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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미식기행에서 마주친 '맛있는 순간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23. 8. 23.

 

11월20일~11월23일 <월간 고재열>의 '명품 한국 기행' 시리즈 1편으로 '남도 인물 기행'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미식기행이기도 하고, 예술기행이기도 하고, 인문기행이기도 할텐데, ‘사람이 여행이다’라는 것이 평소 제 신조라 그 테마들을 인물로 풀어보려고 합니다.

8월12일~8월16일, 반은 여름휴가로 반은 답사 삼아 남도 맛집을 두루 정탐하고 왔습니다. '남도 미식 기행'이라고 생각했는데, '남도 과식 기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암튼 답사한 내용을 간략히 정리해 보았습니다. 

1> 충장빈대떡의 녹두빈대떡 : 

광주의 문화예술인 특히 화가들이 자주 찾는 집이라는데(예전에 황풍년 광주문화재단 대표님 따라가서 먹었던 집도 참 맛있었던 듯), 두루 만족스러웠다. 녹두를 갈지 않고 만든 녹두빈대떡에선 어릴 적 잔칫집에서 맡았던 전의 냄새가 느껴졌고, 갈치조림은 맵지도 짜지도 않으면서도 맛이 좋았다. 무엇보다 콩나물무침과 서울에서 먹을 수 없는 갓김치 비슷한 거친 열무김치가 좋았다. 웃국 위주로 먹는 가양주는 바디감이 넘 가벼워서 좀 별로였고. 
주) 남도의 밥상에서 음식맛의 가늠자는 콩나물무침이다. 재료 선택, 재료 손질, 재료 조리(적정한 데침) 양념 밸런스 등 중요한 자질을 두루 체크할 수 있는 아이템. 서울 전라도한정식 집에서 남도 콩나물무침 재현하는 집은 거의 없음. 

빈대떡 사진은 초점이 넘 안 맞아서 갈치조림 사진을 올린다


2> 광주옥의 남도식 냉면 : 
낮술을 부르는 집. 돼지고기 바싹불고기가 예전보다 지방이 많아 좋았다. 수육무침은 이번에 처음이었는데, 역시나 양념 밸런스가 좋았다. 슴슴한 평양냉면이 아니라 간이 잘 밴 남도식 평양냉면인데, 남도 출신이라 그런지 그런 맛이 좋았다. (다음 남도미식기행 때는 피니시를 ‘가매’에서 하기로. 확실히 셰프의 손길이 더해져서 그런지 일반 남도밥상보다 맛이 날카롭다는 느낌)

 


3> 신안 지도(솔섬) 전주식당의 짱뚱어탕 : 이집보다 증도 고향식당 추천
신안과 순천은 짱뚱어탕의 양대 산맥인데 나는 신안쪽에 더 점수를 주는 편이다. 신안 짱뚱어탕이 남원에서 먹는 남원추어탕이라면 순천 짱뚱어탕은 서울에서 먹는 남원추어탕 맛이라고 할까. 신안쪽 짱뚱어탕 맛이 더 깊다. 이번엔 고향식당 아니라 송도항 민어 사 오는 길에 이 식당 들러서 사 왔는데, 괜찮았다. 

이 짱뚱어탕은 가든스테이 조식에 나온 것이다


4> 송도항 민어 : 
남도의 여름 보양식은 버릴 것 없는 민어다. 민어는 적당한 시간을 숙성해야 질감도 좋고 감칠맛도 나는데 이집 민어 괜찮았다. 이 적정 숙성 때문에 영란횟집 등 검증된 곳 가는데, 다음에도 송도항에서 사서 먹어볼 예정. 서더리를 엄청 주어서 두 번이나 민어탕을 끓여 먹었다. 남도에서는 지리를 잘 안 먹는데 민어탕은 설렁탕처럼 푹 고아서 먹어야 진리. 아침 해장에 딱이었다. 


5> 훌통 해변 해파리물회 : 
전라도 음식 중에는 조연인데 주연 자리를 차지하는 음식들이 왕왕 있다. 이를테면 '애호박찌개'나 '꼬막정식' 해파리물회도 그중 하나다. 하지만 세숫대야만 한 그릇에 먹으려니 바다에서 해파리를 잡아먹는 기분. 양파나 오이를 길게 써서 해파리와 같이 집어 먹으면 좋을 것 같고, 양을 나눠서 해파리냉채(중식) 젤리와사비(타코와사비처럼) 3종 세트로 내면 좋을 것 같다고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조언. ㅋㅋ 그리고 '생해파리 물회'라고 '생'자를 꼭 붙이라는 말도. 


6> 무안 구로횟집의 낙지물회 : 
메뉴판을 보고 놀랐다. 낙지탕탕이가 7만원/8만원. 서울에서도 못 본 가격인데, 이 시골에서 이 돈을 주고 먹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못 먹어보는 낙지초무침을 시키려고 했는데 주인집 따님이 '우리 집에 오면 다들 낙지물회 찾는다'라고 유도해서 낙지물회로 시킴. 9만원. 하지만 양이 부족해서 연포탕 두 그릇(각 2만5천원) 시켰는데 '반탕' 정도로 자박하게 나왔다. 전라도에 이런 집도 있구나 싶었는데 블루리본 두 개짜리 식당이라고. 인심은 별론데 맛은 좋음. 돈이 썩을까 걱정되는 분들에게 추천. 다음에 나는 누가 사준다고 할 때만 따라갈 예정. 


7> 광주 양림동 나주곰탕 : 
언제부터인가 서울에 나주곰탕집이 남발하는데, 별로인 집도 많아졌다. 나주 3대 나주곰탕집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운 곳. 광주 숙소(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에 묵을 때 찾는 곳. 특곰탕 시키고 반주 곁들이면 무한 행복~


8> 여수 한가람 선어회 : 
여수 가면 '덕자' 먹으러 찾아가는 곳. 덕자가 안 나올 때도 있지만 여름엔 덕자가 흔한지(송도항 어시장에서도 많이 보았음) 먹을 수 있었음. 민어처럼 적정 숙성이 중요. 이집 덕자는 감칠맛이 돌아서 좋아함. 덕자를 쌈 싸 먹는 쌈장도 일품. 전어초무침은 양념이 너무 셨지만 쎄미탕(쑤기미탕)은 참 좋았음. 


9> 순천 대대선창집 : 
원래 짱뚱어전골이 유명한 집인데 이번엔 장어구이로 먹었음. 무엇보다 상차림이 재밌음. 이해할 수 없는 조합. 먼저 요기를 하라고 술빵/감자/옥수수/닭다리 등을 주는데 이걸 먹고 나면 배가 불러서 본 음식을 먹기 힘듦. 

 


10>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가든스테이 식당 : 
박종숙 경기음식연구원장 님이 푸드 큐레이터로 남도 음식을 재해석한 레스토랑인데 남도 음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 좋았음. 본인 스타일을 고수하지 않고 현지 식자재 재해석은 물론 현지 유명 식당들을 답사하고 평균값을 구해 메뉴를 만들어낸 것이 인상적. 


11월 초에 '남도 인물 기행'을 정식으로 구성할 때 위의 식당들 두루 활용하려고 합니다.

함께 하고싶은 분들은 아래 ‘어른의 여행&스테이 클럽/트래블러스랩’ 등록회원에 신청해 두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