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 마련 순서는 신발=>바지=>윈드재킷=>배낭
올레길·둘레길 걷기를 집 근처 산책로 걷기 정도로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청바지에 운동화 차림으로 걷는 사람도 꽤 많다. 그러나 이렇게 길을 만만하게 보고 나섰다가는 큰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올레길·둘레길은 제법 긴 곳이 많고, 인가와 떨어진 곳도 많아서 도움을 받기 쉽지 않은 데다, 산책로의 탈을 쓴 등산로라 할 만큼 길이 제법 험한 곳도 있기 때문이다.
올레길·둘레길을 걸을 때 입을 만한 아웃도어 의류와 트레킹 장비를 알아보았다. 사전조사차 트위터를 통해 물어보니 사람들은 대개 이런 순서로 장비를 마련하고 있었다. 먼저 트레킹에 적합한 신발을 장만한다. 그리고 신축성이 좋은 바지를 마련한다. 비 오고 바람 부는 날에 대비해 윈드 재킷을 준비하고 적당한 크기의 배낭을 구입한다. 친환경 물병과 챙이 넓은 모자, 그리고 등산용 스틱과 구급약 등도 꼭 챙길 물건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트레킹에 적합한 신발은 어떤 것일까. 전문가들은 일단 ‘한국 체형’과 ‘한국 지형’에 맞는 신발을 사라고 권한다. 한국 체형에 적합한 신발을 고르는 이유는 볼이 좁은 외국 등산화가 한국인에게 잘 안 맞는 경우가 많아서이고, 한국 지형에 맞는 신발을 고르는 것은 바위가 많은 한국 트레킹 코스에서는 바닥이 딱딱한 경등산화가 트레킹 운동화보다 낫기 때문이다. 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신발은 저녁 무렵 발이 부어 있을 때 사는 것이 좋다. 그래야 나중에 발이 꽉 끼는 고통을 피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또 ‘트레킹 장비에 돈을 쓰려면 가급적 신발에 많이 써라’라고 충고한다. 고어텍스 소재의 등산화를 사서 변화무쌍한 한국 기후에 대비하라는 말이다. 추천할 만한 브랜드를 물었더니 머렐·파이브텐 등 해외 브랜드를 꼽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부분이 K2·코오롱스포츠·트랙스타·캠프라인 등 국내 브랜드를 추천했다. 그만큼 국내 아웃도어 제작사들의 신발 제조 능력이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는 뜻이리라.
평탄한 길을 걸을 때에는 워킹화도 신을 만한데, 요즘 프로스펙스 워킹화가 인기다. 워킹화 부문에서는 나이키를 앞설 정도로 성장했는데, 집 주변 산책로를 걷는 사람에게 적합하다. 발가락 양말처럼 발가락 신발도 나왔는데, 초보자에게는 오히려 불편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개인적으로 세 브랜드의 등산화를 신어보았다.
트렉스타 : 저렴했고 쓸만했다. 다만 방수가 안 되는 제품이어서 스위스 빙하트레일을 걷다 신발에 물이 차서 식겁한 경험을 한 후에 알프스 산장에 남겨두고 왔다. 개인적으로 등산화는 자국 브랜드를 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 나라 사람 발에 가장 맞으니까.
파타고니아 : 고전적인 디자인인데 평상시에서 신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샀다. 그리고 주구장창 신고 다녔다. 그런데 관리가 안 되어 완전 헌신발 티가 난다. 친환경 브랜드라 밑창도 갈아주고 다 갈아준다고 하는데 게을러서 아직 안 찾아가 보았다.
머렐 : 스위스에서 트렉스타를 버릴 때 샀다. 중국에서 만든 미국 브랜드 신발을 스위스에서 한국사람이 산다는 게 좀 웃기다는 생각을 했는데... 방수되는 신발을 약 16만원 정도에 샀다(할인 상품이었다). 볼이 좁은 타입이라 머렐 신발이 잘 맞았다. 방수도 잘 되고... 만족한다.
신축성 좋은 등산 바지가 걷기에 도움
다음은 바지. 트레킹 전문가들은 ‘걷는 것은 하체이고, 상체는 그저 거들 뿐’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고어텍스 윈드 재킷을 구입하는 것보다, 신축성 있는 등산 바지를 준비하는 게 훨씬 걷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기자도 몇 번 청바지를 입고 장시간 트레킹을 해봐서 아는데, 꼭 새겨들어야 할 충고다. 바지를 잘 챙겨 입어야 걷기가 편하고 즐겁다.
바지는 쉐펠 브랜드의 제품을 많이 추천했다. 일본 아웃도어 브랜드 몽벨의 바지는 일본인의 체형이 우리와 비슷해 잘 맞는다는 추천사가 많았다. 디자인이 화려하고 라인이 들어간 것보다는 단순하고 라인이 들어가지 않은 것을 사서 평상시에도 입고 다니는 것이 낫다는 조언도 나왔는데, 에이글이나 컬럼비아 브랜드의 바지가 주로 그렇다고 한다. 바지를 고를 때는 신축성이 좋은 ‘쉘러’ 소재로 된 것을 고르라고 했다.
바지는 라퓨마 코베아 휠라를 사용해 보았다.
라퓨마 : 반바지를 샀는데 색이 금새 바랬다. 기능성 소재가 아닌 것 같았다. 이 때 이후로 라퓨마는 불신하고 있다.
코베아 : 가장 만족하며 입고 있는 등산용 바지다. 소재도 탄탄하고 착용감도 좋다. 동절기용인데 보온도 잘 된다.
휠라 : 하절기용인데 색감이 좋아서 평상시에도 주구장창 입고 다녔다. 그런데 마찰 부위가 색이 바래고 있다.
윈드 재킷은 굳이 비싼 고어텍스 소재로 살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바람막이 재킷이나 우비 정도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어텍스 과소비국이라며 산에서 패션쇼 할 것이 아니라면 굳이 입지 않아도 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값싸고 질 좋은 소재도 많으므로 신발과 달리 굳이 고어텍스를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고어텍스 소재 재킷을 입으면 든든한 것은 사실이다. 비록 3000m 이상의 고산 지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은 계절 변화가 크고 기온 변화의 폭도 커서 고어텍스 재킷이 꽤 유용한 편이다. 여러 계절에 두루 입어야 하므로 겨드랑이 통풍 지퍼가 달린 것이 더 낫다.
고어텍스 재킷 중에서는 요즘 아크테릭스와 파타고니아가 인기가 좋다. 아크테릭스는 고어텍스의 생명인 마무리 바느질 처리가 깔끔하고 색감이 좋다. 친환경 브랜드인 파타고니아는 기업 철학으로 각광받는다. 한때 전문가들이 선호했던 노스페이스는 요즘 중·고생들이 ‘제2의 교복’으로 입고 있어서, 패션을 신경 쓰는 사람은 꺼리는 분위기이다. 국내 브랜드(혹은 국내 회사가 소유한 해외 브랜드) 중에서는 네파와 라퓨마가 젊은 감각의 디자인으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큰 맘 먹고 아크테릭스를 샀는데...
색감(겨자색과 노란색의 중간 정도?)이 좋아서 평상시에도 자주 입고 다닌다. 그런데 기능이 안 좋았다. 땀이 많이 찼다(내가 이 많은 체질은 아닌데...). 특히 가을에 안에 패딩을 받쳐 입으면 안에 홍수가 났다.
개인적으로 아크테릭스는 여성에게 권하는 브랜드다. 아크테릭스의 색감은 따라올 수가 없다. 아웃도어 브랜드를 돌다 보면 결국 아크테릭스에서 사게 될 것이다.
아크테릭스를 아웃도어계의 명품브랜드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나 비싸지 외국에서는 다른 브랜드와 거의 차이 없다. 스위스 갔을 때 체르마트에서 내피를 10만원 정도에 사왔다(물론 할인가지만).
배낭과 스틱도 마련해서 오래걷기 대비해야
마지막으로 배낭 고르기. 배낭은 대체로 20~25ℓ 정도 크기가 트레킹에 적합하다. 배낭을 고를 때는 무엇보다 자기 체형에 적합한 것을 택한다. 그리고 비가 올 때 배낭을 통째 씌울 덮개가 있는 것을 고른다. 배낭에는 갈아입을 속옷과 양말을 충분히 챙기는 것이 좋다.
의외로 배낭보다 스틱이 더 중요하다는 사람도 꽤 있었다. 무리한 트레킹이 무릎에 무리를 줄 수 있는데, 스틱이 충격을 분산해서 그 위험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가볍고 튼튼한 스틱으로 알파인 스키를 타듯 걸어서 충격을 분산시키면 직립보행하는 인간이 네 발로 걸을 때처럼 편하게 걸을 수 있다고 한다.
배낭과 스틱 외에 챙이 넓은 모자, 친환경 물병, 구급약 등도 걷기 전 미리미리 챙길 일이다. 올레길·둘레길은 등산로보다 그늘이 적어서 모자가 필수품이다. 등산로처럼 약수터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물병은 넉넉한 것으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을 차단할 선크림과 간단한 치료를 할 수 있는 구급약도 미리 준비하시라.
배낭은 바우데 것을 쓰고 있다(40리터). 모든 이음 부분이 갈고리로 거는 형식의 배낭이라 특이해서 샀는데... 음... 상당히 불편하다. 그래도 특이해서 마음에 든다. 해외 트레일을 겨냥하고 산 배낭인데... 역시 국내에서는 20~25리터 정도의 배낭이 적당한 것 같다.
그리고 다양한 내피들...
하절기 셔츠와... 파이브텐 피츠로이 마운틴하드웨어...
동절기 내피는... 아크테릭스 파타고니아 몽벨...
여러 브랜드 제품을 두루 써보며 테스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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