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가을 개편과 관련해
소신발언을 했던 정세진 아나운서가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
측 KBS 노조위원장 후보를
공식 지지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세진과 다른
진정한 정세진 아나운서의 모습을 소개한다.
뉴스타임의 메인 앵커로 돌아온 정세진 아나운서(왼쪽).
정세진 아나운서와 관련해 좀 오래된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5~6년 전의 일이다.
정세진 아나운서가 홍기섭 앵커와 함께 <뉴스9>을 진행할 때 본 적이 있다.
그녀는 공주가 아니었다.
여린 외모와 달리 매우 터프했다.
보도국에서 써준 앵커멘트를 그대로 읽지 않고 본인이 다시 써서 읽었다.
보도국 간부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일이지만 그녀는 그렇게 써준 멘트만 읽으면 ‘혼이 없는 뉴스’가 된다며 스스로 재해석해서 앵커멘트를 썼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그녀가 쓰는 굵은 사인펜이었다.
굵은 사인펜은 앵커멘트를 고치는데만 쓰는 것이 아니라 다이어리에 일정을 메모할 때도 사용했다.
그녀는 굵은 펜이 아니면 못쓴다고 했다.
그녀의 핸드백에는 그런 굵은 사인펜이 여러 개 담겨있었다.
그날부터 정세진 아나운서가 달리 보였고 KBS 뉴스가 달리 보였다.
마음속으로 ‘터프한 소신녀’라고 써 놓았다.
5년이 지난 지금 정세진 아나운서는 ‘터프한 소신녀’의 진면목을 보여주었다.
<뉴스타임> 메인 앵커로 돌아온 그녀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번 KBS 가을 개편이 문제가 많다며 소신발언을 했다.
내가 아는 KBS 아나운서실 분위기는
아나운서가 이런 소신발언을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절대 아니다.
남자 아나운서들 중에서도 이 정도 발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정세진 아나운서는 과감히 자신의 소신을 주장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웠다.
<미디어오늘> 관련기사 (11월10일)
정 아나운서는 이날 오후 <뉴스타임> 기자간담회에서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 폐지에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는 KBS 내부 움직임에 어떤 의견이냐'는 질문에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제목이 바뀐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다양성의 문제인데 시투는 어떤 면에서 한 쪽 방향에 치우칠 때도 있었고, 다른 (정반대의 방향에서) 의견도 잘 반영해왔다. 균형점을 찾지 못했다는 논란은 있지만 (KBS에) 그런 프로도 있어야 다양한 아이템을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아나운서는 <미디어포커스>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정 아나운서는 '외부 특정세력의 비판에 따라 프로그램이 폐지된다'는 안팎의 우려에 대해 "내부적으로 알아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KBS 내부에선 현재의 개편이 외압에 의한 개편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데 이에 같은 의견인가'라고 질문하자 "제작진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회사가) 제작진의 의견을 존중해주길 바라는 입장이다. (프로그램에 문제가 있다면 제작진) 스스로가 반성을 하든 어떻게 하든 방송이 개선되도록 해야지 (외부에서 지적했다고) 외국에서도 이런 일이 없죠, 아마. 그런 면에서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다. 그 길로 가는 과도기의 과정에 있다. 겉에만 그런다고 모든게 달라지는 게 아니다."
이 기사가 나가고 일주일 뒤
다시 정세진 아나운서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 있었다.
KBS 노동조합 선거 공보물을 봤을 때다.
정세진 아나운서는 기호 4번 김영한-김병국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두 후보는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을 대표해 이번 노동조합 선거에 출마했다.
지난 9월17일 KBS사원행동 주축 47명이 징계성 인사발령을 받은데 이어
많은 KBS사원행동 멤버들이 중징계를 앞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들이 낸 후보를 공개 지지한다는 것은 자신을 비주류로 낙인찍는 극히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나 정세진 아나운서는 이들을 확실하게 공개적으로 밀어 주었다.
정세진 아나운서의 추천사를 옮긴다.
변화의 중심을 잡아줄 노조를 원합니다
우리의 일터인 KBS, 내 외부로부터 변화의 바람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올바른 변화라면 이렇게 혼란스럽지는 않겠지요. 중심을 잡고 내실을 다지며 나아가는 변화라면, 힘들고 어려워도 함께 손잡고 걸어갈 겁니다.
변화의 중심을 잡아줄 노조를 원합니다. 믿음직한 노조, 변치 않는 노조, 사심 없는 노조, 그리고 무엇보다, 노조원들의 마음을 저버리지 않는 노조가 KBS의 희망의 불씨를 되살릴 수 있습니다.
김영한 선배와 김병국 선배. 신뢰받는 노조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소중한 한 표, 김영한, 김병국 후보에게 그 믿음의 한 표를 던지고 싶습니다.
11월24일부터 26일까지 차기 KBS 노조위원장을 결정짓는 선거가 있습니다.
<독설닷컴>에서는 이와 관련한 진행상황을 집중 포스팅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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