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한 달간 회사를 휴직했다.
내 인생에 방학을 주기로 한 것이다.
일종의 인생 '중간점검'인 셈이다.
쉬는 동안 자유롭게 다니며
이것 저것을 찍어보고 있다.
한 달간 '사진일기'를 연재하기로 했다.
(바빠서 미쳐 포스팅하지 못한 이야기를
사진으로 전한다는 의미에서
'독설닷컴' B컷이라 부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제, 본의 아니게 <개그콘서트> 뒷풀이를 훔쳐보게 되었다.
홍대앞 '날치알쌈' 집에서 대학 동기인 한 PD와 한 유명 블로거와 한 스포츠 사진작가와 함께 '대포'를 마시고 있었다.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곱창집과 날치알쌈 집이 징검다리처럼 자기잡고 있는 홍대앞 먹자골목을.
1차로 곱창 먹고(강수돌곱창이 제일 낫다) 2차로 날치알쌈 먹으면 딱이다.)
밤이 이슥해지고,
손님들이 떠나고,
우리들만 남았다.
(우리는 이명박 대통령의 선정을 가슴 깊이 치하하며 회포를 풀고 있었다.
PD친구와는 거의 10여년 만에 같이 술을 마시는 것이었다.)
그때 "이리와 여기 방 잡아 놨어" 누군가 소리치며 요란하게 들어서는 일군의 사람들이 있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개그콘서트>의 고참 개그맨이었다.
(그 개그맨은 일전에 횟집에서도 이렇게 요란을 떨어서 들어왔다는 것을 의식한 적이 있었다.
그는 유명세의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하는 것을 더 즐기는 연예인인 것 같았다.)
뒤이어 <개그콘서트> 개그맨들과 5~6명의 젊은 여성들이 '날치알쌈' 집에 들어왔다.
(순간적으로 궁금해진 것이 있었다.
개콘 팀 중에 이들은 어떤 인연일까?
기획사가 같을까?
같은 소극장 출신일까?
같은 대학을 졸업했을까?...)
그들을 의식하고 싶지 않았지만,
너무나 요란하게 들어와서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리를 잡고,
자기 소개 시간을 갖는 듯했다.
(전형적인 미팅 분위기... 부럽다. ㅋㅋ)
몇몇 개그맨들은 좁은 술집에서 개인기를 펼쳐보이기도 했다.
(잼있더만. 방송에서 하지. ㅋㅋ)
함께 온 젊은 여성 중에서도 개인기를 선보이는 여성이 있었다.
(개그우먼 지망생?)
개콘 멤버들의 화목한 술자리를 불편하게 한 것은 PD 친구였다.
친구가 러시아 유흥가 취재기를 들려주며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실감나는 재연을 하자
개콘 멤버들이 오히려 우리를 의식했다.
(갑자기 우리쪽을 일제히 쳐다봐서 뜨끔했다.
싸우는 게 아니라 '재연'인데.ㅋㅋ)
자리가 불편했는지
함께 온,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개그우먼은 일찍 자리를 떴다.
그날 본 멤버 중 유일하게 사인을 받고 싶은 개그우먼이었는데...
(나이가 드니까 이뿐 것들은 별로 정이 안 간다.
결혼을 해서 그런가...)
젊은 여성들의 정체가 궁금했다.
<개그콘서트> 녹화장에 온 방청객이 아닐까 추론해 보았다.
프로그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 보니 수요일이 녹화일이 맞았다.
방청객일 가능성이 큰 것 같았다.
다들 들떠보였다.
너무나 좋아하는 프로그램 출연자들을 만나고
자신들을 좋아하는 어여쁜 여인들을 만났는데
어찌 즐겁지 않을 수 있겠는가.
PD 친구와 '유머의 섹슈얼리티'에 대해서 한참 이야기하고
우리도 술자리를 파했다.
그들을 배려해서 물러난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퇴각으로 그들은 더 편해졌을 것이다.
뒤에서 그들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젊다는 것은, 좋은 것이다.
- 10월 1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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