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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기자들, PD들/언론노조 3차 총파업 중계 게시판

언론장악 막장드라마의 '재방송'이 시작되었다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8. 27.



기자 초년병 시절, 수해가 났던 곳에 회복되기도 전에 다시 수해가 나서 주민들이 좌절하고 있는 마을을 취재한 적이 있다. 거듭되는 수해에 주민들은 재기의 의지를 잃고 홍수에 쓸려간 민박집을 ‘수해박물관’으로 만들겠다며 방치하고 있었다. 주민들은 쌓여가는 고지서를 보며 술로 시름을 달래고 있었고 마을의 노파는 그 술병을 모아 생계를 도모했다.

두 번의 수해는 댐이 무너져서 발생한 것이었는데, 건설사는 다시 댐을 건설하겠다고 덤볐다. 막을 의지를 잃은 마을 주민들은 세간을 옥상에 올려놓는 것이나 기둥을 세워 그 위에 집을 짓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대처했다. 홍수가 났을 때는 ‘물반 기자반’이었지만 이내 기자들은 다 돌아갔고 마을에는 깊은 허무의 강이 흐르고 있었다.   



겪었던 고통을 다시 겪는다는 것은 그 상상만으로도 사람을 움츠려들게 만든다. YTN 노조가 배석규 사장대행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실시하고 새로운 사장의 선임 문제를 놓고 대치하는 것을 보고 잊었던 그 수해 마을이 다시 생각났다. 6명이 기자들이 해고되는 등 엄청난 고통을 초래한 ‘YTN 사태’가 재연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옆에서 지켜보기에도 버거웠다.

이명박 정부의 ‘언론장악 막장드라마’의 결정판이었던 ‘YTN 사태’는 재방송되고 있었다. 바뀐 것이 있다면 노조가 주연이었던 것이 기자협회가 주연으로 바뀌었다는 것과 악역이 구본홍에서 배석규로 바뀌었다는 것이었다. 해직기자들이 주축인 노조 대신 기자협회가 제작거부를 결의하고 막장드라마의 새로운 ‘희생양’을 자임했다.  

MBC에서도 또 한 편의 막장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쇠고기협상’편 때문에 검찰 수사를 받았던 <PD수첩>팀이 단독주연이었던 이 막장드라마는 엄기영 사장 등 경영진과 MBC노조가 공동 주연을 맡은 대하드라마로 판을 키웠다. 새로 부임한 방송문화진흥회의 정부 추천 이사들은 점령군처럼 군림하며 ‘MBC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MBC 장악’의 발동을 걸었다. KBS에서도 새로운 사장을 캐스팅하기 위한 또 한편의 ‘언론장악 막장드라마’가 펼쳐질 조짐이다.  

이 막장드라마에서 원치 않는 주연을 맡고 있는 언론인들을 보면 황산벌 싸움이 연상된다. 계속 이기더라도 버티지 못하고 한 번만 지면 완전히 끝나는 싸움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 막장드라마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최상재 언론노조위원장이 연행되는 모습을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이 사진을 찍는 순간은 이 막장드라마의 하이라이트였다. 경찰에 끌려가는 계백 아버지의 모습을 찍은 이 야무진 딸은 “어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물증이라도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사진을 찍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이 막장드라마의 주연들을 모아 회포를 푼 적이 있다. KBS이사회의 불법적인 정연주 사장 해임에 반대해 용역직원들과 대치하다 갈비뼈에 금이 간 KBS 김경래 기자, 검찰에 강제 연행되었던 <PD수첩> 이춘근 PD, 낙하산 사장 퇴진 운동을 벌이다 6개월 정직 처분을 받았던 YTN <돌발영상> 임장혁 팀장이 모여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서로의 처지를 확인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때 그들이 가장 한탄했던 것은 중이 제 머리 깎느라 정신없는 모양인, 우리 언론의 참혹한 현실이었다. 그들은 언론이 스스로의 자율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들의 문제를 알리기에 급급한 상황에 처해 사회 곳곳의 문제를 알리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중이 제 머리 깎는데 급급해 사회의 목탁 노릇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한탄했다. 해가 바뀌었지만 이들의 처지나(임장혁 팀장은 대기발령 중) 이들이 속한 방송사의 처지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장악 막장드라마’가 고비를 넘어 이제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이들은 미디어법이 통과된 것으로 간주하고 벌써 ‘언론장악 막장드라마 시즌2’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 언론이 1980년대 언론통폐합 수준으로, 혹은 1970년대 유신시절로 후퇴했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그러나 이 게임은 결코 만만한 게임이 아니다. 당장은 방송을 움켜쥔 것처럼 보이겠지만, 당장은 광고 축소로 고사할 것같이 보이겠지만, 언론은 그렇게 순순히 장악되는 곳이 아니다. 유신 독재정권처럼 혹은 전두환 독재정권처럼 악랄하게 장악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건드리지 않는 것이 낫다. 진보신문도 진보방송도 없던 시절에서 ‘민주주의 봄’은 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언론계 내부에는 ‘날뛰는 소수’와 ‘반발하는 다수’의 보이지 않는 전선이 형성되었다. 사주의 이익을 보위하는 일부 조중동 왕당파 기자들과 정권의 방송장악을 돕는 일부 퇴물 ‘부역언론인’을 제외하고는 모두 언론 자유를 지키는 전선에 서 있다. 이 지난한 막장드라마가 벌써 1년 넘게 진행되었지만 그 수는 전혀 줄어들지 않았다. 이것이 정부가 ‘언론장악’이라는 허망한 꿈을 버려야 하는 이유다. 


주) 이 글은 PD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  


이번호(102호) 시사IN 은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특집호로 꾸렸습니다. 
독재에 항거해 민주주의의 기틀을 마련하고
국민을 통합해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남북 화해와 평화통일의 기틀을 마련한 그의 일생을 되짚어 보았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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