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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마에' 보다 더한 실제 음대 교수님들의 '독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1. 14.


‘독설닷컴’ 프로젝트인턴 김한나님께서
<베토벤 바이러스> 감상평
제2편을 보내왔습니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음대생과
실제 음대생의 차이를 말한 1편에 이어, 
2편에서는 '강마에'를 능가하는 
음대 교수님들의 포스를  전합니다.


김한나님은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습니다.






(글 - 김한나, 기획 - 고재열)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이면 좋겠어. 난 펜션 같은 번잡스러운 곳에서는 지휘 구상 못해.’

‘방금 들은 연주는 쓰레기입니다. 이건 뭐 도저히 참아줄 수가 없네요.’

‘똥덩어리...’


결국에는 입에 담기 민망한 말을 내뱉은 ‘강마에’.
드라마를 함께 보고 계시던 엄마는 웃으셨지만 왜인지 나는 지난 레슨 시간들을 ‘회상’하며 쓴웃음을 짓고 말았다.


번잡스러운 곳에서는 지휘 구상 못하고, 쓰레기 같은 연주는 참을 수도 없고, 연습 안하는 단원들은 뭐 취급하시는 그.


물론 ‘강마에’를 보면서 ‘지휘자들이 저런가? 음대 선생들 저래?’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겠지만 그래도 굳이, ‘강마에’를 앞세워 음대 선생님들에 대한 개인적인 에피소드를 적어보았다. 내가 만난 ‘강마에’들은 이랬다.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모르겠으나 실제로 러시아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쇼스타코비치가 ‘강마에’처럼 연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지휘를 하다가도 자리를 박차고 독한 소리를 던지고 나가버리는 괴팍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한다.)




 ‘아이라인만 그리면 뭐해, 음악은 유치원생인데’





에피소드 하나,    "문제는 피아노야 멍청아"


고등학교 3학년 때 ‘특별히’ 연습을 더 열심히 하고 스스로도 만족스러워 레슨을 받으러 간 적이 있었다. 무척 자신감 있게 쳤는데 선생님의 표정은 냉랭하셨다.


‘너는 내가 하라는 거랑 반대로 하는 연습만 했니?’


속상했다. 내가 무슨 청개구리도 아니고 설마 틀리는 연습만 했겠냐고요 선생님. 주눅이 잔뜩 든 상태로 다시 쳤는데 잘 했을 리 없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손가락에서 피까지 났다.
(열심히 연습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겨울이라 건조한 상태에서 건반을 빠른 속도로 휘젓다보니 그 접촉으로 살이 갈라져서 난 것이다.)

아, 잔뜩 혼난 상태에서 몇 방울의 피를 보니 참았던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왠지 서럽고 슬프고 억울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선생님 : ‘연습은 열심히 했나보네...손가락에서 피까지 나는 거 보면. 힘들지? 열심히 하다 보면 될 꺼야.’ 이런 훈훈한 장면을 상상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야, 얼른 휴지에 물 묻혀서 건반 닦아.’


..........선생님은 정말 연습하다가 ‘피를 본’ 나보다 ‘피가 묻은’ 피아노가 더 중요하셨을까? (피아노가 워낙 비싼 것이었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에피소드 둘, "화장만 하면 뭐하니 음악은 유치원생인데."



원래 화장을 잘 하지 않는 편인데 레슨을 받는 날에는 일부로 ‘아이라인’을 그리지 않았다. 화장을 잘 안하다가 가끔 아이라인이라도 그리고 가면 선생님은 꼭 한 마디씩 하셨다.


‘어머, 얘 화장했네? 화장만 하면 뭐하니 음악은 유치원생인데.’


이 말 듣기 싫어서 아예 레슨 받는 날에는 맨얼굴이었다.





에피소드 셋, ‘선배, 저 못 외워서 선생님 완전 열 받으셨어요, ’


‘아. 죽었다. 나도 뒤에 몇 마디 못 외웠는데.’


레슨을 받는 날에는 레슨 날의 가장 처음 레슨을 받는 학생이 은근히 중요하다. 그 학생이 잘했느냐 못했느냐에 따라 선생님의 기분이 좌우되고 그 기분에 따라 다음 레슨 받는 학생들의 레슨 분위기가 결정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 경우에는 참 난감하다. 후배가 못 외워서 선생님이 뿔난 상태에 ‘나도’ 못 외웠다면 결국 평소보다 두 배로 혼이 난다. 가끔은 그냥 악보와 함께 레슨실에서 쫒겨나기도 한다.





에피소드 넷,  ‘네 음악은 명품이 될 수 없어. 싸구려 음악이야.’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언젠가 강마에가 던진 대사인가? 우리 선생님이 내 선배에게 했던 말이기도 하다.





애피소드 다섯, " ‘넬라 환타지아’의 세계로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드라마에서 강마에가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넬라 환타지아’ 라는 곡을 설명하며 아름다운 비유를 들었던 것이 생각난다. 결국 단원들은 상상 속 넓은 초원에서 아름다운 연주를 경험한다. 음악은 역시 감정이 중요한지라 레슨 시간에 선생님들의 표현은 시인이 따로 없을 정도이다. 물론 그걸 알아듣고 연주하는 학생들 역시 신기하다.


‘저 멀리 아득하게 들려오는’ 혹은 ‘담담한 음색’ 운운하시며 학생 앞에서 연주를 직접 보여주실 때 당신이 감정에 몰입하시는 모습을 보노라면 무척 존경스럽고 때로는 ‘정말 순수하시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슈만의 곡을 최선을 다해 연주하는데 ‘너 사랑 좀 더 해봐야 그 부분 해결될 것 같은데’ 라고 하시면 이거 원, 없는 애인을 당장 나가서 구할 수도 없고 답답할 따름이다.






에피소드 여섯,  바하가 아니라 ‘바흐’



나: 선생님, 저 이번에 바하 뭐 치죠? 3번이 괜찮은거 같은데.’

선생님 : 바하가 뭐니 바흐란다. (독일식으로 '흐‘를 강조하시며) 3번 하고 싶으면 해.

나 : 아. 네 바‘흐’요, 근데 3번은(발음에 신경 써서 아랫 입술 깨물며 Fuga를 발음한다.)'프~가‘ 가 좀 어려워서요..(역시 아랫입술 깨물며 prelude를 발음한다)’프~렐류드는 쉬운데‘
선생님 : 얘, 프렐류드 발음이 그게 뭐니.


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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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베토벤 바이러스> 신드롬의 주역은 ‘강마에’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개인적으로도 ‘강마에’ 를 완벽히 소화한 김명민 씨의 연기력과 캐릭터를 창조해낸 작가들이 존경스러울 정도였다. 그래서 혹 선생님들에 대한 안 좋은 인상을 심어 줄 수도 있지만 ‘강마에’와 비슷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들만 적었다.


극 중 강마에가 그랬던 것처럼 실제 선생님들도 예민하시고 또 예민해야만 하는 것이 음악이다. 자기 분야에서만큼은 완벽을 요구하고 또 그래야만 최고의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또 실제로도 선생님들이 은근히 학생들에게 자존심 상하는 말을 일부로 하시는 경우도 많다고 하신다. 학생들의 자존심과 꿈에 대한 열망을 건드려서 오기로라도 본인이 스스로 노력하기를 바라시는 것이다. ‘강마에’ 역시 명분 없는 인격모독이 아니라 결국에는 그들에게 누구도 하지 못할 독설을 함으로써 포기했던 그 무엇을 끌어낸 것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매력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나는 ‘강마에’ 의 팔을 주목했다. 그는 항상 한 쪽 팔을 다 펴지 않고 120도 정도의 각으로 구부리고 주먹을 쥐고 다녔다. 필자의 내공이 부족하여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무척이나 베토벤스러운 몸짓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필자, 선생님한테 혼만 난 문제아는 아니었다. 칭찬도 엄청 많이 받았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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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러스>를 계기로 생각해 본 음악계 문제들




 ‘대충 평론가들한테 돈 봉투 갖다 바치면 좋게 써주겠지’



드라마 대사 중 일부인데 그냥 넘어가기 싫은 부분이었다. 극에서 ‘마우스 필’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부족한 경력만 보고 실력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녹음 시디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무시 하는 행동은 아직까지 예체능계에 남아있는 ‘비리’에 대한 작은 일침일지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예술은 주관적이다. 미술 작품도 보는 이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고 음악 역시 듣는 이에 따라 다르고 연주자들에 따라서 다른 느낌을 나타내고 심지어는 같은 연주자라도 첫 번째 연주, 두 번째 연주가 서로 다르다.


예술 자체가 주관적이니 그 예술을 평하는 평론가들 역시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아주 객관적으로 쓰려고 노력 할 것이다. 그렇지만 그 객관적인 것 역시 누군가가 본인의 주관적인 틀에서 정해놓은 것들 아니던가. 게다가 클래식이라는 것은 쉽지가 않아서 우리 같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뭐가 좋은지 어떤지 대충 평론가들의 평을 보고 ‘그런가보다’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인 예술 평론가들의 주관적인 느낌은 꽤 영향력이 크고 이들의 주관적인 감정을 안 좋게 이용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는가보다.


특히 종종 뉴스에 등장하는 ‘00음대 편입시험, 교수에게 돈 봉투 줘’ 라는 기사.


이 역시 주관적인 잣대에서 드러나는 예술이라는 학문의 한계점이다. 한 문제에 몇 점씩 계산해서 점수가 딱 떨어지는 시험이라면 오히려 속 편하겠는데 실기 시험의 경우는 다르다. ‘아니 뭐 이렇게 못하는 애가 음대를 왔냐’ 하다가 ‘걔가 실기시험은 죽어라 그 곡만 해서 끝내줬데’ 라고 하면 “할 말 없음” 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돈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지 않나싶다.  “왜요? 나는 그 아이가 참 음악성 있게 잘 연주한 것 같아서 붙여줬습니다” 라고 하면 그것 역시 그의 주관적인 느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세상이 많이 정직해졌지만 어느 분야라도 아직은 연고주의가 있고, 비리가 있다. 이를<베토벤 바이러스>가 놓치지 않고 넌지시 소스를 던졌다. 그리고 나는 이 소재를 부풀려서 조금 극단적으로 다루었다. 물론 주관적인 잣대 안에서도 우리끼리 정해놓은 규칙 같은 것들이 있다. 그것에 기초해서 작품을 평하고, 입시 시험을 치루는 것이다. 대부분이 그렇게 진행된다. 그러나 소수 ‘주관적이고 지극히 감성적인’ 예술계의 특성을 악용하는 분들이 이렇게 예체능계의 얼굴에 먹칠을 하신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옥의 티’


 

운지도 비슷했고 비브라토를 한 것도 무척이나 대단했지만 더 중요한 표정연기가 어색했다. 심지어 ‘캬바레의 전설 배용기’씨는 악기를 불지도 않은 것 같았다. 이런 부분에서는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와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노다메 칸타빌레> 배우들의 연주 연기는 당장이라도 일어서서 같이 연주를 해야 할 것 같은 의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었다. 정확한 운지와 더불어 배우들 모두 음악에 몸을 맡기는 모습이 연기가 아닌 실제 연주를 하고 있나 눈여겨 볼만큼 완벽에 가까웠다. 결국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부터 염려 되었던 연주연기에 대한 논란을 잠재운 사람은 김명민 씨 밖에 없었다. (극 중 하이든과, 쌍둥이 바이올리니스트는 원래 하던 사람들이라니까 넘어가겠다.)



시청자들의 의식 수준은 하늘을 찌르고 있는데 <베토벤 바이러스>는 부족한 2%를 채우지 못했다. 아쉬움이 남지만 학교에서 지휘법을 두 학기동안 수강한 나보다 실력이 훨씬 뛰어난 김명민 씨 덕분에 더 말하지 않겠다.





덧붙이는 글)



나는 지금 연주자의 길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해 준비하고 있는데 나중에라도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바이올린 주자로 활동하고 싶은 작은 희망이 있다. (물론 희망에 그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두루미나, ‘캬바레의 전설’ 배용기씨, 회사 그만 두신 콘트라베이스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 모두 혹 나의 말년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한다. 음악이란게 정말 마약과 같다. 한 번 시작해서 맛을 보면 도대체가 끊을 수가 없다. 그래서 나도 끊지는 못한다.



클래식을 가까이 하고 싶지만 먼 당신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에게 마약을 권하겠다. <베토
벤 바이러스> 홈페이지에 가면 배경음악으로 사용되었던 클래식 제목이 나와 있는데 한 번씩 꼭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다. (이미 들으셨나?) 한 번 듣고, 두 번 듣다 보면, 귓가에 멜로디가 맴돌아서 끊으실 수 없을 것이다. 혹시 클래식 음악 추천 해주세요 이런거 원하시는 분들은 개인적으로 메일 보내주시길 바란다. 미팅, 소개팅 때 질릴 만큼 들은 질문이라 아예 리스트 빼놨다.

 


주> 문의하시는 분이 많으신 것 같아, 
김한나님 이메일 주소를 남깁니다. 
retrace85@hanmail.net입니다.


현재 메일이 폭주해서 용량이 꽉 차 반송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조만간 추천 리스트를 재구성해서 
포스팅한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김한나님은 음악전문기자가 되고자 하시는 분입니다.
더 궁금한 것들 있으시면 문의하세요.
성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