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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실험실/일본 대지진 긴급 구호

일본은 지진 쓰나미와 싸우고 한국은 몰상식의 쓰나미와 싸웠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1. 3. 13.



지난 주말, 지진과 쓰나미와 방사능이 일본 열도를 강타했다. 여행 중이라 이 소식을 트위터를 통해 들었다. 일본 교포와 유학생 계정으로부터 일본 지진 소식이 들려왔다. 곧이어 언론사 계정으로 공식 뉴스가 올라왔고, 그렇게 소문과 뉴스 사이를 진동하며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고 지인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글이 무시로 올라왔다. 

몸은 비록 남도의 봄을 만끽하고 있었지만 마음만은 그들과 함께 하기로 했다. 일본 현지 피해 소식을 전하는 확성기 노릇과 일본 지인의 소재를 파악하는 비상연락망을 자처했다.  8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하고 있는 덕에 한국과 일본의 좋은 채널이 될 수 있었다. 

몇몇 국내 이용자들은 일본의 지인과 연락이 닿았고 일본 쪽 이용자들은 무사 소식을 전하며 국내 이용자들을 안심시켰다. 새벽까지 쉴 틈이 없었다. 현실 세계의 여행과 사이버 세계의 재난이 부조화 속의 조화를 이루며 교차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다. 다음날은 몰상식과의 싸움이었다. 이 싸움은 세 축으로 진행되었는데, 하나는 기성언론과의 싸움이었다. ‘일본 침몰’‘떼죽음 당한 센다이’‘한류 악영향 우려’‘경기취소로 김태균 컨디션 저하 걱정’이라며 자극적인 제목을 쏟아내는 기성언론의 천박한 행태를 함께 비난했다. 

다음은 ‘일본이 죄값을 치렀다’며 ‘잘 죽었다’며 대지진을 예찬하는 무개념 누리꾼들과의 싸움이었다. 이들은 근현대사 일본의 여러 악행을 들먹이며 대지진을 당연한 귀결이라며 후련해 했다. 이들 마음속의 악마와 싸우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다. 정신대 할머니들이 매주 수요일 벌이는 일본 대사관 앞 집회를 애도 행사로 바꾼 것에 귀를 기울였으면 좋겠다. 

마지막 싸움의 대상은 우리 정부의 무관심이었다. 대지진으로 인한 원자력발전소 붕괴로 방사능이 누출되고 외신들이 한국을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곳으로 꼽는 가운데도, 우리 정부는 ‘편서풍’만 들먹이며 무심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한국형 원자력 발전소 기공식 참석을 위해 아랍에미리트로 출국하며 ‘무심 종결자’의 면모를 보여줬다. 

이렇게 몰상식의 쓰나미가 밀려오는 가운데도 대부분의 트위터 이용자들은 침착을 유지했다. 그들은 일본 지인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연락처와, 현지 소식을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인터넷 페이지와, 각종 정보를 주고받으며 수습을 도왔다. 다양한 해시태그로 상황을 정리했고 여러 가지 구호 기금 마련 방법을 제안했다. 

슬프지만 일본이 지진과 쓰나미와 싸울 때, 한국은 지진난 상식과 몰상식의 쓰나미와 싸웠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이웃에 재앙이 닥치고 수천명의 사람이 죽어나갔는데, 선정적인 제목으로 독자를 낚고, 유치한 복수심으로 그들의 슬픔에 환호하고, 닥쳐올 위험에 무심한 이 몰상식과의 싸움에, SNS가 전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