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카테고리 없음

여행감독의 제천 미식여행 1차 답사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21. 1. 31.




여행감독의 제천 미식여행 1차 답사기

 

세상에 이 분이 공무원이었어? 용역업체 대표인 줄 알았는데...’

 

이정희 제천시청 미식마케팅 팀장님은 페이스북 친구였다. 그래서 정확한 직함은 몰랐다. 여러 번 제천 가스트로투어 팸투어에 초대했는데 시간이 맞지 않아 못 갔다. 늘 미안한 마음이었는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행이 불가한 상황이라 짬을 내서 찾아가 보았다.

 

제천시청 소속 공무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페이스북에 자나깨나 제천 미식 투어 노래노래를 하셔서, 재계약이 필요한 용역업체 대표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 있어도 따박따박 월급 나오는 공무원이었다니...

 

제천에 왠 미식여행이냐’는 궁금증도 있었다. 전주나 군산 혹은 여수나 목포라면 쉽게 납득이 갔을 텐데 제천에서 해서 그 맥락이 궁금했다. 그리고 이번 만남에서 의문을 풀 수 있었다.

 

일단 반가웠다. 미식투어가 단순한 아이디어의 산물이 아니라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라는 것이 좋았다. 제천 약선 음식 홍보를 몇 년 동안 고민하다가 그 연장선상에서 미식투어를 고안한 것이었다.

 

세부 전략도 유효해 보였다.

구역을 분산하지 않고 집중한 점,

2시간에 6가지 음식이라는, 명확한 꾸러미를 만들어 낸 점,

가격대를 대중적으로 설정한 점 등은 돋보였다.

 

그런데 성격은 좀 급하셨다. 겸사겸사 재미삼아(재미로재미연구소 소장이니까) 차 한 잔 하러 간 것이었는데, 벌써 제천에 대한 재해석을 내놓으라 하신다. 다음에 뵈면 제천에 숭늉 나오는 우물이 있는지 함 여쭤봐야겠다. ㅋㅋ

 


한두 번 둘러보고 내뱉는 재해석은 진정성이 없을 것이다. 앞으로 제천을 여러 번 찾아가고 천천히 그 답을 얻어볼 예정이다.

 

대신 제천 가스트로투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은 선명하게 보였다.

프로그램을 명확히 한 것처럼 타깃도 명확하면 좋을 것 같았다.

여행의 여러 리그 중 20대 뚜벅이 여행자를 겨냥해 후속 마케팅이 필요할 것 같았다.

 

이들은 다른 여행 그룹보다 소비력은 작지만 파급력이 크다.

이들을 어떻게 활성화 시킬지가 관건인데, 제천은 내일로 티켓 활용 지역이니 유리하다. 올해 시내에 게스트하우스 네 곳을 새로 운영한다니 잘 준비하면 될 것 같다.

강릉과 속초의 고만고만한 맛집들이 전국구 맛집이 된 데에는 이들의 입소문 덕이 컸다. 제천도 그 메카니짐을 분석해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제천 가스트로투어의 가장 큰 숙제는 어떻게 숟가락을 얹을 것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천에 왔다 가는 사람들 중에 제천에 왔다 가는지도 모르고 본인은 청풍호(충주호) 리조트에 왔다 간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을 어떻게 시내에 있는 미식거리로 불러들이냐가 큰 숙제다.

 

다음 숙제는 수도권에서 영월과 단양에 다녀오는 사람들을 어떻게 제천에 와서 미식 한 끼 하고 가라고 설득할지에 관한 부분이다.

전국구 맛집이라는 스타 플레이어 없이 이들을 어떻게 끌어들일지 효과적인 답을 구해야 한다.

 

앞의 숙제는, 제천의 맛집은 시내에 있고 멋집(카페)은 청풍호 주변에 있다고 머릿속 지도를 정리해주면서 풀면 될 것이다. 하지만 제천 맛집 중에 더 투자하고 더 공들인 집들은 청풍호 주변에 몰려 있어서 쉽지 않을 것이다. 제천이 자체 맛집이 풍성할 만큼의 사이즈가 되는 도시도 아니고.

 

뒤의 숙제를 풀기 위해서는 영월 단역 지역 음식점의 대표 메뉴를 분석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아마 떡갈비나 석갈비 민물매운탕이나 버섯요리 그리고 산채 음식 정도가 아닐까 싶다.

이와 보완적 음식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한 끼를 그런 음식 먹었을 때 다음 끼에 먹고 싶을 음식으로...

 

제천 시내에 여행자를 끌어들여야 한다는 숙제를 풀기 위해 의림지에 방점을 찍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동선에 제천 시내가 들어가도록 도모해야 한다.. .

지금은 고속도로 IC에서IC 빠져나와 바로 목적지를 갔다가 돌아오는 구조인데, 청풍호-의림지 동선이 생기면 상대적으로 제천 시내에 끌어들이기가 용이할 것이다.

 

테마 10 1010 권역 중부내력힐링여행 기획자인 엄태석 대표의 안내를 받고 둘러본 의림지는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벽골제나 수산제와는 격이 달랐다. 관광지로도 유효했다.

그걸 충분히 부각하지 못하고 주변이 80~90년대 유원지 수준으로 정체되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비슷한 사정의 산정호수를 보는 듯.

 

제천은 단순히 물의 도시가 아니라, 물을 다스렸던 도시다.

충청도를 호서지방이라고 하는 것이 잠실 석촌호수보다 더 작은 이 의림지 때문인데, 그것은 인간이 물을 다스린 역사를 증언한다.

그렇다면 치수의 맥락에서 제천 여행의 답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함께 풀어보고 싶은 숙제가 있다. 제천의 계곡이다.

보통 계곡은 큰 산을 중심으로 밖으로 퍼지는 구조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그런데 제천은 청풍호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구조다. 그래서 미개발된 계곡이 많다.

 

여기에 재밌는 탐험적 요소가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도화동천을 좋아해서 추천했는데, 두 분이 모르셨다. 도화동천은 조선시대 선비들이 즐기던 각석도 제법 있는 곳이다. 그런데 둘이 잘 모른다는 것이 오히려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풍호로 들어오는 계곡이 너무 많아 잘 헤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청풍호로 들어오는 계곡을 재발견하는 것은 재밌는 게임이 될 것이다.

 

인간과 물이 만나는 세 가지 풍경이 제천에 있다.

자연이 빚어낸 풍경, 청풍호의 물

인간이 만들어 낸 기적, 의림지의 물

물에 대한 탐험, 청풍호 주변의 계곡

이 세 개의 물로 뭔가를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