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김제동씨의 <스타골든벨> 방출에 항의하는 언론관련단체 기자회견이 KBS 앞에서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시사360> 폐지와 <시사기획 쌈>의 명칭변경에 대해서도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뒤에서 피켓을 들고 있던 KBS 계약직 사원들도 자신들의 사정을 알렸습니다.
이병순 사장은 자신의 연임을 위해 계약직 사원들에 대한 대량 해고에 나섰습니다.
420여 명의 계약직 사원이 해고 당했거나 해고될 예정입니다.
(이중 일부만 구제될 예정입니다)
자신의 연임을 위해 계약직을 자르고 작가들의 고료를 줄이는 등
가장 약한 사람부터 희생시키는 이병순 사장...
그는 국감장에 들어서다 자신이 해고시킨 계약직 사원으로부터 수모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들은 왜 그를 덮쳤을까요?
그 사연을 보내왔습니다.
어느 KBS 연봉계약직 사원의 글
‘일자리가 희망이다’
KBS의 올해 연중기획입니다.
맞습니다. 일자리는 희망입니다. 해고는 살인입니다.
그러나 ‘일자리가 희망이다’를 진행하던 직원은 해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이기 때문입니다.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십여 년이 넘는 동안 KBS의 식구였던 연봉계약직 직원들은 하루아침에 자신들의 일자리를 잃고 한 여름을 뙤약볕과 여름장대비를 맞아가며 비정규직의 부당해고에 항변하고 있습니다.
420명 KBS 연봉계약직 노동자들은 짧게는 수 년, 길게는 십여 년간 KBS와 함께 울고 웃고 땀흘리며 KBS의 가족이었습니다. 어느 직무 하나라고 공영방송으로서 KBS를 소중히 가꾸는데 중요치 않은 업무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KBS는 그동안 동고동락해오던 연봉계약직 직원에게 한마디 말이나 의견수렴도 없이 일방적이고 졸속적으로 대량해고를 강행하려 하고 있습니다.
KBS의 연봉계약직 인력운영 방안에 따르면 KBS는 2007년 제정된 ‘비정규직보호법’으로 인해 사용기간이 2년을 초과하는 연봉계약직 노동자에 대해 7명만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비정규직 보호법에 해당되지 않는 전문자격사와 청원경찰 등 90여 명은 계약을 연장하되 나머지 320여 명의 연봉계약직들에 대해서는 전원 계약해지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일부는 자회사로, 일부는 외부 업체로, 일부는 완전히 실업 상태로 넘어갑니다.
매년 그 해 계약기간이 끝나면 당연히 다음 계약서를 써왔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해고될 것이라고는 상사들도, 선배들도, 우리 자신도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미 60여 명의 연봉계약직 직원들이 해고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수십 명의 비정규직이 순차적 계약 해지를 앞두고 있습니다.
10여 년을 내 회사로 알고 정규직과 다름 없이 일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만 나가라고 합니다. 이유는 단 하나! 비정규직이라는 명찰 때문에...
회사에서는 자회사로 가는 것을 ‘고용 승계’라며 우리에게 자회사로 갈 것을 요구합니다. 그러나 어떻습니까. 자회사가 대안이 아니라는 것이 지금까지 많은 기업들의 사례가 너무나 명확히 보여줍니다. 본사의 부담을 자회사로 떠넘기면, 자회사에서는 다시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입니다. 결국 ‘폭탄 돌리기’ 이상 아무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회사는 자회사로 가지 않으면 ‘해고’하겠다며 협박을 합니다. 자회사 정규직이라고 하지만, 회사가 내민 계약서에는 업무형태도 직무도 연봉도 어느하나 명시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저 동의만을 강요합니다.
국민의 방송 KBS가 비정규직법 시행을 명분으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좀 더 불안한 노동 시장으로 내모는데 앞장서서는 안 됩니다. 또한 노동자에게 살인 행위와 다름없는 해고를 미끼로 전적 동의서를 강요하고, 이로 인해 고통 받는 비정규직과 그들의 가족이 받는 심리적 상처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합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해야 하는 공영방송 KBS가 경영 효율화, 업무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고,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아픔을 주고 있습니다.
자회사 이관은 절차적, 내용적으로 폭력적이고, 반공영적이며, 반민주적입니다.
최근 회사내부에서는 일반직 사우들의 불만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대량으로 빠져나간 연봉계약직 자리를 일반직 사우들로 채워지고 있으며, 여기에는 직종의 전문성을 고려하지 않는 무조건 적 자리채우기 식의 행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부서에서는 이미 심각한 문제가 되어, KBS노동조합 차원에서 사측에 강력하게 항의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회사의 계획성 없고 무차별적인 인원감축에 대한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지난 6월 24일, 100여 명의 사우들은 언론노조 KBS계약직 지부를 결성해 회사의 불합리함과 불공정, 비공익에 끝까지 싸울 것을 결의했습니다. 우리의 정당한 고용에의 권리를 찾기 위해, 회사의 강압에 못 이겨, 혹은 생계문제 때문에, 자회사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자회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동지들의 몫까지 싸우겠습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일자리가 희망이라고 말하는 공영방송 KBS에서부터 비정규직들에게 칼날을 휘두르면 우리 800만 비정규직들은 더 물러날 곳이 없습니다.
아직은 햇병아리 노조라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그러나 저희 KBS 비정규직들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애써 저희 자신이 비정규직임을 외면하지도, 비정규직의 문제로부터 물러서지도 않겠습니다.
언론노조 KBS 계약직 지부는 숨죽였던 비정규직의 목소리를 힘있게 내는 데 앞장서고자 합니다.
비정규직이라는 이름으로 차별받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데 작지만 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이 사진이 바로 KBS 계약직 사원들이 국감장에 들어서는 이병순 사장을 덮치는 사진입니다. 미리 5명이 국회 본청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이병순 사장의 면전에 항의했습니다.
해고된 계약직 사원들이 이병순 사장에게 항의하는 동안 정규직 기자는 기자들의 취재를 막으며 이병순 사장을 엄호했습니다. 월급받은 값을 하네요.
조합원들은 8월 17일부터 21일까지 비정규직 부당해고 반대 대국민 선전전 및 지역국 순회 투쟁을 진행했습니다. KBS 비정규직 문제를 전 국민에게 알리고, 지역국 곳곳에서 땀 흘리고 있는 조합원 동지들을 응원하는 발걸음은 KBS 광주총국을 시작으로 5박 6일간 창원, 진주, 울산, 대구, 청주, 대전, 홍성, 수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역국 조합원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서로가 손을 잡으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것이 단지 투쟁을 위한 수사가 아님을 몸과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적으면 1명, 많으면 6명. 지역국의 조합원들은 어쩌면 고립되어 있었습니다. 혼자였으면 차마 피켓을 들지 못했을 것입니다. 함께 피켓을 든 서로가 있기에 회사도, 비정규직이라는 굴레도 두렵지 않았습니다.
회사 정문에서 처음으로 피켓을 들었을 때의 조금은 쑥스러웠던 나의 얼굴을 지역국분들에게서 보았습니다. 이제는 지역이 우리 투쟁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선전전의 주체가 되어 피켓을 들고, 선전물을 돌렸습니다. 처음 구호를 외칠 때, 잘 올라가지 않던 팔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게 ‘비정규직 철폐 투쟁! 결사 투쟁!’을 외치며 하늘로 더 높이 뻗습니다.
KBS노동조합의 지역 지부장님들도 만났습니다. 우리 투쟁의 필요성에 공감해 주시고, 힘을 보태주시겠다는 적극적인 지지 말씀에 마음이 더 급해집니다. 우리가 할 일이 정말 많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많구나, 우리가 한다면 도와주실 분들이 많구나. 급해진 마음만큼 더 빨리 움직이려고 합니다. 더 많은 일을 하려 합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성과는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우리의 행보에 감동했고, 그 감동의 에너지로 우리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게 되었으며, 전국 곳곳에서 응원해주는 수많은 선후배들, 시청자들을 만나면서 우리의 내일에 더 큰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를 위하고, KBS를 위하고, 수백만 비정규직을 위한 KBS 계약직지부 조합원의 돌발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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