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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기획한 해외여행

히말라야에서 조난당할 뻔한 사연, 무사히 내려와서 다행이지만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9. 3. 4.



밤 여덟시까지 일행이 돌아오지 않으면 정식으로 조난 신고를 하려고 했다.

해발 4000미터, 날은 어두워졌고, 아직 겨울이고, 골짜기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눈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아이젠도 스패치도 없이, 대부분 헤드랜턴도 없이 올라간 상태였다. 잠시 산책을 나간다며 나갔는데 아직 소식이 없었다.

네팔인 가이드를 포함해 6명이 올라갔는데, 한 명만 네려왔다. 그들을 데리러 간 한국인 가이드도 연락이 두절 되었다. 위성전화를 해보았지만 신호가 가지 않았다.

먼저 내려온 사람은 뒤쳐져서, 일행이 먼저 내려가라고 해서 내려오는 길이라고 했다. 키친팀을 이끄는 네팔인과 키친보이 두 명도 올라갔다고 했다.

해가 지니 너무 걱정이 되었다. 여덟시를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정식으로 조난 신고를 하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써보려고 했다.

기다리던 일행 중 한 명이 남은 키친보이 몇 명을데리고 올라가자고 했지만 말렸다. 우리도 저 언덕을 넘어가면 바로 구조대가 아니라 조난대라고.

피가 마르는 것같은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멀리서 불빛 하나가 내려왔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내려왔다.

네팔인 키친팀장이었다. 우리가 묻기 전에 그가 우리에게 물었다. “저녁은요?” 박영석 엄홍길 등 고산 등정팀의 키친팀으로도 동행하며 예정된 시간에 1분도 안 늦는다는 그의 투철한 직업의식이 돋보였다.

저녁은 남은 키친팀에 얘기해 먹었다고 하자 그가 우리 일행은 한 시간 쯤 걸려서 내려올 것이라며 무전기를 건네 주었다.

무전기로 연락을 해보니 네팔인 가이드가 받았다. 모두 무사하다고 했다. 내려오고 있다며 30분 정도 있으면 도착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40분 정도 지나서 멀리 헤드랜턴 행렬이 보였다. 전본댓에 늘어진 정리 안 된 전선줄같은 포물선을 그리며 일행이 다가왔다.

다들 넋이 나가 있었다. 괜찮냐는 안부에도 대부분 답을 하지 못했다. 데리고 올라가 난로 불을 쬐게 했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늦어져 포기한 일정이었는데, 랑탕리룽에서 흘러내려오는 것처럼 보이는 옥빛 빙하가 보이는 뷰포인트까지 가버린 것이었다.

돌아올 때 다른 길을 찾다 눈에 길이 묻혀 찾지 못해 지체되었다고 했다. 눈이 오거나, 눈보라가 불거나, 누가 미끄러져 다치거나, 기온이 급강하 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정말 큰일날 뻔했다.

귀신에 홀린 것 같았다. 해발 4000미터가 넘는 곳에서, 곧 어두어질 시간인데, 그것도 겨울에 어떻게 그런 무리한 산행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확실한 것은 누구도 두번 다시 그런 산행은 하지 않으리라는 것.

네팔인가이드 한국인가이드 네팔인 보조가이드 한국인 보조스태프까지 있고, 위성전화와 무전기, 그리고 고소증에 대비한 산소통까지 가져간 산행이었는데도 빈틈이 있었다.

이번 랑탕트레킹에서 많이 배웠다. 위험은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계산하는 것이라는데, 더 냉정한 계산이 필요한 것 같다.



폭설로 나흘 동안 고립된 후 헬기로 하산했다. 헬기가 오기로 한 날 마지막 헬기를 타느라 한나절을 기다려야 했는데, 오히려 축복이었다. 눈이 그친 뒤의 눈부신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나중에 우리가 거쳐온 곳으로부터 두 가지 슬픈 소식을 들었다. 하나는 악천후에 헬기가 추락해 네팔 관광부장관 등이 사망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우리가 묵었던 강진곰바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 여행자가 사망했다는 것.

자칫 우리 이야기가 될 뻔 했다. 헬기가 오지 않아 섭섭했지만 기다려서 맑은 날씨에 탄 덕에 안전하게 내려올 수 있었고 응급 상황에서 모두 함께 달려들어 위기를 극복항 수 있었다.

#재열투어 #랑탕트레킹 #재미로재미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