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2019/123

캄차카 원시 대자연기행 우리가 대자연을 찾는 이유는? 대자연에 압도당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광활한 대지, 웅장한 산, 고요한 호수를 바라보며 가슴이 뻥 뚫린 느낌을 받고 싶어서, 답답한 도시에서 해방되고 싶어서 우리는 그곳에 간다. 그런 당신을 위해 캄차카 반도는 최고의 도피처요 유배지다. 캄차카는 우리를 압도한다. 대자연 앞에서 우리를 한없이 작고 한없이 무기력하게 만들어준다. 러시아 공군 비행장을 개조한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츠키(이하 캄차츠키, 캄차카의 주도) 공항에 내리는 순간부터 이 느낌은 시작된다. 멀리, 하지만 뚜렷이 보이는 설산 군봉을 바라보며 탐험가의 흥분을 느끼게 된다. 캄차카에 가면 여행 첫날 헬기 투어를 할 가능성이 크다. 기상 상황에 따라 취소되기 일쑤여서 보통 헬기 투어는 투어 앞부분에 배치한다. 헬기.. 2019. 12. 22.
기점소악도에서 달의 시간을 걷다 달의 시간을 걷다 섬에 오면 해의 시간 뿐만아니라 달의 시간도 맞춰 살아야 한다. 섬과 섬 사이를 연결하는 노둣길이 달의 시간에 맞춰 열리고 닫히기 때문이다. 노둣길은 천천히 잠기고 천천히 열린다. 달의 시간에 맞춰 살려면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섬을 여행한다는 건, 다른 시간을 살아보는 것이다. 기점소악도 순례길 트레킹을 간다면 보름달에 맞춰 가길 바란다. 우뚝한 봉우리가 없는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는 달빛 트레킹을 하기에 딱이다. 올레길을 완주하듯 단박에 걷지 말고, 반은 낮에 걷고, 반은 밤에 걸으며 천천히 만끽하시길~ 내년 봄에 청년예술가들을 데리고 와서 이 순례길을 걸어보려고 한다. 하나하나 방문하며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의도를 읽어가는 과정이 그들에게 의미있을 것이다. 기점소악도 순례길, .. 2019. 12. 16.
승리에 환희가 있다면 패배에는 그것을 뺀 모든 것이 있다 패배의 품격 살다보면 지는 줄 알면서도 싸워야 할 때가 있다. 2006년 여름부터 2007년 여름까지 시사저널에서 삼성 기사 삭제 사건에 항의하고 징계 당하고 파업하고 결국 결별했던 우리가 그랬다. 그때 가장 힘들었던 것은 승패가 언제 어떻게 결정되는지 감을 잡을 수 없던 것이었다. 우리가 이 터널의 초입인지 중간인지 끝인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얼마나 더 버텨야 하는지 몰라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싸움이 계속될수록 이길 수 있는 확률은 줄어들었고 이에 비례해서 우리가 빠져나갈 수 있는 명분도 사라졌다. 처음에는 우리의 싸움을 외면하는 ‘침묵의 카르텔’이 우리를 힘들게 한다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알게 되었다. 우리를 응원하는 목소리가 결국 우리를 죽게 한다는 것을. 그 목소리에 취해서 혹은 부응하기 위.. 2019. 12.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