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의 문제점과 미국 도축 시스템의 위험성을 지적한 <PD수첩> ‘쇠고기 협상편’에 대한 재판이 한창입니다.
지난주 공판에 이번 재판의 결정적 인물인 번역자 정지민씨가 증인으로 나왔습니다.
정씨는 자신의 네이버카페를 통해 <PD수첩> ‘쇠고기 협상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왔습니다.
정씨가 중요한 이유는 검찰과 조중동이 정씨의 논리에 의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 수사는 정씨 글을 베끼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고
조중동 보도는 정씨 글을 받아쓰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재판을 방청해보니 검찰과 조중동은 베끼기와 받아쓰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더군요.
정씨는 “검찰이 내 말을 잘못 받아 적은 것이다”라고 말하거나
“언론(조중동)이 잘못 받아 적은 것이다”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검찰과 조중동이 꿀먹은 벙어리처럼 가만있더군요.
아무튼 지난 공판에서 정씨가 증인으로 서면서
<PD수첩> 재판과 관련된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하나는 다우너소(넘어져서 일어나지 못하는 소)를 광우병 위험소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광우병 환자로 알려졌다가 다른 병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진 미국인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에 대해 어머니 로빈 빈슨이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라고 말한 것을 <PD수첩>이 임의로 vCJD(인간광우병)으로 고치지 않았다는 사실이 증명 된 것입니다.
먼저, 다우너소를 광우병 위험소로 표현한 것에 대한 부분입니다.
다우너소를 광우병 위험소로 보는 것이 정당하다는 것은 이미 검찰 측 증인에 의해서도 증명되었습니다.
검찰은 이전 공판에서 농식품부 주무관을 불러 “다우너소의 증상이 광우병소의 주된 증상이냐?”라고 물었는데, 그가 “그렇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수의사 출신인 이 주무관이 전문가로서 양심을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음 증인은 미국의 바락 오바마 대통령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우너소에 대한 전면 도축금지 명령을 내렸습니다.
이 도축금지 명령에는 다우너소가 광우병 위험소라는 판단이 깔려 있습니다.
그 다음 증거는 바로 다우너소의 도축 심사 과정을 촬영한 휴메인소사이어티 동영상입니다.
정지민씨는 이 동영상에 대해서 동물 학대를 고발하는 동영상일 뿐 광우병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 공판에서 <PD수첩> 변호인단은 동영상 제작자가 동영상 제작 목적은 동물 학대와 함께 무분별한 다우너소 도축으로 인한 광우병 위험을 알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한 인터뷰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지민씨도 “동영상 제작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인정했습니다.
그러므로 <PD수첩>이 다우너소 도축 심사 과정을 담은 동영상을 활용해
다우너소를 광우병 위험소로 묘사하고 미국 쇠고기 도축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은 정당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이제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와 vCJD(광우병) 표기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것은 첫 번째 사안보다 좀 더 복잡합니다.
그동안 검찰과 조중동은 정지민씨의 진술을 근거로
아레사 빈슨의 사인에 대해 어머니인 로빈 빈슨이 CJD라고 말한 것을 PD수첩이 vCJD라고 고쳤다며 이것이 ‘의도적 왜곡’의 결정적 증거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정지민씨는 자신은 감수 과정에서 CJD라고 표기하라고 했는데 <PD수첩>이 이를 임의로 vCJD로 표기했다고 했습니다.
이에 대해 <PD수첩> 측은,
방송 화면에서는 로빈 빈슨이 CJD라고 말하고 있지만 다른 인터뷰에서 수 차례 vCJD라고 말했고 둘을 혼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vCJD라고 표기하는 것도 무방하다라고 반박했습니다. 로빈 빈슨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CJD가 아니라 vCJD였다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딸이 폐암으로 죽었어요'와 '우리 딸이 암으로 죽었지만' 이라고 혼용하는 것처럼 혼용하는 것이라고. 이때 '암'은 '폐암'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듯이 더 상위 개념인 CJD가 아니라 vCJD를 구체적으로 의미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새로운 사실이 증명되었습니다.
정지민씨가 초벌번역한 방송 화면을 정밀 분석해보니 어머니 로빈 빈슨 vCJD라고 말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정확히는 ‘a variant of CJD’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PD수첩> 변호인 측은 검찰과 정지민씨 주장이 잘못되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은 장례식에서 찍은 아레사 빈슨 어머니 인터뷰 동영상입니다.
검찰은 이 부분을 결정적인 증거로 삼고 있습니다.
"정지민씨가 번역한 부분에서는 로빈 빈슨이 분명히 CJD라고 말했다"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어보니 ‘a variant of CJD’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이에 대해 정지민씨는 'a'와 ‘the’는 다르다며 vCJD를 지칭한 표현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CJD의 변종을 말하는 것인데, CJD는 여러 종의 변종이 있으므로 이를 뭉뚱그려서 CJD로 표현하는 것이 합당한 ‘의역’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영어권에서 생활하지도 않았고 영어영문학을 전공한 사람도 아니기 때문에 정지민씨의 해석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냥 근거를 가지고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a variant of CJD'가 vCJD(광우병)을 지칭한다는 것은 세 가지 문건 정도로 확인됩니다.
하나는 2008년 4월10일자 AP통신 기사입니다.
One possibility for her illness was a variant of Creutzfeldt-Jakob disease, known as vCJD, a rare brain disorder that has been linked to consumption of contaminated beef.
(원문주소 :
http://www.wvec.com/news/health/stories/wvec_local_041008_woman_dies_disease.4d0ab72f.html)
다른 하나는 미국 농무부 공식 문서입니다.
2004년 5월18일 연방관보 중, 미 농무부 관련 부분에 나오는 문단인데,
-> a variant of CJD가 명확히 vCJD라고 게재했습니다.
In 1996, a variant of CJD (vCJD) was
first described. While similar to CJD,
there are distinct differences. vCJD
affects young people, with an average
age of death under 30 years and it has
a relatively longer duration of illness. In
addition, vCJD is strongly linked to
exposure, probably through food, to
BSE, whereas other human TSEs have
not been linked to food exposure. While
the route of transmission of vCJD is not
yet fully determined, it is generally
accepted that it is transmitted through
exposure to food contaminated with
BSE.
(원문 주소 :
http://www.google.co.kr/search?hl=ko&lr=&rlz=1T4GGLR_koKR268KR268&tbo=1&newwindow=1&q=%22a+variant+of+cjd%22+filetype:pdf&start=30&sa=N)
마지막 하나는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자료입니다.
->137페이지 좌측 중단 부분에 명확히 나와 있습니다.
A variant of CJD, caused
by a prion with an altered protein configuration,
is bovine spongiform encephalopathy (BSE or
mad cow disease).
미국 정부(농무부)와 주무 기관(질병관리센터)와 주요 언론(AP통신)이
‘a variant of CJD'를 vCJD(인간광우병)라고 표기하고 있습니다.
오직 대한민국 검찰과 정지민씨만이 ‘a variant of CJD'를 CJD라고 우기고 있습니다.
이들은 도대체 어느 별에서 왔을까요?
그런데 사실 이런 논쟁도 무의미합니다.
아레사 빈슨 유가족이 미국 재판부에 제출한 법률 문서를 보면 'vCJD'라고 명확하게 표기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이 의사들에게 들은 진단 결과는 'vCJD'였다는 것을 증명하는 서류입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자료를 검찰이 구해왔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언론에 이 자료를 흘리자 변호인 측이 구해서 보았더니 명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검찰이 어떤 뻘짓으로 <PD수첩>의 무죄를 증명했는지는 이전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KBS가 김제동씨를 <스타골든벨>에서 방출하지 않았다면 주말에 쓸 수 있었는데,
MBC가 손석희 교수를 <100분 토론>에서 방출하지 않았다면 어제 쓸 수 있었는데,
두 현안에 밀려 오늘에서야 올립니다.
다음번에는 ‘정지민 진술을 바탕으로 한 <PD수첩> 사건의 재구성’을 함 해보려고 합니다. 대하드라마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지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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