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잿빛 드레스덴에서 구동독의 기억을 걷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22. 11. 29.

 

잿빛 드레스덴
(‘동유럽 한 달 살기’를 위한 답사 1일차, #2)

 


드레스덴의 빛깔은 잿빛이었다. 그러나 그 잿빛이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았다. 
웅장하고 화려한 외양을 잿빛의 외벽이 지긋이 눌러주어 좋았다. 
과거의 화려함은 화려함을 기억하면서도 지금은 소박하고 단정하게 오늘을 살아가자고 말하는 듯. 

 


드레스덴 구도심의 여왕은 젬퍼오페라하우스였다. 저 두꺼운 외피 안에 부드러운 클래식과 감미러운 아리아의 향연이 펼쳐진다니,  ‘동유럼 한 달 살기’ 본 프로그램 때 감상하기로 마음 먹었다. 그 날을 위해 구도심의 숙소도 물색해 두었다. 

 


둔한 여행자라도 이 도시의 화려한 과거를 눈치챌 수 있었다. 작센의 공작들이 지나는 가상 행렬을 새긴 도자 벽화나 사회주의 시절의 선전 벽화 등이 이 도시의 사연 많은 과거를 증거했다. 

 


잿빛의 구도심을 지나 만난 크리스마스마켓은 매력적이었다. 수묵화가 수묵담채화로 변하는 순간처럼 크리스마스레드가 잿빛 도시의 흐리멍덩한 날씨를 단숨에 축제의 빛깔로 바꾸었다. 

 


동유럽 한 달 살기의 베이스캠프인 데친의 체코살롱에서 드레스덴은 하루에 만원 안팎인 엘베 패스로 다녀올 수 있다. 여행기획자는 공간의 크기를 시간으로 환산하는데, 드레스덴 구도심의 시간은 ‘꽉 찬 하루’다. 하루 동안 여행자를 풀어 놓으면 누구라도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