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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거 인큐베이팅 프로젝트/블로거와의 대화

(재전송) 원희룡 의원의 '빈틈'을 공략해 보았더니...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2.

'독설닷컴'과
'몽박 브라더스'가 공동 기획한
(몽구넷+박형준의 창천항로)

'블로거와의 대화'
원희룡 의원 편에 대한 
박형준님 후기와
몽구님 동영상입니다.

이미 포스팅한 글이지만
자료 축적을 위해
'독설닷컴'을 통해 재전송합니다.




 



원희룡 의원의 '틈새' 노렸다



  (글 - 박형준, 동영상 - 몽구)  



국회의원의 '블로거와의 대화', 내가 진행을 맡은 이유는 딱 하나다. 촛불집회 당시에 몇번인가 '우발적으로 '사회를 맡았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고재열 기자의 멘트가 아직도 기억난다.
 

"촛불집회 때 사회도 보셨는걸요 뭘…."
 

내 스스로 블로그 포스팅으로 크게 떠들었던 적이 있는터라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리하여, 나는 사회를 맡았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에 이어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 간담회에서도.
 

원희룡 의원과의 간담회는, 최문순 의원과의 간담회와는 달리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일단, 최문순 의원과는 안면이 있었다. 촛불정국 당시에 KBS 본관 계단 앞에서 인터뷰를 딴 적도 있고, 촛불집회 현장이나 YTN 집회 앞에서도 자주 마주쳐 인사를 나눈 적이 있다. 그래서 나름대로 익숙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어떤 측면에서는 현안에 대한 견해가 같을 때도 많았다.
 

하지만, 원희룡 의원과의 간담회에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어찌 보면 '초선'다운 순수함이 밴 것인지도 모르는 최문순 의원과는 달리 원희룡 의원은 고재열 기자의 표현대로 '부장급'인 3선 의원. 게다가 한나라당 내에서 줄곧 '외줄'을 타왔던 3선 의원이다. 얼마나 능수능란하겠는가? 
 

게다가 안면도 없다. 하지만 놀라운 것이 있다면 그는 나를 알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스토킹으로 도배된 내 블로그를 살펴본 적이 있던 것 같았다. 나 자신에 대해 월간 <말> 기자로 소개한데다가, "저희 국장님께서 인터뷰를 좀 하시길 원하신다"니까 반응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이 능수능란함, 역시 머리좋은 정치인의 이미지가 느껴진다.

 
일단, 총평을 하자면 그는 예상대로 대화 내내 능수능란했다. 블로거 패널들이 어떤 면에서는 우려스러울 정도로 점잖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예리한 칼을 들이댔던 사람은 고재열 기자와 나였다. 
 

예의 노상방뇨 사건과 '전두환 절' 사건도 거론됐지만, 그는 여유있게 미소를 지으며 '해명'했다. 틈을 파고들자면 파고들 부분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간담회는 쓸데없는 소모적 논쟁으로 변질된다. 원희룡 의원은 그것을 간파한 것 같았다.
 

기획자와 진행자가 지나치게 나서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 진행자인 내 역할을 지키려 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돌파구'도 필요했다. 해서 내가 선택한 질문의 소재는 '조계사'였다. 그 당시는, 조계사 내 촛불수배자들이 '잠행농성' 이전이었다. 내 질문은 간단했다.
 

"조계사를 한번 방문해볼 생각은 없는가?"
 

나름의 승부수였다. 원희룡 의원의 반응은 생각보다 강경했다. '현행법'을 이야기했다.

 
"굳이 그럴 이유 없다. 개인적으로 지지한다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시위에 불법이 있었다면 지도부가 감당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현행법의 존재를 부인하는 것이다. 이는 법을 바꾸는 것과는 별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옳커니, 원희룡 의원의 당적이 '한나라당'임을 비로소 드러내는 답변이었다. 게다가 이 답변은 곧바로 "그렇다면 '악법도 법'인 것이냐"는 반박이 날아왔다. 한나라당 내 외줄타기꾼 원희룡 의원의 '틈새'를 찾아보고자 한 내 질문은 이렇듯 소기의 성과(?)를 얻었다. 물론, 이 답변에도 3선 의원 특유의 정치적 견해가 스며든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한나라당다웠지만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스럽지 않았던, 원희룡 의원은 2시간 20분 가까이 진행된 간담회 내내 이와 같은 외줄타기 솜씨를 선보였다. 때로는 솔직했지만, 때로는 위태로웠다. 
 

하지만, 그의 존재는 언제까지일지는 몰라도 어쨌든 빛을 바라볼 것임은 분명하다.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및 정부 핵심관계자들, 그리고 한나라당의 핵심관계자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비상식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비상식 속에서는 약간이라도 줄을 당기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이는 부각될 수 밖에 없다. 
 

해답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다. 과연 '소신파'일지, '기회주의자'일까. 하지만 확신했다. 비상식이 판치는 이명박 정부 속에서 원희룡 의원은 적어도 현실적인 정치적 선택을 한 것이며, 그 현실적인 선택이 여당 내에서는 가장 부각될 여지가 있다는 것을. 

 
원희룡 의원, 앞으로도 흥미롭게 지켜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시사블로거로서도, 현직 기자로서도 그렇다. 내가 간담회를 진행하고 때로는 비수를 들이대려 노력하면서 느낀 것은 '어쨌든 원희룡은 현재진행형'이라는 유보적 결론이었다. 친이와 친박의 정쟁, 그리고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사이의 간극. 과연 그속에서 이 외줄타기꾼의 묘기가 어디까지 갈지, 관중석에 앉아 유심히 지켜볼 생각이다.
 


-이후 '블로거와의 대화'에서 고민해야 할 것들
 

1. 패널 선정의 문제 - 어쨌든 '전투'를 벌일 각오를 할 블로거의 존재가 필요하다. 이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느낀 것, 어떤 면에서는 해당 국회의원의 정체를 '벗기는' 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자면 '전투적인 각오'는 필수다.
 

2. 진행자로서의 자책을 하자면, 짧은 시간동안 보다 많은 소재들을 폭넓게 논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내 역량은 분명히 부족했다. 반성한다. 국회의원은 말로써 승부를 보는 사람들이다. 그 넘치는 말에 대한 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