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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논객 열전/보수에게 듣는다

보수논객이 본 촛불집회 1년,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4. 30.


촛불 1년. ‘사상투쟁’이 불붙고 있다.
촛불집회를 자신의 프레임으로 끌어오려는 좌우의 경쟁이, 촛불 1주년을 계기로 본격화하는 기세다.
좌우 양쪽에서 “우리에게 과연 촛불은 무엇이었나”를 묻는 토론회가 앞다투어 열리고
<그대는 왜 촛불을 끄셨나요> <촛불, 어떻게 볼 것인가> <거짓과 광기의 100일> 등 책 출간도 잇따른다.

<시사IN>은 보수 논객 세 명으로부터 촛불에 대한 평가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보수 논객 세 명에게 촛불은 과연 무엇이었는지 물었다.
최홍재(공정언론시민연대 사무처장)
변철환(뉴라이트전국연합 대변인,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이사)
변희재(인터넷미디어협회 정책위원장. 미디어워치 대표)이 참석했다.

상대적으로 여론 시장에서 ‘소외받아온’(그들의 평가다) 세 보수 논객은
이날 작심한 듯 진보 진영이 먼저 나서서 ‘촛불 신화’를 해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의 말을 한명 한명 따로 정리해 보았다.
먼저 변희재 대표의 주장이다.

- <시사IN> 독자가 진보 성향이 강한 편이라지만, 평소 듣기 힘든 보수 성향 인사들이 촛불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해한다. 당시 상황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었나?

내 관심사인 포털 사이트를 계속 감시하는데 특히 다음(Daum)이 촛불 지지 글만 계속 올리더라. 한 달 동안 메인 화면에 촛불 반대 글이 올라온 적이 없었다. 방송과 포털이라는 권력이 유착했을 때 정말 많은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당시에 실감했다. 자발적 누리꾼이 여론을 만든다는 말을 나는 안 믿는다.

- 대중은 왜 그렇게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일까?

이른바 ‘월령 30개월’ 문제가 핵심이 돼버렸다. 참여정부 때 30개월 이하만 수입하겠다고 말했는데 MB 정부가 갑자기 풀어버리니까 “그동안 했던 얘기는 뭐냐”라고 돌아서버린 것이다. 정부가 다시 30개월 이하만 수입하겠다고 하니까 시위가 약해지지 않았나.

- 촛불이 우리 사회에 끼친 사회적 영향을 평가해 본다면?  

2004년 대통령 탄핵 때도 촛불집회를 했다. 그때 ‘대박’을 터뜨렸다는 기억이 진보 진영에 남아 있다. 민주화 이후 좌파가 새로운 진보 담론을 개발해야 하는 결정적 시기인 2004년, 2008년에, “독재 타도”를 외치던 사람들이 낡은 방식 그대로 하면서 노선 변경이 안 된 거다. 좌파는 10년 수권 세력이다. 국민은 국가 운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묻는데, 좌파는 민주화 운동의 기억에 매몰되어 촛불 타령만 한다. 답이 안 보인다.

- 덕분에 반사작용으로 우파 시민단체도 발전하지 않았나?

시민사회로 좁혀보면, 워낙에 크게 얻어맞았기 때문에 우파 시민단체와 인터넷 매체의 성장 계기도 됐다. 100대1의 차이가 10대1 정도로 좁혀졌다고 할까. 진보 진영 중에서도 촛불을 주도한 낡은 세력이 외곽으로 빠지고 촛불에 문제를 느끼는 좌파 시민사회와 우리 같은 우파 시민사회가 범시민사회로 재편되는 계기는 만들어졌다고 본다. MB 정부는 얻은 게 없다. 광우병 파동 이후 국민이 MB가 뭘 한다면 일단 불신하고 들어간다. 신뢰 손실은 치명적이다.

- 촛불과 언론의 관계는 어땠다고 보나.

언론이 전혀 안 바뀌고 있다는 게 문제다. MBC와 한겨레가 전혀 변화 조짐이 없다. 그러면 낡은 좌파를 떨궈내고 새로운 좌파가 부상하는 분화가 더디게 된다. 그건 좌파한테 안 좋은 건 물론이고 정권 재창출에는 치명타다.

언론사는 촛불의 최대 패배자다. 우선 재정적 타격이 크다. 조·중·동 광고중단 운동이 언론 시장 전체에 부메랑이 됐다. 한 기업이 일간지 광고를 하면 10개 일간지에 다 주는 관행이 옅어졌고, 그에 따라 한겨레·경향의 광고 수주가 급감했지만, 촛불 때 선례 때문에 광고 탄압이라는 말조차 안 나온다. 둘째로 신뢰 문제다.  ‘시민 없는 시민운동’에 대중매체가 볼모로 잡히니 대중성과 신뢰성에 타격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 촛불 대중에게 촛불은 무엇이었을까. 촛불은 왜 꺼졌을까.

한 세력이 지지하지 않는 정권이 들어섰을 때, 야당과 시민사회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의 문제다. 촛불 때처럼 여론을 끌어올려서 전부 좌절시키는 방식에 대해 근본 성찰이 필요하다. 미국 민주당은 “우리는 반대하지만 집권하면 바꿔놓겠다”라는 식으로 접근한다. 정치는 선거로 심판하는 것이다. “내가 반드시 실력행사해서 막아버리겠다”라고 했을 때, 설사 MB 정부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도 그런 행태를 보이는 세력에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있겠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 혐오증은 심해질 것이고, 그건 우파에 호재다. 입법·사법·행정 3부를 완전 장악하던 군사정권 시절 몸으로 막던 버릇이 남아서 그러는데 그렇게 가다간 영원히 집권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