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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지키미 게시판/YTN사태 시즌2

YTN 노조 노종면 위원장, 사퇴의 변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9. 12. 23.




주> 전국언론노조 YTN 지부 노종면 지부장이 노조위원장 직에서 사퇴했습니다.
그가 쓴 '사퇴의 변'을 옮깁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러분의 위원장이어서 행복했습니다.]


존경하는 조합원 여러분께.


부족하디 부족한 노조위원장 노종면입니다.


저는 2009년의 세밑에 위원장이라는 짐을 조심스레 내려놓으려 합니다.


예기치 않은 결정으로 조합원들께 혼란을 드리는 게 아닌가 여전히 걱정스럽지만
지금 사퇴하는 것이 우리 노조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데
밀알이 되는 길이라 판단해 마음을 굳혔습니다.


하나의 행동은 갖가지 해석을 낳기 마련이지만
저의 사퇴를 패배로 해석하는 것은 철저히 경계해 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저는 위원장에 당선된 이래 지난 16개월 동안
수많은 고비를 조합원 여러분과 맞닥뜨렸지만
단 한번도 패배감을 느껴본 적이 없으며, 지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노조의, 조합원 여러분의 승리는 자명합니다.


다만, 몰염치하고 몰상식한 저들이
권력의 모래시계가 소진함에 따라 발악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며
조합원 여러분께 패악질을 해대고 있는데도
노조가, 지금의 집행부가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냉정한 현실 인식과 자기 반성은 회피할 수 없습니다.


체념하지 않는 한, 좌절하지 않는 한
아무리 난해한 문제라 할지라도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혼자 다 할수 있다 자만하지 않는 한, 동료의 존재를 든든히 믿는 한
아무리 지난한 시련이라 할지라도 돌파해 낼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의 사퇴가 강력하고 현명한 새 집행부의 탄생을 담보하는
지렛대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저의 사퇴가 저들이 조장하고 있는 공포 경영의 허상을
담담히 간파해 허물어뜨리는 전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단지 믿고 소망하는 것이 아니라 그리 될 것이라는 확신이 섰기에
사퇴를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일이지만
만약 구본홍 씨가 정권의 외압과 사내 매파의 준동으로 사퇴하지 않았다면
8월 초로 예정됐던 구본홍 씨의 보직인사 직후 저는 사퇴했을 것입니다.


4.1 합의로 서울구치소를 나와 여러분 앞에서 약속했던
공정방송 보장 제도의 쟁취를 이행했고,
해직자 복직도 사퇴를 통해 담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공정방송 협약 체결 과정 등에서 무수한 방해 공작을 하던 매파 세력이
구본홍 씨의 보직인사가 임박하자, 자리를 지키기 위해 구본홍 씨의 제거를
정권에 요청했던 것, 이것 말고는 구본홍 씨가 대대적인 승진인사를 단행하자마자
전격 사퇴한 미스터리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사내 권력이 재편된 이후에도 사퇴의 고민은 늘 이어졌습니다.


저들이 원하고 말고를 떠나, 저의 사퇴가 노조와 조합원 여러분께
보탬이 되는 시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고민을 종용했습니다.


물론 지금보다 더 나은 시점이 있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 지금보다 더 나은 시점이 올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지금을 시점으로 선택했습니다.


지금 제가 할수 있는 일들 중에서 사퇴가 최선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말로, 지금의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저는 사퇴보다 더 좋은 대안을 찾지 못했습니다.


제 사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들께서는
징계무효소송 항소심에서의 승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내년 봄쯤에는 사퇴를 해야 했다는 점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른바 해직자 집행부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강력하고 현명한 새 집행부의 출범이 지금 잠시의 혼란을
충분히 보상하리라는 점을 상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새 집행부 구성을 위한 선거가 그 자체로
투쟁과 축제의 공간이 될 수 있음도 고려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 노종면에게
버거운 짐을 내려놓고 스스로를 돌아볼 시간을
잠시 허락해 준다고 여겨 주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충전의 시간이 필요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여러분께 걱정을 끼칠 정도는 아닙니다.


저는 사퇴 이후에도 자랑스러운 YTN 노조의 조합원으로서,
그리고 거부할 수 없는 YTN 투쟁의 상징 해직자로서
그 책무를 다할 생각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현재 진행 중인 각종 법적 투쟁을 담당할 것이며,
조합원 여러분께서 양해해 주신다면
위원장이기 때문에 자제했던 외부 활동을 힘 닿는 한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행여라도 후임이 나서겠느냐 우려하는 분이 계실까 싶어 말씀드립니다.


저는 사퇴 고민을 하면서 오랜 기간 꽤 폭넓게 의사 타진을 해왔습니다.


지금 당장 대안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제 판단으로는 반드시 여러분의 뜻에 부합하는 후임자가
노조를 이끌게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만약 후임자가 나서지 않아 선거가 무산 또는 연기되는 일이 생긴다면
오늘의 제 사퇴는 실패로 규정될 것이며
저는 노조에 해를 끼친 섣부른 결정의 장본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막연한 통합 논리로 명분의 해체를 도모하거나,
해직자 복직을 야합의 도구로 이용하는 세력이 노조를 장악하게 되어도
마찬가지입니다.


누가 새 집행부를 이끌게 될지 모르겠지만
몇가지 이른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YTN 투쟁을 빛나는 투쟁으로 기록해 주십시오.


YTN 투쟁의 정신과 명분을 계승해 결코 불의와 타협치 말아 주십시오.


해직자 복직은 법을 통해 쟁취할 대상이니
결코 복직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마십시오.


공정방송 협약은 저들이 가장 깨뜨리고 싶어하는
우리의, 아니 YTN의 보물이니 끝까지 지켜 주십시오.


비록 더디더라도 통합의 가치는 포기하지 마십시오.


이제 제 사퇴의 글을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


사퇴 의사는 어제 밤 해직자들에게 통보했을뿐
동의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미리 언질조차 받지 못해 많은 분들이 놀라시고 서운해 하시겠지만
감히 이해를 구합니다.


제 사퇴는 평가 여하와 무관하게 현실이 됐습니다.


가급적 평가보다는 현실에 주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위원장 직무대행은 김선중 부위원장이 맡아주시고
수석부위원장은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아
새 집행부 구성이 신속하고 원만하게 이뤄지도록 힘써 주시기 바랍니다.


당초, 수석부위원장 등 전임자들이 새해를 맞아 교체될 예정이었으나,
선거가 끝날 때까지 시기를 늦추게 된 점 당사자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그리고 집행부 교체를 꼬투리 삼아
사측이 교섭의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의 교섭은 언론노조 위원장이 교섭 대표인 산별 교섭이므로
중단 요구를 수용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사퇴한다고 눈에서도 멀어지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조합원 여러분께서 잠시의 혼란을 극복하고
새로운 대오 구축을 현실로 받아들이실 때,
YTN 노조 조합원으로서, 여러분의 동료로서, 해직기자로서
집회에서, 술자리에서, 거리에서, 찻집에서 만나 뵙겠습니다.


그리고 새 집행부가 구성된 뒤에도
조합원 여러분이 허락하신다면 집행부와 해직자를 잇는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생각입니다.


저는 지난 16개월 여러분의 위원장이어서 분에 넘치게 행복했습니다.


해직과 구속은 아픔이 아니라 오히려 영광이었습니다.


여러분이 곁을 내주신다면 끝까지 그 자리를 지키겠습니다.


사랑합니다.


    2009년 12월 23일, 공정방송 쟁취투쟁 524일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 노 종 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