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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위기인 한국의 대학/전국 대학 총학 선거 감상법

막걸리 선거보다 못한 대학 총학생회 선거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2. 18.


서울대 등 20여개 대학에서 총학생회 선거 파행
후보자격 박탈, 제적, 고소 등 남발 
 
2009년 대학 총학생회 선거가 끝났다. 아니 끝나지 못했다. 서울대·이화여대 등 무려 20여 개 대학에서 총학생회 선거가 파행으로 얼룩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투표율이 낮아서 무산된 것이 아니다. 투표 부정, 도청, 후보자격 박탈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투표가 무산되었다. 2009년 한국의 대학가는 심한 ‘선거 플루’를 앓고 있다. 


이화여대 총학생회 선거는 두 후보가 불출마해 파행이 되었다.

 

# 서울대

가장 극적인 곳은 서울대학교다. 6년 연속 투표기간 연장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는 올해 불미스러운 일이 세 가지나 발생했다. 하나는 투표함이 사전에 개봉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 과정에서 도청이 있었다는 점이다. 마지막 하나는 이런 일 때문에 두 번에 걸쳐서 총학생회 선거를 했는데도 결국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었다는 것이다.

‘서울대 X파일’ 혹은 ‘학관 게이트’라 불리는 이번 서울대 총학생회 선거 부정은 서울대 담장을 넘어 일반인에게까지 알려졌다. ‘유튜브’에 투표함이 개표 전에 개봉된 적이 있다는 것을 폭로하는 동영상이 올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동영상은 문제를 제기한 측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그들이 이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선거관리위원회 사무실을 도청했기 때문이다. 

문제투성이였다. 현 총학생회가 구성한 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함을 부실하게 관리했다. 30여 개 투표함 중에서 10여 개가 미리 개봉된 것으로 의심할 수 있을 정도로 훼손되었다. 이와 관련해 부정선거 의혹이 일어 공청회가 소집되었지만 선관위는 “조사위원회 활동이 편파적이다”라며 불참해버렸다. 선관위 책임자들이 잠적하면서 의혹은 끝내 풀리지 못했다. 

부정투표 의혹에 대한 명확한 규명 없이 재투표가 이뤄졌다. 1차 선거에 참가했던 5개 팀 선거대책본부(선본) 중에서 2개 팀 선본이 불참했다. 3개 팀 선본이 재선거를 치렀지만 투표율 미달로 결국 선거가 무산되었다. 이번 선거에 참여했던 한 선본 관계자는 “TV 시사 프로그램에서 심층보도를 해야 할 만큼 부정과 비리가 만연한 선거였다. 내년 봄에 3차 선거가 치러지더라도 관여하지 않을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 영남대

서울대의 경우 선관위를 구성한 기존 총학생회가 비운동권 계열이었고 문제제기를 하는 선본은 운동권 계열이었다. 반면 영남대에서는 운동권 계열 총학생회가 구성한 선관위 쪽에서 비운동권 계열 후보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결국 운동권 후보가 단독으로 출마해 선거가 치러졌는데 찬성보다 반대표가 많아서 당선되지 못했다. 

(영남대 중앙선거관리위원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비운동권 계열 후보에 대한 자격 박탈은 정당한 것이었으며 낙선한 것은 학교 측의 조직적인 방해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특히 재단 측이 관여했다는 것인데, 영남대 선관위의 입장은 별도로 포스팅할 예정이다.)


# 이화여대

이화여대의 경우는 비운동권 계열 총학생회가 구성한 선관위에서 운동권 계열 후보의 후보 자격을 박탈해 문제가 되었다. 선관위가 경고 누적을 이유로 후보 자격을 박탈하자 이들은 삭발을 하면서까지 항의했다. 이에 아랑곳 않고 선관위가 선거를 강행하자 다른 후보까지 사퇴해 결국 비운동권 후보 단독으로 선거를 치렀다. 그러나 학생들이 선관위의 행태에 반발해 투표를 보이콧함으로써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되었다. 


# 대전대
 
대전대학교에서는 총학생회 당선자와 선관위 책임자가 제적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올해 총학생회장이었던 오주영씨가 개정된 학생회칙에 따라 연임에 도전해 당선되었는데 학교 측이 "학교 명예를 실추시키고 학생을 선동했다"라며 그 과정을 문제 삼아 오씨와 학생회칙 개정 책임을 맡은 선관위 책임자를 제적하는 초유의 조치를 감행했다. 


# 동아대

동아대학교 총학생회 선거는 파행선거의 '교본'과 같았다. 두 후보가 출마했는데 한 쪽 선본이 상대방 후보의 성추행 의혹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진상규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이 후보 측에서 선거를 보이콧하기 위해 사퇴를 하는데 선관위에서 먼저 '허위 사실 유포'라며 후보 자격을 박탈한다. 그리고 단선으로 출마한 후보가 당선되었다. 

(당선된 후보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경찰 수사 결과 무죄가 밝혀졌으며 성추행 사건은 진범이 따로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현재 이 후보 측에서 사퇴한 후보 선본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상태다.)  


# 명지대

명지대는 학생들이 소송을 통해 총학생회 선거의 법적 효력을 문제 삼았다. 날인 없이 투표 용지가 배부된 투표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기본적인 절차를 어긴 선거의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학생들이 법원에 '당선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냈다. 


# 고려대

고려대학교의 경우 해괴한 흑색선전이 펼쳐졌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의 딸인 전지원씨가 총학생회장에 당선되었는데 “민주당 국회의원의 딸이 당선되면 고려대가 민주당의 시녀가 될 것이다”라는 흑색선전이 퍼지기도 했다. 많은 대학에서 후보들 간 비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총학생회 선거가 치러졌다. 


# 기타

이뿐만이 아니다. 울산대에서는 훼손된 투표함이 발견되어 재투표가 이뤄졌고 용인대에서는 투표함을 훔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부산 부경대에서는 대리투표와 뭉치표가 적발되었다. 부산대에서는 후보가 휴학 중인 사실이 드러나 선거가 무산되었고 성균관대에서는 양쪽 후보가 각각 성추행 의혹과 경고 누적으로 후보 자격을 상실하는 일이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