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어른의 여행, 트래블러스랩
  • 어른의 여행 큐레이션, 월간고재열
  • 어른의 허비학교, 재미로재미연구소
위기의 기자들, PD들

'언론 장악'의 시대에서 '언론 농락'의 시대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3. 23.


우리의 언론자유가 어디까지 후퇴했을까? 의견이 분분하다. 1980년대 후반 1990년대 초반 언론노조가 태동할 무렵으로 후퇴했다는 주장, 1980년대 초반 언론통폐합 시절과 비슷하다는 주장, 1970년대 중반 동아투위 상황까지 갔다는 주장에 일장기 지우던 일제시대보다 나을 게 없다는 주장도 있다.


나는 좀 더 멀리 본다. 350년 전, 조선시대 연산군 시절까지 후퇴했다는 것이 내 분석이다. 이유는 이렇다. 연산군은 능상(왕을 능멸함)의 죄를 물어 사관들을 응징했다. 왕의 국정철학을 구현하기 위해 왕을 미화해야 할 사관들이 감히 왕을 평하고 가르치려든다고. 그것이 조선시대 4대 사화 중 최초인 무오사화가 일어난 이유였다.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언론을 치적을 알리는 도구적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언론인의 주된 역할을 왕의 치적을 칭송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 바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관과 일치한다. 사화를 통해 사관들을 제압한 연산군이 역사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듯이 이명박 정부 역시 언론을 장악하고 더 이상 여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


사관의 붓이 꺾인 뒤 연산군의 패악무도한 짓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이명박 정부도 마찬가지였다. YTN KBS MBC에서 결사항전하는 ‘언론 삼별초’가 있긴 하지만 MBC에 친 정부적인 사장을 임명하는 것으로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은 일단락되었다. ‘장악’이라는 시즌 1의 테마가 마무리되자 ‘농락’이라는 시즌2의 테마가 시작되었다.


김우룡 전 방문진 이사장의 조인트 발언은 그런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김 전 이사장은 신동아 4월호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이 ‘큰 집에 불려가서 조인트(정강이)를 까였다, 정권은 MBC 사장을 청소부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MBC 사장의 첫 번째 조건은 말을 잘 듣는 것이다, 이제 MBC에서는 좌파가 70~80% 정도 적출되었다’는 말로 능욕했다.


김 전 이사장의 말로 인해 MBC는 두 번 능욕 당했다. 정권에 능욕 당했고, 능욕 당한 사실이 알려지는 능욕을 또 당했다. 한 때 대학에서 언론학을 가르치던 교수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천박한 발언을 쏟아내며 그는 현 정부의 부박한 언론관을 드러냈다. MBC 사장이 그런 대접을 받는다면 KBS 사장이나 YTN 사장은 사람대접을 받고 있을까?


논란이 일자 정권은 김 전 이사장을 사퇴시키며 무마에 나섰다. 김 사장을 불러 조인트를 깐 큰집이 청와대는 아니라고 발뺌했지만 글쎄... 청와대가 아니면 그 위란 말인가? 그 위에 뭐가 있나? 그 아래인가? 그럼 그 아래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면 청와대는 도대체 어떤 짓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인가?


김우룡 뿐만이 아니다. 정권에 기생하는 부역 언론인들의 몰염치는 곳곳에서 확인된다. YTN에서는 보도국 간부가 노조원을 고소했다. 노조 홈페이지에 게시된 한 조합원의 글이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YTN 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허위 사실도 아니었다. 그런데 언론사 간부가 후배의 책망에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송사라니, 할 말을 잊게 만든다.


KBS에서도 몰염치가 풍년이다. KBS 새노조는 보도국 간부가 일선 기자들을 불러서 새노조 탈퇴를 종용하며 탈퇴하지 않으면 지방사 발령을 시키겠다는 식으로 겁박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리고 ‘특정 노조에 대한 탈퇴 요구, 노동조합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업무상 차별 혹은 인사상 불이익, 노동조합 가입자의 명단 제출 요구’한 상황에 대한 파악에 나섰다.


어찌보면 놀랄 일도 아니다. ‘큰집’에서 방송사 사장을 불러 조인트를 까는데 보도국 간부가 기자 조인트를 못 까겠는가? 정권에 부역하는 언론인들이 찬 시계는 모두 거꾸로 가고 있다. 단지 더 빠르냐 더 느리냐의 차이만 있을 뿐. 그들의 가열찬 역주행에 현장 언론인들이 심한 멀미를 하고 있다.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출근저지를 그치는 순간 언론 장악의 대역사가 마무리 되었다고 자만한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여기자들을 농락했다. 여기자 대회에 깜짝 방문한 그는 ‘애 둘 낳아 잘 기르는 현모양처가 되라’며 조롱했다. 여기자 150명을 앞에 두고 경박한 사고방식을 과감 없이 드러낼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자신감은 충만해 있다. 보도에 애 둘 낳아 잘 기르던 그의 현모양처 딸이 서울시의원 공천신청을 했다고 한다. 그의 딸은 시의원 일을 백화점 문화센터 수강하는 일 정도로 생각한 것일까?


왜? 이들의 자만심은 극에 달하고 파렴치한 농락이 횡행할까? 주위를 둘러보면 답이 나온다. TV를 켜면 ‘땡이뉴스’요 종편 개평을 받기 위해 보수언론이 ‘명비어천가’를 쏟아내고 있으니 방심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청와대 사진기자들이 ‘국민과 함께 한 2년’ 전시회를 열고 아부 경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우리는 모두 거꾸로 가는 시계를 차고 살고 있다.   


주> 언론노조 KBS본부 노보에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