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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팀 선호도와 정치인 선호도의 상관관계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0. 29.


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가
프로야구 팀 선호도와 정치인 선호도의 상관관계를 볼 수 있는 조사를 벌였네요.
그 내용을 풀어서 보도자료로 보냈는데
재밌는 구석이 많아 '독설닷컴'에도 올려둡니다.


가을 야구잔치와 한국정치


필자는 서울 소재 장훈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재일동포 야구인 '장훈'과 동명의 학교라 혹자는 “아, 야구 잘하는 학교?”라고들 아는 척 해주시지만, 실상은 야구와는 전혀 무관한 학교입니다. 2학년 때인가 광주에서 한 친구가 전학을 왔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해태 타이거즈가 너무 좋아서 껌과 과자도 '해태' 것만 먹고, 친구들이 '롯데' 제품을 공짜로 줘도 절대 먹지 않는 순혈 '타이거즈' 팬이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김대중 당시 민추협 공동의장을 혹여 DJ, 또는 김대중이라고 존칭을 쓰지 않으면, “김대중 선생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른다”고 정색을 하고 언성을 높였었지요. 그로부터 23년이 지난 올해 그 해태 타이거즈가 기아 타이거즈라는 새 이름으로 12년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었습니다. 어디선가 노란 풍선을 들고 열심히 응원했을 그 친구의 얼굴이 떠오르네요.


아울러 지역주의 면에서 ‘정치 권력과 프로야구 권력은 대개 반대편에 있다’는 속설이 이번에도 맞아 떨어졌습니다. TK 정권 시절 삼성 라이온즈는 코리안 시리즈(KS)에서 한번도 우승을 못하다가 한나라당이 야당이 돼서야 이른바 그들이 얘기하는‘잃어버린 10년’ 동안 3번이나 우승을 했고, 1997년부터 1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반면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기아 타이거즈는 10년 동안 단 한 번도 코리안 시리즈에 진출하지 못했습니다. 코리안 시리즈만 올라가면 100% 우승하는 팀인데도 말이죠. 그러다 민주당이 야당이 되고 나서야 비로소 12년만에 기아 타이거즈가 우승 트로피를 들었습니다.


플레이오프가 열리기 전에 광주광역시에 강의가 있어서 내려가 봤었는데, ‘당시 광주시민들이 사는 낙(樂)이 기아 타이거즈 경기 보는 재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더군요. 정치적으로는 야당이지만 프로야구에서 만큼은 앞으로 1년동안 디펜딩 챔피언으로 여당 지역 주민으로 지내는 셈이지요. 그러고보니 정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국민 유화정책으로 도입했다는 3S 정책(Sports, Screen, Sex)의 효과가 프로야구에서만큼은 맞아 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혹시 KBO에 '보이지 않는 손'이나 '빅 브라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프로야구팀 선호도는 어떨까요? 가을잔치가 한창일 무렵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요. 올해 가장 인기있는 팀은 김경문 감독의 두산 베어스였습니다. 플레이오프에서 아쉽게 SK 와이번스의 벽을 못넘고 3위에 그쳤지만 국민 선호도에서는 17.8%로 1위를 차지했습니다. 2위는 부산 갈매기 롯데 자이언츠와 올해 챔피언 기아 타이거즈가 17.0%로 공동 2위였습니다. 페넌트 시리즈 4위를 기록한 롯데 자이언츠의 경우에는 만약 코리안시리즈에서 우승이라도 했다면 선호도 1위는 떼어 놓은 당상이었을 정도로, 프로야구 전성기의 주역이기도 합니다. 4위는 전통 명가 삼성 라이온즈(12.4%)입니다. 2년 전인 2007년 한나라당이 야당시절 설문조사에서는 삼성 라이온즈가 21.3%로 1위였는데, 한나라당이 여당이 되고 나서 올해 패넌트 시리즈에서는 5위, 선호도에서는 4위로 밀려났네요.


5위는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의 SK 와이번스(10.9%)였습니다. 너무 승부에만 집착하는 짠물 야구 스타일 때문에 대국민 선호도에서는 야구 성적에 비해 다소 저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6위는 LG 트윈즈로 6.5%, 7위는 히어로즈로 4.3%, 8위는 한화 이글즈로 2.5%였습니다. 밑에서 3팀은 프로야구 성적순과도 비슷하네요. 야구팀이 야구를 못하면 팬들이 줄어드는 건 확연히 나타납니다. 정치 못하면 정당 지지율 떨어지듯 말이죠.


그렇다면 프로야구 선호도와 정치인 선호도 및 정당 지지율 등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볼까요? 먼저 정치인 선호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부터 보지요. 박 전 대표는 기아 타이거즈와 LG 트윈즈 팬들만 빼고 다른 팀 팬들로부터는 모두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습니다. 박 전 대표를 가장 선호하는 팀 팬들은 역시 대구 연고의 삼성 라이온즈로 61.7%였고, 롯데 자이언츠 팬들도 50.8%로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그 다음이 히어로즈로 49.9%, SK 와이번즈가 49.1%, 한화이글즈가 45.5%, 두산 베어스 36.1%였습니다.


기아 타이거즈 팬들은 20.6%가 유시민 전 장관을 선호한다고 밝혀 1위였고, 박 전 대표는 18.9%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박 전 대표로서는 썩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요. 정동영 전 장관(18.2%)보다도 높은 수치니까 말이죠. LG 트윈즈 팬들 역시 34.3%가 유시민 전 장관을, 15.9%가 박 전 대표를 꼽았습니다. 이쯤 되면 박 전 대표, 내년에는 프로야구 시구도 한 번 해봄직 한데요?


유시민 전 장관의 경우에는 LG(34.3%)와 기아(20.6%) 팬들로부터 1위를 기록했고, 친노 정치인인 만큼 롯데 자이언츠 팬들로부터 24.6%의 지지를 얻어 2위를 기록했습니다. 정동영 전 장관은 기아 타이거즈 팬들로부터는 유 전 장관에 이어 아깝게 3위를 기록했지만, 의외로 삼성 라이온즈 팬들로부터 박 전 대표에 이어 12.6%를 기록하면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정몽준 대표는 두산 베어스 팬들로부터 인기가 많은 편으로 19.5%로 유일하게 2위를 기록했고, 그 외의 팀 팬들로부터는 그다지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지 못했습니다. 정 대표가 야구 보다는 축구에 훨씬 더 기여를 많이 하는 정치인이라서 그럴까요? LG 트윈즈 팬들이 12.2%,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7.5%의 선호도를 나타냈고, 다른 팀 팬들로부터는 높지 않은 선호도를 기록했습니다.


이회창 총재는 SK 와이번즈 팬들로부터 17.5%로 2위를 기록했습니다. 승부사로서 차가운 이미지의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과 이회창 총재의 대쪽 이미지가 비슷해서 그럴까요? 이 총재는 그 외에 충청 기반의 한화 이글즈로부터 7%를 얻어 3위를 기록했고 그 외의 팀들로부터는 역시 5% 이하의 낮은 선호도를 기록했습니다.


오세훈 시장은 히어로즈 팬들로부터 38.9%의 선호도를 기록하면서 박 전 대표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한화 이글즈 팬들로부터 11.9%로 3위를 기록했습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한화 이글즈 팬들로부터 26.1%로 2위를 기록해서 다른 팀 팬들에 비해 높은 선호도를 기록했습니다.


정당 지지율에서는 한나라당의 경우 삼성 라이온즈 팬들로부터 61.9%의 지지를 얻어 가장 높았고, 한화 이글즈 팬들이 55.4%로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그 다음이 두산 베어스 팬들이 50.3%, 롯데 자이언츠 팬들이 43.9%의 지지율을 나타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기아 타이거즈 팬들로부터 56.8%의 지지를 얻어 압도적이었고, LG 트윈즈 팬들이 40.7%, 히어로즈 팬들이 40.4%로 높은 지지율을 나타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통령 지지율을 볼까요? 앞서 3S 정책 얘기를 했었는데 확실히 국민 유화정책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이 부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 응원팀이 없다는 사람들의 이명박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33.7%인데 반해, 프로야구 응원팀이 있는 사람들은 45.4%로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광주/전남 지역의 대통령 지지율이 18.5%에 불과한 반면, 기아 타이거즈 팬들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은 24.2%였고, 지지율이 가장 높은 대구/경북 지역도 대통령의 지지율이 60.2%인데 반해 삼성 라이온즈의 팬들은 73.0%의 높은 지지율 나타냈습니다. 삶의 고통을 프로야구가 마취시켜주는 걸까요? 이명박 대통령께서는 4대강 살리기에 보내는 애정 만큼, 프로야구 저변의 팬들을 넓히는 차원에서 안전하게 즐길 야구 경기장 건립에도 신경을 써주시는 건 어떨까요? G20 의장국 인기 종목으로서의 품격에도 안맞고 너무 위험한 야구장이 많습니다. 야구장 무너졌다는 뉴스 나오기 전에 얼릉 조치를 취하심이 어떠한가 싶습니다. 일부 지자체에서 돔구장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인데 모쪼록 중앙정부에서도 신경을 써주시면 좋을 줄 아뢰옵니다.


이제 정치인 분들에게 한마디 하고 글을 마무리 해야겠습니다.


프로야구 역사가 1982년부터니까 올해로 28년째를 맞이했는데요. 국회는 1948년 제헌국회니까 올해로 61돌, 즉 환갑입니다. 나이로 보면, 올해 MVP 선수 기아 김상현 선수의 나이와 한화 김인식 감독의 나이의 격차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은데요. 거의 아들과 아버지뻘 되는 거죠. 올해 프로야구를 보면서 가끔 벤치 클리어링이 있긴 했지만, 선수들의 매너가 상당히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라이벌 팀끼리 싸워도 이종범, 김재현 선수 같은 고참들은 흥분하지 않고 의젓한 대응을 했으며, 다툼이 있는 곳에 해머와 망치, 소화기가 등장하지도 않았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야구 방망이 마저도요! 욕설을 하거나 더티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에게는 네티즌들이 나서서 바로 응징을 해주기도 하고, 위엄있는 심판이 나서서 정리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질 수 밖에 없고, 좌석이 수시로 만석이 돼서 만원 사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번 코리안 시리즈를 보기 위해 경기장 줄을 서면서 밤을 새는 팬들까지 있다는 것을 뉴스로 보셨을 텐데, 언제쯤이면 정치가 프로야구처럼 성숙해지고 인기도 많아질까요? 이제 환갑까지 된 어른인데 말이죠.


마지막으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코리안 시리즈가 끝나고 승자인 기아 조범현 감독이 패장이자 스승인 SK 김성근 감독을 찾아가 모자를 벗고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모습은 정치 뉴스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정말 멋진 광경이었습니다. 아빠, 엄마들이 어린 아이들 손을 잡고 왜 그렇게들 프로야구 경기장에 밤줄을 서가면서까지 가는지 이해가 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정치인들이 서로 나무라고 삿대질 하고 심지어 격투기하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보여주기 보다는 승자가 패자에게, 후배가 선배에게 인사하는 스포츠맨들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당연한 심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치인들이 정말 서로를 '존경하는 의원님'이라고, 말로만 부르지 말고(믿지도 않습니다. 믿는다는 국민은 그저 12.7%에 불과하지요 - 리얼미터 2007년 12월 조사), 진심으로 서로가 서로를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이라도 해주는 모습을 볼 수 있으면 자녀들에게 정치 뉴스도 많이 보라고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수준은 솔직히 폭력성과 도덕성 면에서 '19금(미성년자 관람불가)'일때가 많아 아이들 보여주기가 민망합니다. 참! 스포츠맨들에게도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여운은 있네요. 경기중 침뱉는 것과 경기가 안 풀릴 때 내뱉는 욕설 좀 삼가해 주세요! HD 화면과 초고속 동영상으로 선명하게 촬영된 그 드러운 '결정적 장면들'이 브라운관 앞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하니까요. 본의 아니게 스포츠 스타들의 그 드러운 행동들을 유치원생, '초딩'들이 제법 많이 보고 따라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모방범죄인데요. 이왕이면 좋은거 모방하도록 관중들 앞에서는 멋진 모습만... 가령 동료가 좋은 플레이 했을때 엄지 손가락 '엣지'있게 치켜세워 주는 것 처럼! '네가 짱이야!'


2010년 프로야구 개막전이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
2009년 가을밤 여의도에서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