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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실험실/트위터 이용 가이드

트위터로 기자가 된 여고생 이야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2. 25.




트위터는 SNS(Social Network Service), 즉 사회적 관계망 서비스의 하나다. 그렇다면 트위터가 개인의 사회적 관계망을 얼마나 확장해줄 수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간단한 실험을 해보았다. 학생들에게 트위터에서 맺은 관계를 바탕으로 온라인 인터뷰를 하게 하는 방식이었다. 스스로 주제를 정해서 그 주제에 대해 정치인·연예인 같은 유명인의 의견을 받는 것인데 중·고등학생과 대학생들이 참여했다.


결과가 놀라웠다. 고작 하루 이틀 만에 학생들은 자기가 정한 주제와 관련해 유명인들의 대답을 받아왔다. 일반 기자도 유명인의 의견을 받기 위해서는 매니저나 보좌관을 통해 받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데 어린 학생이 트위터를 통해 아주 쉽게 받아냈다. 트위터를 활용해 일반 기자 못지않은 취재를 한 것이다. 유명인들이 같은 트위터러 처지에서 흔쾌히 이들의 질문을 받아주었기 때문이었다.


그중 두드러진 학생은 부천정명고등학교 2학년인 김혜인양(hye_in)이었다. 그녀는 꿈에 관한 주제로 가수 타이거JK, 방송인 박경림, 배우 박중훈, 개그맨 유민상 등 연예인과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같은 유명인들을 인터뷰해 꿈에 관한 이들의 생각을 받아냈다. 방식은 트위터로 유명인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DM(Direct Message, 본인만 볼 수 있게 보내는 것)을 보내는 방식이었다.  


김양은 먼저 자신이 여성 MC 중 최고라고 생각하는 방송인 박경림씨(@TalkinPark)에게 자신과 같은 나이인 열여덟 살 때 가졌던 꿈과 지금의 꿈에 대해 물어 “방송인의 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소풍 가서 사회를 보게 되면서부터 꾸게 되었어요. 지금 현재의 꿈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좋은 MC가 되는 거예요. 언젠가는 이룰 수 있겠죠”라는 답을 받아냈다.


다음 진보신당 노회찬 대표(@hcroh)에게 같은 질문과 정치인이 꿈인 청소년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어 “열여덟 살 때 꿈은 독재를 물리치고 민주화를 이루는 데 헌신하는 일이었고, 지금 가진 꿈은 복지국가 건설입니다. 정치인이 꿈인 청소년에게는 ‘흐르는 물처럼 낮은 곳으로 임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네요”라는 답신을 받았다.


개그맨 정종철(옥동자, @OkdongjaU)에게 지금의 꿈을 물어 “개그 하면서 대상도 타고 최우수상도 탔지만, 그때는 개그가 유행이었고요. 지금은 버라이어티가 대세잖아요. 저도 버라이어티에서 일등을 해서 꼭 최고의 개그맨이 되려고 합니다”라는 답을 받았다. 그리고 개그맨이 꿈인 청소년을 위한 조언도 받아냈다. 


개그맨 유민상씨(@Gagpig128)는 “열여덟살 때부터 개그맨이 꿈이었습니다. 사실 그거 믿고 공부 안 한 것도 있지요. 지금의 꿈은, 길게 가는 개그맨이 되고 싶습니다. 사실 이게 방송하는 사람들에겐 제일 어려운 꿈이죠. 개그맨이 꿈인 학생들에게 한마디한다면 ‘개그맨이 꿈이었지’ 하는 후회를 남기지 말고 도전하라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배우 박중훈씨(@moviejhp)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었다. 김양은 애초 두산 박용만 회장(@Solarplant)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박 회장이 유럽 출장 중이라 바쁘다며 대신 박중훈씨와의 인터뷰를 주선해주었다. 대기업 회장이 일면식도 없는 고등학생의 숙제를 돕기 위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한 것이다. 박중훈씨는 영화배우가 꿈인 청소년들에게 “저는 항상 배우였어요. 지금 꿈은, 예상되는 답변이지만 좋은 배우로 오래 기억되는 것이죠. 배우는 연기력이 중요한 게 아니고 마음의 넓이와 깊이가 중요합니다. 많이 생각하고 읽고 많은 사람과 좋게 지내세요”라는 조언을 전했다.


힙합 가수 드렁큰타이거의 타이거JK(@DrunkenTigerJK)는 공연을 앞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장시간을 할애해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열여덟 살 때의 꿈과 지금 갖고 있는 꿈 그리고 래퍼나 힙합인이 꿈인 청소년들에게 당부할 말을 자세히 일러주었다. 그는 트위터로 계속 글을 보내면서 원고지 20장 분량의 자존 스토리를 전했다.


드렁큰타이거JK는 김양에게 ‘열여덟 살 때 꿈은 얼굴에 여드름이 없어지는 것’이었고, 지금의 꿈에 대해서 물으면 ‘답을 찾지 못하는 자신이 미워지고 있는데 태권도장을 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고, 래퍼가 되려는 청소년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그냥 좋아서 하는지 사랑해서 하는 건지, 심장에서 하라고 해서 하는 건지, 스타가 되고 싶어서 하는 건지 잘 따져봐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김양은 이런 인터뷰를 오직 트위터를 통해서만 진행했다. 인터뷰한 유명인과는 일면식도 없는 상황이었다. 인터뷰도 겨우 이틀 동안 진행했다. 트위터를 통해 인사를 건네고 인터뷰 요청을 한 뒤에 받아낸 답이었다. 평범한 여고생이 일반 기자도 수행하기 힘든 과제를 해낼 수 있는 것이 바로 트위터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