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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글라디에이터

무명 뮤지션을 월드스타로 만들어주는 유튜브의 마법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4. 12.

"미국의 밴드 OK Go의 사례도 흥미로운데요.
멤버의 동생 집에서 저렴하게 만든  뮤직비디오 하나가 기발한 아이디어를 담고 있는데
이게 유튜브를 통해 퍼지면서 아주 대박이 난 밴드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QaRfxjcpYvM&feature=fvst

그런데 후에 그들의 소속사인 EMI가 유튜브에 올라간 이 동영상을 퍼가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그러자 하루 평균 만 건에 달하던 조회수가 천 건으로 줄어들었고
이 결과 밴드가 6개월 동안 벌어들인 돈은 27.7 달러, 회사가 번 돈은 5400 달러 정도에 불과했다고 하는군요.
단돈 몇푼을 위해 소셜 미디어를 통한 콘텐츠의 viral한 전파를 가로막은 결과
무료로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렸다는 얘기인데요.
이러한 내용으로 밴드의 멤버인 DAMIAN KULASH Jr.가 NYT에 직접 기고한 글이 있습니다.

http://www.nytimes.com/2010/02/20/opinion/20kulash.html

저렴한 비용으로 사람들의 흥미를 끌만한 기발한 아이디어의 콘텐츠를 만들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파한다는 이런 아이디어는 한국의 인디음악 종사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저희도 앞으로 이런 식으로 승부하려고 생각하고 있고요."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사장의 말입니다. 
유튜브가 무명뮤지션과 인디밴드들에게 기회의 땅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살펴보았습니다. 




3월21일 멜론악스홀에서 유튜브가 국내에서 최초로 시도한 라이브 콘서트 <유튜브 뮤직데이>가 열렸다. 아이폰이나 안드로이드 탑재폰을 이용해 라이브로 볼 수 있는 이 공연은 지난해 10월 록 밴드 U2의 로스앤젤레스 공연 실황을 중계한 것과 지난해 12월 팝 가수 알리샤 키스의 뉴욕 공연을 생중계한 것을 연상시켰다. 일본과 타이완에서 동시에 생중계된 이 공연에는 타블로가 리더인 에픽하이를 비롯해 2AM, 클래지콰이, 국카스텐 등이 참석했다. 


유명 밴드가 아니었던 국카스텐은 이날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이날 공연으로 해외 팬들이 생겼기 때문이다. 유튜브의 매력은 해외 시장 진출의 교두보가 된다는 것이다. 국내 시장이 걸 그룹 위주의 댄스음악 시장인데 반해 세계시장에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음악 팬들이 두루 존재한다. 밴드 ‘넬’의 경우 유튜브에 올린 ‘기억을 걷는 시간’이 47만 페이지 뷰를 기록했는데 외국인이 대부분 댓글을 남겼다. “가사를 이해는 못하겠지만 뭔가 아련한 옛 추억을 상기시킨다”라는 내용이 많았다.  

   
유튜브 뮤직데이 라이브 장면 심지어 무명 밴드는 물론 일반인도 가능하다. 임정현씨가 2005년 전자기타로 캐논 변주곡을 연주하는 것을 올린 동영상은 전 세계에서 7100만명이 보았다. 정성하군이 만 11세이던 2006년에 올린 기타 연주 동영상은 무려 1억2000만명이 보았다. 재미동포 데이비드 최의 기타 연주 역시 현재까지 5400만 번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거대한 음악의 원형 경기장이 열린 셈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디 밴드들도 뉴미디어를 주목한다. 가수 장기하를 스타덤에 올린 경험이 있는 인디레이블 붕가붕가의 고건혁 사장은 “장기하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배경은 디시인사이드에서 그의 엉거주춤한 춤을 ‘촉수춤’이라며 다양하게 합성하고 음원을 리믹스한 것이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전파된 것 덕분이었다. 그런 모형이 이제 세계시장에서도 일어나는 것으로 보인다. 인디 밴드들에게 좋은 기회가 열렸다고 보고 준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인디밴드들에게 유튜브는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신령스런 나무와 같다. 자신의 음악을 담은 동영상으로 촉수를 내밀면 전 세계에 산재해있는 잠재적 팬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걸그룹의 후크송 위주로 편재되어 있는 국내 음악시장에서 고사직전인 이들에게 유튜브는 산소호흡기가 될 수 있다. 어딘가에 있는 나의 팬과 연결해주기 때문이다. 실제 유튜브에 들어가보면 인디밴드 음악에 외국인들이 다양한 언어로 댓글을 달아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일본 가수 가와무라 신이치는 팬들과 함께 만든 <일상의 음색(日?の音色)>이라는 뮤직비디오로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가 되었다. 전 세계 팬들이 보내준 동영상 자료를 편집해 만든 이 뮤직비디오의 시청자는 무료 240만명이다. 이 뮤직비디오가 화제가 된 후 가와무라는 주류 무대에서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할 수 있었다.   


SM엔터테인먼트가 보아를 일본 시장에 진출시킬 때, JYP엔터테인먼트가 원더걸스를 미국 시장에 데뷔시킬 때 30억원 내외의 비용이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회사는  사운을 걸어야 했다. 그러나 이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30억원의 비용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30억원을 받고 스카웃되어 세계시장에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것이다. 



주> 다음은 장기하 소속사인 붕가붕가레코드 고건혁 사장이 문화계간지 '1/n'에 기고한 글인데 참고할만한 내용이라고 생각해 첨부합니다.  


인디 음악에게  인터넷은 희망인가? 


고건혁 - 붕가붕가레코드 대표


입소문의 힘 

영국 셰필드(Sheffield) 출신 밴드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의 성공담은 인디하게 음악 사업을 하는 입장이라면 가슴이 설레는 종류의 얘기다. 2003년 처음 활동을 시작할 무렵만 해도 그들 역시 세계 도처의 인디 밴드들과 마찬가지로 고향 근처에서 근근하게 공연을 이어나가며 직접 만든 데모 CD를 뿌리고 다니고 있었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팬들로 하여금 그들의 노래를 자기네 홈페이지와 P2P망(사용자들끼리 파일을 주고 받을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에 마음껏 올리도록 부추겼던 것. 디지털 음원을 유통할 권리를 포기하는 대신 사람들 사이에 퍼지는 입소문의 힘을 믿은 것이다.

그게 제대로  먹혔다. 어느새 셰필드를 넘어 미국의 음악판 싸이월드 같은 사이트인 마이스페이스(MySpace.com)에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더니만 영국의 인디 레이블인 도미노(Domino)와 계약을 맺어 2005년에 낸 데뷔 앨범은 첫 주에만 무려 360,000 장을 팔고 영국 차트 1위를 기록했다. 인디 데뷔 앨범으로서는 영국 역사상 가장 빨리 팔린 경우였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수치였다. 물론 음악도 좋았던 탓이었지만 주류에서는 거의 노출이 없었던 밴드가 순식간에 거물이 된 것은 순전히 인터넷 덕분이었다.

그렇다. 인터넷이다. 사람들은 자사의 상품에 대해 미사여구를 늘어 놓는 광고를 믿지 않는다. 대신 구글(Google.com) 같은 검색 엔진 혹은 네이버(Naver.com) 같은 검색 포탈에 가서 자신이 원하는 뮤지션의 이름을 누르고 누군가의 블로그에 “그 밴드 노래 참 좋더라!” 혹은 “이 노래 최악!”이라는 식의 평가가 올라와 있는 것을 확인한다. 여러 사람의 블로그를 돌아보고 나면 대충 각이 나온다. 만약 괜찮다 싶어 음악을 들어보고 자기도 마음에 들면 자기도 블로그에 그에 관한 얘기를 올린다. 평가가 입에서 입을 타고 전파되는 것이다. 많은 돈 들여 광고할 필요 없이 듣는 이들에게 직접 어필하여 입소문 하나 제대로 나면 팔리는 시대가 왔다.

이런 가능성을 먼저 내다 본 것은 역시나 시장이 어떻게 흘러가는 지 파악할만한 돈과 시간이 있는 메이저 회사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음반 제작사 중 하나인 워너(Warner)의 자회사인 리프라이스(Reprise)는 미국 뉴저지(New Jersey) 출신의 밴드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를 마케팅할 때 그들의 팬들이 자주 오는 웹 사이트들과 마이스페이스 같은 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애매한 대중에게 대량으로 노출시키기 보다는 팬들 혹은 잠재적인 고객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마이 케미컬 로맨스는 마이스페이스에서 45만 명에 육박하는 팬들을 확보했고, 리프라이스가 발매한 그들의 앨범은 1년 동안 140만장이 팔렸다.

메이저가  이런데 하물며 ‘마케팅 비용’이라는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때문에 고민하던 인디 음반사들로서는 당연히 군침이 흐를 수밖에 없다. 메이저 음반사들에게 인터넷이 하나의 옵션이라면 0원에 가까운 비용으로 홍보를 해야 하는 인디 음반사들에게 음악만 잘 만들어 놓으면 돈 한 푼 안 들이고도 뭘 해 볼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사실 이게 거의 유일한 길이다. 


대세의 메커니즘 

아직도  모뎀으로 전화선에 연결하여 인터넷을  쓰는 이들이 있다는 영미에 비해  몇 년 앞서 전국에 고속망 깔아  놓고 인터넷을 즐겨오던 한국에서는? 불법  다운로드 때문에 음악 시장이 줄어든다고 징징대느라 미처 입소문의 힘에 주목할만한 여유가 없었던 모양이다. 하긴 영미에서 입소문의 힘이 발휘된 것은 제대로 된 음원 가게가 없었다. ‘악틱 몽키스’나 ‘마이 케미컬 로맨스’ 같은 경우 음반 판매도 판매지만 아이튠즈 애플 뮤직 스토어(Itunes Apple Music Store)에서 거둔 수익도 짭짤했다. 대신 한국에서는 ‘… 음원 다운’으로 검색하면 나오는 결과를 바탕으로 쉽게 어둠의 경로에 접근할 수 있으니, 사업하는 이들로서는 블로그에 노래 올리는 이들이 ‘입소문의 주역’ 보다는 ‘어둠의 자식들’로 보였을 법도 하다. 그걸 부추기기 보다는 때려잡는 데 앞장 선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터진 사례들은 있었다. 2007년 11월, 내가 관여하고 있는 인디음반사에서 한 장의 음반을 발매했는데, 노래들은 꽤 괜찮았지만 연습실에서 녹음한 거친 사운드 때문에 대중들에겐 안 먹힐 것 같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검색 포탈에 그들의 이름을 치면 몇 자 치지 않아 자동완성이 되어 나오기 시작했다. 여러 블로그와 카페에 그들의 노래에 관한 글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안 팔릴 것 같았던 그 음반은 인디로서는 경이적인 판매고를 올렸다. 그 음반이 ‘브로콜리 너마저’의 《앵콜 요청 금지》였고, 이후 그들은 정규 음반 발매와 함께 전체 시장에서도 수위에 드는 판매고를 올리는 밴드가 되었다.

이들이  이렇게 되는 동안 회사가 들인 돈은  한 푼도 없었다. 이들의 히트 조짐을  보고 감당할 수 없다 싶어 제대로  된 회사에 가라고 내보냈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들일 돈이 없었다. 오프라인에서  밴드가 활동을 열렬하게 한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인터넷에서 뭘 열심히  한 것도 아니다. 몇 년 째 홈페이지도 완성하지 못한 회사였다. 기껏해야 밴드 멤버들이 내킬 때마다 자기네 관련 글을 올라온 블로그를 검색하여 찾아가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도의 댓글을 다는 정도의 일만 했을 뿐이다. 정말로 순전히 입소문의 힘이었다.

이런 사례가  이들만은 아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디지털 음원 시장 중 하나인 싸이월드의 음원 순위를 살펴보면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뮤지션들이 상위권에 들어있는 경우를 간혹 볼 수 있다, 상위권에 늘 들어있는 ‘에피톤 프로젝트(Epitone Project)’ 같은 경우에도 물론 방송에 노래를 삽입시키는 등 제작사에서 애 쓴 부분도 없진 않지만 결정적으로는 입소문을 통해 그렇게 된 것이다.  힙합이나 R&B 계통의 흑인 음악 쪽에서도 그런 경우를 적잖게 관찰할 수 있다. 제대로 따져 보진 않았지만 그들 역시 대규모의 매체 노출이 없었던 걸 보면 역시나 입소문의 힘이라 생각된다.

그런데  한국의 인터넷 환경은 외국과는 좀 다른 것 같다. 영어권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찾는 사이트인 구글은 ‘검색 엔진’이다. 구글이 하는 것은 사람들이 검색어를 쳐서 자기가 원하는 웹 사이트로 가게끔 하는, 정보의 흐름을 ‘중개’하는 일이다. 반면 한국의 지배적인 사이트인 네이버는 ‘검색 포탈’이다. 검색을 하긴 하지만 그래서 찾을 수 있는 것의 대부분은 네이버 지식인이나 네이버 블로그에 있는 정보들, 고로 사용자들은 다른 사이트로 가는 것이 아니라 네이버 안에 머물게 된다. 검색 엔진과 달리 포탈은 정보의 흐름을 ‘제어하는 것이다. 네이버가 선정하여 첫 화면에 띄워놓은 정보들이 막대한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변종이 역시 내가 관여하고  있는 회사의 소속팀인 ‘장기하와 얼굴들’이다. 물론 그들 역시 입소문의 수혜를 받았다. 주로 디씨인사이드(dcinside.com)를 중심으로 그들의 안무를 ‘촉수춤’으로 명명하며 사진 합성과 음원 리믹스를 통해 찧고 빻고 즐긴 이들을 통해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흐름을 포착한 네이버가 첫 화면에 그들의 공연 영상을 띄웠고, 그렇게 지명도를 얻은 이들이 KBS2 TV의 음악 프로그램에 나왔을 때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이름이 올라왔다. 이후 그들은 아홉시 뉴스데스크에 등장하는 하나의 현상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한 일은 TV의 섭외에 응하여  밴드를 방송국에 데려다 준 것 밖에  없다. 이런 자연스러움은 입소문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마찬가지로 ‘장기하와 얼굴들’의 노래가 별 것 아니었다면 그저 한 때의 장난으로 끝났을 것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자체의 질을 중요하게 따지는 입소문 메커니즘과 비슷한 면이 있다. 하지만 그들이 알려진 것은 개인 블로그를 통해 서서히 알려지는 일반적인 입소문의 속도에 비해 굉장히 빠르게, 순식간에 진행된 과정이었다 분산을 기반으로 한 연결을 기본으로 하는 인터넷 혹은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의 철학과는 달리 집중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인터넷 환경에서 작동할 수 있는 메커니즘이다. 디씨인사이드가 많은 접속자수를 자랑하는 대형 커뮤니티임을 생각해 보면, 결국 ‘장기하와 얼굴들’은 대형 커뮤니티에서 떠오른 것이 대형 포탈을 통해 알려진 셈이다. 그런 흐름을 결정적으로 만든 것은 대형 매체인 공중파 TV였다. 입소문 메커니즘과는 다른, 이른바 ‘대세의 메커니즘’인 것이다.     


인터넷이 희망인가? 

한국의  특수한 인터넷 생태계를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어느 정도는 불가피하다는  생각이 든다. 특정 지역에 인구의 다수가  집중되어 비슷한 관심사를 공유하고 있는 상황, 양적으로 제한되어 있는 한국어 정보들을 매개하기에는 포탈의 형태가 검색 엔진보다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다. 야후!(Yahoo!) 같은 포탈이 구글에게 밀리는 까닭은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관심사에 적응하여 엄청나게 많은 영어 정보를 다루는 데 검색 엔진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할 수만 있으면 구글도 네이버처럼 하고 싶을 걸? 정보의 흐름을 중개하는 것보다는 통제하는 것이 기업으로서는 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다만 인터넷이 희망이라는 식의 낭만을 경계하고 싶은 것이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것은 대형 커뮤니티와 대형 포탈이다. 여전히 공중파 미디어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그저 영향력을 나눠 가졌을 뿐이다. 다행히 포탈이나 몇몇 공중파 방송의 관계자들이 문화적으로 개방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덕분에 소위 ‘인디음악 붐’이란 것도 가능하지만, 어디까지나 대박의 꿈은 이들의 구미에 부합하는 한에서 이뤄질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구미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취약한 것이다. 이를테면 인디밴드들이 대중들에게 알려지는데 큰 역할을 했던 EBS TV의 ‘스페이스 공감’은 현 정권 하의 시장 지향적 시청률 지상주의에 의해 폐지된다고 한다. 이게 결정적인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겠지만, 좀 더 영향력 있는 다른 매체에서 이런 움직임이 이뤄지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더욱이  포탈 중심의 생태계가 만들어 놓은  “보다 선정적이야 눈에 띈다”는 한국의 언론 환경에서는 인터넷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제대로 확인해 보지도 않고 다른 언론에서 나온 기사 받아쓰기 급급한 저질 언론들이 널려 있는 상황에서 병신 되는 건 한 순간이다. ‘장기하와 얼굴들’을 대세로 떠받들었던 그 언론들이 당사자들끼리 원만하게 해결했던 ‘장기하와 얼굴들’의 멤버 미미시스터즈와 선배 가수 인순이와의 갈등을 서로 받아쓰며 심각한 문제로 만들더니만 삽시간에 미미시스터즈를 선후배도 모르는 패륜적인 사람들로 만드는 게 단적인 예다.

요컨대  인디 음악 따위 소규모 문화 생산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대박 내려고 설레 발 치다가는 결국 좀 더 힘을 가진 사람들 뒤 쫓다가 끝장나기 십상이다. 제대로 작동하는 입소문 메커니즘은 자발적으로, 느린 속도로 이뤄진다. 그것을 이용하고 싶다면 포탈 사이트 관계자와 접촉하기 보다는 스스로 블로그를 만들어 글을 쓰는 게 낫다. 스스로 미디어가 되어 영향력을 가지는 수밖에 없다. 당장 사람이 달라 붙는 경우는 없을 테니 인내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관건은 좋은 콘텐츠, 좋은 음악, 볼만한 블로그 포스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 시대의 도래 이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이다. 그저 약간의 가능성이 생겼을 따름이다. 사실 이 정도의 희망이면 족하다.  

  
참고한  글 

Art Sindlinger, “The Web’s Frist Rock n’Roll Success?”, Wired.com, 2006. 3. 18.

크리스  앤더슨, 『롱테일 경제학』, 이노무브그룹 외 옮김, 랜덤하우스, 2006. 
 

저자 소개 
지속가능한 딴따라질을 지향하는 인디 음반 기획사 붕가붕가레코드의 대표로 통칭 ‘곰사장’으로 통한다. 한편으로 KAIST 문화기술대학원 소셜 컴퓨팅 연구실에 박사과정으로 재학하면서 사회적 정보 처리를 음악 사업에 이용해먹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