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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실험실/트위터 이용 가이드

정치인 트위터러가 '사이버 호구'인 까닭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2. 10.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트위터 정당’을 선언했다. 이에 질세라 한나라당은 지방선거 출마자들에게 트위터 등 SNS(social network service)에 의무 가입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경찰은 트위터를 통한 불법선거운동을 감시하겠다고 공표했다. 6월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트위터가 화두다.


확실히 정치인들의 관심이 블로그에서 트위터로 옮겨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까지 블로그에 대해서 묻던 정치인들이 올해부터는 트위터에 대해서 묻는다. 합당한 관심의 이동으로 보인다. 블로그를 통해 온라인에서 뉴스 생산의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면 트위터를 통해서 뉴스 유통의 민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어디서든 파워는 콘텐츠 생산력 보다 유통력이다. 그런 면에서 관심의 이동은 당연해 보인다.


비유하자면 블로그를 만드는 것은 ‘프로덕션’을 차리는 것이고 트위터를 만드는 것은 ‘방송사’를 차리는 일이다. 블로그를 가꾸는 것이 성을 쌓는 일이라면 트위터 팔로워를 늘리는 일은 길을 내는 일이다. 트위터의 뉴스 유통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조만간 다음아고라나 메타블로그보다 더 큰 파괴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것은 트위터를 통해서 ‘이슈의 패자부활전’이 벌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간지와 포털에서 기사는 물론 광고도 게재해주지 않은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말한다>가 Yes24 알라딘 등 온라인서점의 종합순위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트위터의 힘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전국민 비상연락망’이 구축된 것이다.


온라인에서 중요한 것은 ‘이슈 선점’이다. 여기서 트위터는 다른 어떤 매체보다 강력한 효과를 갖는다. 연예인이 촬영 현장에서 동료 연예인 사진을 직접 전송하고 국회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소식을 직접 전하고 의사가 병원 소식을 직접 전한다. 기자가 어떻게 이들과 승부를 할 수 있겠나? 기자들은 연예인이 전한 연예인 소식을 전하고 국회의원이 전한 국회의원 소식을 전하고 의사가 전한 의사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다. 정확히 한 박자 늦다.


트위터의 성장은 아이폰 등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속도를 더했다. ‘독설닷컴’ 트위터의 경우 8월에 만들어 팔로워 4천 명이 되는데까지 4개월 정도가 걸렸지만 그 다음 4천 명이 증가하는데는 2개월 밖에 걸리지 않았다. 현재 9천 5백명 정도인데 다음 4천 명이 증가하는데는 한 달도 채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 이 상승세가 지방선거까지 가파르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 의미에서 정치인들이 트위터를 시작한다면 지금이 적기임에 틀림없다. 큰 고기는 큰물에서 살고 큰물에서 큰 고기가 나오는 법이니까. 촛불집회 때 블로고스피어가 폭발했듯이 지방선거에서는 트위터스피어가 폭발할 것이다. 특히 트위터의 정보는 지역 정보 등 미시 정보에 강한 ‘스마트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이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지방선거와 트위터 그리고 유권자와 출마자의 함수관계는 분명하다. 표가 있는 곳에 정치인은 오게 되어 있다. 유권자가 몰려 있고 입소문이 빠른 곳이 트위터다. 정치인들은 트위터에 오게 되어 있다. 낚시꾼이 물고기를 찾아가지 물고기가 낚시꾼을 찾아가는 법은 아니니까 말이다.


트위터스피어의 기득권자로서 새로운 선수들의 참전을 환영한다. 그러나 자칫 하다간 ‘사이버 호구’가 되어 판돈만 키워주고 바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해주고 싶다. 얼핏 보기에 호락호락해 보이지만 트위터라는 공간은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다. 자칫하면 나와 같은 ‘사이버 타짜’에게 걸려 경을 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애초 트위터 열풍은 김형오 국회의장과 한나라당 의원들이 일으켰다. 정치인 중에서 트위터를 가장 먼저 시작한 정치인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이었다. 그러나 미디어법 개정을 강행하면서 트위터러들에게 맹공을 당했고 이때부터 대부분의 정치인 계정이 휴면상태로 들어갔다. 그 빈틈을 치고 들어온 정치인이 바로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와 심상정 전 의원이었다. 군불은 한나라당이 지폈는데 진보신당이 불을 쬔 것이다.


현재 트위터스피어의 정치세력 구도는 이렇다. 고 노무현 대통령을 추모하는 ‘추노’들과 화이트칼라진보를 주축으로 하는 ‘쿨진보’가 양분하고 있다. 팔로워 1만 3천명의 유시민 전 장관과 팔로워 2만5천명의 노회찬 대표가 그 표상이다. 여기에 팔로워 7천명의 정동영 의원 등이 세를 넓혀가고 있고 이정희 의원과 강기갑 대표 등 민노당이 뒤늦게 참전했다. 트위터 정당 민주당과 트위터를 강제 가입시키겠다는 한나라당은 그리 존재가 없다.


트위터스피어를 흔들 수 있는 유일한 정치인은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다. ‘박사모’가 트위터스피어에 들어온다면 트위터의 정치성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는 솔직히 달갑지 않은 일이다. 트위터러들의 갈등 양상이 본격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블로고스피어에도 진출하지 않았던 친박이 트위터스피어에 진출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트위터에 들어오려는 정치인들이 하나 명심할 것이 있다. 트위터스피어는 ‘선사후공’의 사이버 광장이다. 사람들이 풍선들고 와서 김밥 먹고 있는 공간에 가서 저 잘났다고 웅변하고 있을 때 돌아올 반응은 뻔하다. 뻔한 진리인데 트위터에서 보면 그런 웅변가들이 많다. 보기에 딱하다.



주> 민중의소리에 기고한 글을 보완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