이 낮은 곳이 나온다. 이런 곳은 급류가 형성되는 곳인데 영하 20도를 넘는 추위가 며칠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얼지 않은 곳이 곳곳에 있었다. 걷다가 그런 곳이 나오면 한참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8 고석정에서 순담계곡까지 이어지는 물윗길은 통제해서 고석정에서 트레킹을 마무리 지었다. 사실 고석정에서 순담계곡까지의 풍광이 가장 멋진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안전제일. 그리고 코로나19 방역 우선. 고석정에서 기념사진을 몇 컷 찍고 올해 한탄강 얼음트레킹을 마무리 지었다. 언제나 좋았지만 올해는 특히 좋았다.

 

 

9 시간이 넉넉해서 토교저수지에 가보았다. 길을 잘못 들어 농로를 헤매다가 퇴근길 두루미를 보았다. 여섯 마리의 두루미가 풀숲에서 푸드덕 거리며 날아오르더니 우리 시야를 가로질렀다. 오전에 독수리 못 본 것은 깨끗이 잊었다. 이 풍경 하나로 모든 것을 보상받는 느낌이었다. 귓가에 애국가가 울리는 풍경이랄까. 새를 보면서 설레기는 처음이었다. 토교저수지에서 얼음 갈라지는 소리를 들어보려고 했는데 군인들의 핀잔만 들었다. “더 추워져야 들려요허걱!

 

10 이동갈비는 역시 산장갈비. 그 전에는 김미자 할머니네를 갔는데 예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번에는 바로 옆 향유갈비를 체크해 볼 예정이다. 형제가 운영한다고 해서. 군 간부들의 회식 메뉴로 발전했던 이동갈비는 다른 곳보다 양이 많다. 1인분이 400g이다(양념갈비 기준, 생갈비는 300g). 흔히 하는 표현으로 여기서 먹어버릇 하면 다른 곳에서는 감질나서 못 먹는다.

 

) 얼음트레킹 안전 팁 :

1) 안내 표시가 없다면 얼음 위로 안 가는 것이 좋다.

2) 먼저 지나간 사람의 발자국이 없다면 얼음 위로 안 가는 것이 좋다.

3) 굳이 지나가야 한다면 선두가 지나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좋다.

4) 바위 옆은 살얼음이 있을 수 있으니 피하는 것이 좋다.

5) 아무리 단단한 얼음이라도 숨구멍이 있으니 조심하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