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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의 발견/제주 문화이민

제주올레 살인사건에 대한 언론의 호들갑, 그리고 이상한 결론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2. 7. 25.





제주올레 1코스를 잠정폐쇄 하기로 했다는데... 언론의 호들갑이 이상한 결론을 도출시켰다. 교통사고 난다고 도로를 폐쇄하나? 올레는 새로 낸 길이 아니라 마을길 숲길 해변길을 연결한 것일 뿐이다(폐쇄 시킬 수도 없는 길이다). 길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위험한 것인데...



세계 유명 트레일에는 '낭떠러지 조심' 등 길의 위험성을 알리거나 '곰 습격 조심' 등 돌발상황을 경고하는 표지판이 있다. 제주올레에는 '사람 습격 조심' 표지판을 달아야 하나??? CCTV를 설치하고 순찰을 도는 것이 '사람' 때문이라니 씁쓸하다. 혼자 길을 걷기에는 세상이 너무 험악해졌다. 



피해자 유가족의 참담한 심정은 이해하지만 제주올레에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잘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제주올레는 올레길을 내고 길을 걷는 사람들에게 돈을 받아 운영하는 곳이 아니다. 이미 있는 마을길 숲길 들길 해변길을 서로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했을 뿐이다.

 

치안에 대한 책임은 경찰의 몫이다. 그거 하라고 세금으로 그들에게 월급 주는 것이다. 올레길이든 아니든 경찰이 주체다. 제주경찰청장이 나와서 대책을 발표해야 한다. 전국의 산책로 조성 단체는 대부분 제주올레처럼 민간단체다. 이들에게 치안대책까지 마련하라는 것은 가혹할 뿐더러 가능하지도 않다. 



통영 어린이 살해 사건과 제주 살해 사건은 문제의 결이 다르다. 통영 어린이 살해 사건은 명백한 시스템의 문제다. 성범죄 전과자에 대한 정보공개 문제, 그리고 결손가정 자녀 등에 대한 사회적 보호 문제 등 시스템문제로 접급할 부분이 많다. 그러나 제주 살해 사건은 이런 식으로만 접근하기에는 한계가 많다. 



통영 어린이 살해 사건과 제주 살해 사건이 말하는 것은 이제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도 '위험사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순박한 시골 인심은 신화가 되었다. 어디든 위험하다. 다행인 것은 둘 다 범인을 검거해 '반드시 잡힌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두 사건다 비교적 빨리 검거했다. 



만약 제주 살해 사건 범인을 경찰이 제 때 검거하지 못했다면 경찰은 엄청난 욕을 먹었을 것이다. 강정마을 시위 막는 일에는 사력을 다하고 민생 치안에는 소홀하다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앞서 올레길 치안 문제는 제주올레 책임이 아니라 제주경찰청 책임이라고 했지만, 사실 경찰이라고 해서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올레길 치안'이라는 화두가 의제가 되는 순간 막막한 바다에 돗단배를 타고 나가는 느낌이 들 것이다. 



끔찍한 일이고 참담한 일이지만... 천천히 생각해보고 원인이든 대책이든 생각해 보아야 한다. CCTV가 도심 골목길의 대책은 될 수 있겠지만 코스당 15~20km의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올레길 순찰이 대책이 될 수 있는지... 올레길에서 불심검문 받는 것을 사람들이 감당할 지... 좀더 천천히 생각해 보자.



주) 제주올레의 의미를 재조명 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제주올레가 일본에 수출되어 '규슈올레'를 조성했던 이야기를 첨부합니다. 

일본에 '산티아고길'이 아니라 '올레길'이 난 비결입니다.  



일본에 수출된 제주올레 이야기 - 규슈올레 조성사업



제주올레가 일본에 수출되었다. 일본에서 세 번째 큰 섬으로 우리의 도에 상응하는 현이 7개나 있는 규슈 섬이 제주올레를 수입했다. 제주올레와 공식 계약을 맺은 규슈관광추진기구는 1차로 4개 코스(사가·오이타·구마모토·가고시마 현)를 오픈했다. 간세 표지판과 나무 화살표 등 제주올레의 표식도 그대로 들여왔다. 리본 색깔 중 귤을 의미하는 주황색을 일본 신사의 도리(신사 입구에 세운 문) 색깔인 다홍색으로 바꾸었을 뿐이다.


제주올레재단은 규슈올레를 조성하며 깐깐한 시어머니처럼 훈수했다. 길은 내는 것이 아니라 찾는 것이라는 올레 정신을 들려주며 함께 숨은 옛길을 찾았고, 단순히 자연경관이 좋은 곳만을 골라 걷지 않고 농촌 풍경 등을 두루 보면서 걷고 소통해야 한다며 규슈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길을 골랐다. 담당 공무원들은 휴일까지 반납하고 산과 들을 누벼야 했다.


아직 규슈올레의 시작은 미약하다. 규슈올레가 첫해에 제주올레재단에 지불하는 로열티는 100만 엔(약 1400만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상징 가치와 성장 가능성은 결코 작지 않다. 일단 제주올레의 위상이 높아졌다. ‘월드 트레일 콘퍼런스’를 주관하는 제주올레는 이미 스위스·캐나다 트레일 코스와 우정의 길을 만들었다. 규슈올레 개장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트레일 코스가 되었다.


일본 본토 섬 중 가장 남쪽에 있는 규슈 섬 주민들은 예로부터 서구 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네덜란드와 교류한 나가사키 항도 이곳에 있고, 메이지유신의 주역도 대부분 규슈 출신이다. 이들이 세계적인 트레일 유행에 동참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냥 길을 내면 될 것을 왜 굳이 제주올레를 수입했을까? 산티아고길이 있는 스페인을 비롯해 프랑스와 스위스 등 트레일 선진국도 많은데….


여기에는 현실적인 이유가 작용했던 듯하다. 규슈 운수국의 다마키 요시토모 국장은 “30대 중·후반 여성, 이른바 골드미스에게 걷기가 트렌드다. 제주올레로 인해 연간 200여 만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제주에 유입된다는 것을 보고 수입을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규수관광추진기구 다케다 세이치 부장은 “한국 사람들에게 ‘제주올레’가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다. 그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규슈올레라고 이름 지으면 규슈에 좋은 길이 있다는 것을 바로 연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규슈 섬의 외국 관광객은 연간 100만명 내외인데 이 중 65% 정도가 한국인이다. 일본 열도의 다른 섬은 보통 외국 관광객 중 한국 관광객 비중이 35%인데 이에 비하면 규슈는 한국 관광객이 절대적이다. 규슈관광추진기구의 이시하라 스스무 회장은 “후쿠시마 대지진 이후 한국 관광객의 회복이 더디다. 엔고까지 겹쳐서 더욱 그런 것 같다. 규슈올레에 기대를 걸고 있다. 올해 말까지 10코스를 개장할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요약하면, 제주올레를 값싸게 들여와 한국 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것인데, 효과가 있을까? 일단 가능성은 보인다. 국내 ‘참좋은여행사’가 발 빠르게 규슈올레 상품을 홈쇼핑을 통해 팔았는데 곧바로 700명 정도가 이를 신청했다. 규슈올레 코스를 걸으며 트위터에 설명을 남기면 문의가 쇄도한다고 한다. 한국 관광객에게 이미 친숙한 규슈이건만 이곳을 방문할 새로운 이유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올레가 헐값에 남 좋은 일만 해주는 것일까? 제주올레 측은 규슈올레를 걷는 일본인들이 ‘오리지널’인 제주올레도 찾게 되리라고 예상한다. 실제 규슈올레 개장 소식을 전하면서 일본 주요 언론은 제주올레를 함께 소개했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은 “이번에 일본에 제주올레 소개가 많이 되었다. NHK에서도 규슈올레와 제주올레를 특집으로 다루기로 했다. 규슈올레와 제주올레는 ‘윈윈’하게 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전체 기사 :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26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