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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1차 파업 관련 포스팅

노조 없는 독립 PD들도 언론노조 총파업 지지하는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12. 31.


누군가의 '위기'는
누군가의 '기회'가 되는 것이
바로 세상의 법칙입니다.

그러나 누군가의 '위기'를
'기회'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용기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방송사 파업을
돈벌이의 기회로 활용하지 않고
당당하게 투쟁 대오에 합류한
독립 PD들의 성명서를 전합니다.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가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더욱 확산되어야 한다.



 돈 벌기를 꿈꾼다.



 기업의 경제 이념은 사익이다. 즉 '돈 벌기'다. 이것은 절대 절명의 시장 자본주의 논리이다. 우리는 이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그러나 기업이 '돈 벌기'에만 급급할 때 오는 폐단을, 우리는 익히 경험해왔고 또한 알고 있다. '공익'이란 개념은 그러한 폐단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가 된다. 언론 미디어는 사익인가? 공익인가? 이제까지 언론 미디어가 입고 있었던 공익의 옷이, 집권 여당에 의해 발가벗겨지려 한다. 끔찍하다. 이것은 '사익'이 '공익'을 덮치는 강간이 조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집권여당은 ‘경제·산업 논리’를 앞세워 현 언론법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다. 정치권력을 동원해 재벌과 보수 신문들에게 지상파 방송을 넘겨주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너무 노골적이다 못해, 포르노에 가깝다. 자기들끼리의 근친상간을 통해 모든 기득권을 영원히 독식하겠다는 추악한 욕망이다.



 독립PD는 하청업자가 아니다.



 공익이란 신념아래, 비정규직 언론노동자인 독립PD들은 열악한 방송 제작환경 속에서도 언론인이란 양심과 상식에 의거해 지금까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개정될 언론법은 그 신념을 무차별적으로 부숴버리는 제작환경을 강요하게 된다. 즉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상업주의에 찌들 수밖에 없는 프로그램이 횡행한다. 그 결과로 나타날 프로그램이 어떠할지 누구보다 잘 아는 독립PD들이다.



 우리에게도 노조가 있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 총파업에 동참하고 싶은 절박한 심정이다. 지금 이 순간 방송가의 2천여 비정규직 방송 연출 종사자들은, 성명서로 밖에 언론노조의 총파업을 지지하고 있는 이 현실이 사무칠 뿐이다.  
 

 이미 KBS는, 정연주 사장의 해임 이후 눈에 가시 같은 프로그램들을 폐지했다. 방송장악 의도를 지닌 법과 제도의 완비는 현 정권의 출범 이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냉정하게 진행되고 있다. 방송에서 ‘공익’의 가치를 몰아내고 전면적인 '돈 벌기'를 압박한다. 지난 ‘촛불’에서 우려했던 MBC민영화, KBS 2TV 분리 민영화를 우려했던 게 결코 기우가 아니었다.
 

 누구는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말한다. 방송가의 정규직 노동자들이 자신의 밥그릇을 위해서 싸우는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왜 부화뇌동하느냐며 냉소한다. 언론법 개정은 비정규직의 밥그릇을 크게 만든다고 달콤한 유혹을 한다. 독립PD들은 그것이 독이 든 사과임을 이미 알고 있다. 누구는 혼탁한 방송구도에서 우리에게 숨죽일 것을 강요한다. 이것은 우리에게 언론인으로서의 신념을 포기하고, 영혼이 없는 꼭두각시가 되라고 종용하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KBS 지키기 촛불문화제에 참석했던 독립PD협회 이성규 PD가 경찰에 연행되고 있다.



 욕망의 치졸한 경제논리



 재벌이 방송을 하면 콘텐츠 경쟁력이 더 커진다?  맞다. 재벌이 하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공영방송 콘텐츠가 아시아 일대에 한류를 일으켰지만, 재벌이 '돈 벌기'에 나서서 콘텐츠에 투자하면, 전 세계에 한류를 일으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방송 콘텐츠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한다. 가슴 떨린다. 온 세계가 우리의 콘텐츠에 열광하는 모습을 생각만 해도 말이다. 그런데 현행 제도로도 재벌과 신문사는 얼마든지 방송을 할 수 있다.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 그리고 IPTV를 통해서 말이다. 그렇게 자신이 있으면 케이블 방송 하나, 위성방송 하나, IPTV 잘 만들어서 지상파 방송사와 맞짱을 뜨면 된다. 근데 왜 안 할까? 아니 왜 못 할까?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 이미 대기업과 신문재벌은 지상파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은 구멍가게다. 그 구멍가게 주인들이  가만히 앉아서 정권이 주는 대로 대형 백화점을 받아먹겠다는 심보다. 저들의 논리대로라면, 이미 14년 째 방송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케이블 채널이 다큐멘터리 방송 프로그램의 최강자로서 자리매김했어야 한다. 조선일보가 세운 디지털 조선은 이미 영국의 BBC를 상대로 큰 소리 치는 제작사가 됐어야 한다. 영화 채널에 투자를 하고 있는 대기업에 의해 한국의 영화 시장은 미국 할리우드와 맞수 정도의 수준으로 부상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이미 다르지 않은가? 자체 제작은 미비하고 그저 외국 콘텐츠로 다람쥐 쳇바퀴 돌리고 있지 않던가. 그것이 바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치졸한 경제논리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익’의 지상파 방송이 그들에게 넘어가는 것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은 지극히 정당하다.



 독립PD들은 프리랜서 신분으로 노동조합이란 조직도 없이, 방송의 한 축을 담당하는 주체로서 지금까지 묵묵하게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하지만 독립PD들은 언론노조의 파업을 적극 지지한다. 그 싸움은 너무도 정당하기 때문이다. 언론노조의 총파업에 우리도 밥그릇을 내놓을 것이다. 독립PD들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집권 여당의 언론법 개정에 결사반대한다.



 세상이 거꾸로 돌아간다. 유신과 5공의 끔찍했던 시절로 시계태엽을 강제로 돌리고 있다. 그것도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말이다. 경고한다. 삽 한 자루로 방송환경을 자신들의 입맛대로 조종할 수 있다고 믿는 당신들에게 말이다. 우리 독립PD 일동은,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한국독립PD협회 
2008년 12월 31일


주> 아침에 성명서를 보내주었는데, 현장 취재 때문에 저녁에야 올립니다.
독립PD분들의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