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비판하는 총학생회가 학내 언론탄압 주범이라니

독설닷컴에서는 '위기의 대학언론'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탄압 혹은 언론장악 행태가
대학사회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 학교 당국에 의한 것인데, 때로 총학생회에 의한 것도 있습니다.

경희대학교 사례는 총학생회의 언론탄압에 관한 내용입니다.
총학생회가 교지 제작비를 가지고 압력을 가하는 방식은
'특이사례'가 아니라 '일반사례'입니다.
많은 대학에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한번 읽어보시죠.

MB 비판하는 총학생회의 언론탄압,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 경희대 교지편집위원회 『고황』 편집위원 박혜린

 ‘대학언론의 위기’ …… 정말 '위기' 일까?

    우리는 ‘위기’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경제의 위기, 민주주의의 위기, 인문학의 위기, 미디어의 위기, 대학의 위기, ‘대학언론의 위기’ 까지 말입니다. 

    지금 이 글에서 이야기하려는 대학의 ‘자치언론’들은 재정지원이 끊기거나 독자들에게 읽히지 않거나, 예산권과 편집권을 침해받으며, 심한 경우 폐간되기까지 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힘들어지면 힘들어질수록,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파괴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까요. ‘권력’을 획득하지 않은 채 (대학당국과 비교했을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총학생회와 달리 자치언론은 투표를 거치지 않기에 권력을 가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글로서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키우고자 하는 대학언론부터 역풍에 휩쓸리고 있습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위기’라고 말을 하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미 대학 자치언론들은 사라졌거나, 사라지는 과정을 겪고 있습니다. 지금 자치언론의 날씨는 태풍 ‘주의보’가 아니라, ‘경보’입니다. 아니, 이미 태풍이 와서 휩쓸고 간 상황입니다.

MB 비판하는 총학생회의 언론탄압

    망설이고 또 망설였던, 약 6개월이 지난 이야기를 이제 하려고합니다. 지난 3월 교지 <고황>은, 다음 2학기부터 국제캠퍼스에서는 더 이상 교지대금을 지원받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맨 처음 총학생회 측에서는 ‘교지대금 하향비율 조정을 원한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희가 거부 의사를 표현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자치회비 중 교지대금 비율을 0%로 만들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은 국제캠퍼스 총학생회의 민주적인, ‘너무나도’ 민주적인 절차를 거쳐 이뤄졌습니다. <고황>은 학생 회의기구에서 의결권이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몇 몇 회의에서 간단한 의사표현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발언조차 회의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거부당한 적도 있습니다. 이후, 다수결에 의해 교지대금 0%가 결정되었고, 원래 교지대금으로 분배되어있던 예산은 다른 자치기구들이 나눠가졌습니다.

    또한, 자치회비 중에서 교지대금을 쓸 수 없도록 학생회칙이 개정되었습니다. 경희대의 경우, 학생들이 낸 자치회비에서 일정 비율을 교지대금으로 쓰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예산이 삭감된 것이 아니라, 아예 국제캠퍼스에서는 교지발간을 할 수 없게끔 만든 것입니다. 총학생회 측에서는 ‘학우들이 교지를 잘 읽지 않으며, 마치 돈이 길에 뿌려져있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 곳곳에 비치된 교지는 남지 않고 빠져나갑니다.

     이런 식으로 자치언론을 탄압한 국제캠퍼스 총학생회는, 적극적으로 MB를 비판합니다. 총학생회는 학교에서 MB의 언론탄압에 반대하는 연사들을 불러 언론의 중요성에 관한 강연까지 개최했습니다. 언론탄압에 반대하는 총학생회답게, 자치언론기구인 교지의 자유를 완전히 보장해 주고 싶었나 봅니다. 최소한의 안전장치나 대안도 없이, 스스로 교지대금을 걷으라며 자유를 주었습니다. 교지를 그만 만들 자유를 주었습니다. 서로 비판을 통해 좀 더 나은 교지, 좀 더 나은 자치 기구를 만드는 방향도 있었는데 말입니다.

(참고 : 경희대 교지 고황은 서울캠퍼스와 국제캠퍼스가 함께 활동하는 학생자치언론입니다. 경희대의 경우, 신문사와 영자신문사 또한 양 캠퍼스가 함께 활동합니다. 이 중, 학생들의 지원을 받고,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자치언론은 교지 고황이 유일합니다.)

당신네 대학언론은 얼마나 아프십니까?

    첫째로, 많은 자치언론들이 잘 읽히지 않는다, 영향력이 없다는 이유로 없어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물론, ‘수요가 없으면 필요 없다.’는 식의 단순한 시장논리에 따르자면 그렇겠습니다. 그러나 학생 ‘자치’는 ‘수요’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바닥이 아닙니다. 어떤 총학생회도 의도적으로 자치 기구를 시장논리에 따라 운영하고자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또한, 대학의 ‘자치 언론’을 하는 사람들 또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치 언론기구를 시장논리에 따라 판단 할 수 없는 것은, 그것이 돈이 되든 되지 않든 대학사회에서 필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자치 언론은 재정적으로 학교,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기 때문에 그에 대한 비판의 기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대학생의 자치언론이라면 <사회에서 등 돌린, 88만원 세대로 전락한, 소외된, 그래서 잘 들리지도 않는>학생들의 목소리를 크게 말하는 <‘확성기’> 역할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여기서 학생들은 언론인 자신이기도 하며, 친구들이기도 할 것입니다.  

    둘째로, 자치언론을 포함한 대학언론은 독자와의 ‘소통’ 기능을 제대로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언론이 마치 독자들을 배제하는 것 같이 들립니다. 그런데, 누구나 알겠지만 ‘소통’은 쌍방이 함께 하는 것입니다. 매체제작자는 물론이고, 언론매체를 ‘읽는’ 입장에 있는 학생도 함께 이야기를 공유할 의지가 있어야 소통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대학생들은 자기 자신과도 소통할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 나의 목소리는 ‘닥치고’ 먹고살 고민이나 해야 합니다. 이러니 무슨 타인과의 소통이 될까 싶습니다. 

    셋째로, 대학언론은 내부적인 문제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제가 겪었기에 가장 부각되는 문제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대학언론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운영이 원활하고, 학교지원을 받아 넉넉한 대학언론은 여전히 많은 새내기들이 지원합니다. 그러나 저도 겪었고, 다른 학교의 교지를 받아보면서도 알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학생들의 지원을 받는 ‘자치언론’ 내 사람이 줄어드는 것이 눈에 띕니다. 고학번들은 ‘취직’ 때문에 오래 활동을 할 수 없고, 새내기들 또한 ‘취직’ 때문에 웬만하면 힘 적게 들이고 스펙 되는 동아리들을 찾아갑니다. 영향력이 줄어든 만큼, 새내기들의 관심 밖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진짜 위기는 우리안의 무기력함

    앞서 말한 여러 가지 문제들은 시대의 흐름과 함께, 여러 가지 상황이 맞물려 점점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학교의 탄압, 총학생회의 탄압과 같은 외부적인 상황은 ‘위기’라고 느끼는 순간 이미 ‘게임 오버’ 되어 있습니다. 사실, 언론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은 부당한 상황들에 대해 맞설 수는 있지만, 그것을 통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대학 언론인들은 ‘내가 어찌할 수 없음’ 때문에 점점 무기력해집니다. 저도 그렇게 무기력함에 사경을 헤매던 어느 날, 보다 못한 한 선배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어떤 유명 작가도 말했던 것 같습니다. ‘진짜 위기는 우리안의 무기력함’이라고요.

   이 말을 들었을 즈음부터, 조금씩 기운을 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미 국제캠퍼스 자치회비 교지대 비율은 0%가 된 상황이었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이라도 해야 했습니다. 우리의 무기력함을 헤쳐 나가자며, 의욕적으로 돌아오신 선배도 있습니다. 비록 거절당했지만 총학생회에 간담회제안을 했고, 학우들의 지지를 받기 위한 서명운동도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읽히는 책, 치열한 책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수습위원 모집활동도 꾸준히 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방학 때보다도 열심히 함께 공부하고, 세미나를 했습니다. 구성원들과 함께 책들과 생각을 공유하면서, 자연스럽게, 우리가 앞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을 찾는다

    대학의 자치언론이 직면한 어려움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같이 답을 모색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심각하고 답 없는 논의 말고, 논의하고 싶어서 견딜 수 없는 생산적 논의를 하고 싶습니다. 한 매체 안에서도, 여러 학교의 매체들도, 함께 공부하고 행동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조심스레 해봅니다. 대학 언론, 교지들의 연대는 ‘정말로’ 불가능한 것일까요?

    위기를 겪은 언론이라면 ‘대안이 없다’거나, 대안이 있더라도 우리는 할 수 없을 거라는 자포자기의 상황을 알 것입니다. 무엇을 할지,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생각은 하게 되었지만, ‘답’같은 것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알 것입니다. 무엇을 해도 결과가 좋고, 나쁘고를 판단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불가능성이 아니라, 몇 가지 가능성들을 볼 수 있습니다. 구원의 손길을 기다리기보다, 우리 스스로 대안이 되는 것이 빠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