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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 글라디에이터

연예인들의 다양한 트위터 활용법 (윤도현 김제동 김창렬 타이거JK 이적...)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4. 11.

저는 트위터 관련 강의를 할 때 정치인 트위터와 연예인 트위터를 예로 듭니다. 
정치인 트위터에서는 '반면교사'의 교훈을 얻고 
연예인 트위터에서는 '촌철살인'의 비법을 배우라고 말합니다. 

정치인과 연예인은 둘 다 오프라인에서는 섬바디입니다. 
그러나 온라인에서는 정치인은 노바디가 되고 연예인은 베리섬바디가 됩니다.
정치인은 불리하고 연예인은 유리해집니다. 

그런데 그런 생리를 깨닫지 못하고 
벽보고 혼자 공자왈 맹자왈 하는 정치인이 많습니다. 
(물론 노회찬 등 예외도 있습니다.)
연예인들이 어떻게 누리꾼과 어우러지는지 배울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연예인 중에서도 일반인과 소통하지 않으려는 연예인도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보면 정치인들은 대부분 자신의 팔로워를 팔로잉합니다. 
반면 연예인들은 거의 팔로잉하지 않습니다. 
(정보석씨만 예외적으로 맞팔로잉을 두루 해줍니다.)
소통의 양적 측면에서 보면 정치인이 많이 하는 것 같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정치인이 형식적 소통을 하는 반면 연예인은 내용적 소통을 합니다. 

조금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정치인들은 대중이 자신을 주목하고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고, 
연예인들은 대중이 자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에 익숙한 사람들입니다. 
제가 트위터에서 주의깊게 본 연예인들의 트윗 스타일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타블로의 트위터 이용에 대한 내용은 이전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1> 아자아자 록트윗, 윤도현 (@ybrocks)


3월25일 곰TV 스튜디오에서 열린 ‘트위터 페스티벌 2010’ 무대에 오른 윤도현씨 역시 트위터를 통해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윤씨는 2002년 월드컵 당시 ‘국민 밴드’라 불릴 만큼 큰 인기를 누렸지만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협상’ 집회에서 공연한 이후 KBS에서 퇴출당한 뒤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그런 그가 부활의 계기를 마련한 곳은 무대와 트위터였다. 새로 ‘협동단결’이라는 문신을 오른팔에 새긴 그는 데뷔 때만큼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고 트위터로 누리꾼과 불철주야 소통했다. 그의 트위터가 탄력을 받기 시작한 것은 잠자고 있던 김제동씨 트위터를 깨우면서부터였다. 역시 그와 마찬가지로 사회참여 연예인으로 분류되어 KBS에서 퇴출된 김씨는 트위터에 “이란과 쌍용을 잊지 맙시다. 우리 모두 약자가 될 수 있음을 잊지 맙시다”라고 글을 올린 후 이용을 멈췄다. 


윤도현씨의 트윗을 쭈욱 읽어보다 보면 그가 점점 밝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약간 의기소침한 글이 보였는데 요즘은 뭔가 희망에 차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트윗은 그에게 부활의 공간이었습니다. 


트위터 페스티벌 2010에 참석한 윤도현 밴드 멤버들이 트위터 아이디를 들어 보이고 있다


   
2> 돌아온 멘트의 달인, 김제동 (@keumkangkyung)


김씨에게 아이폰 이용법을 알려준 윤씨는 내친 김에 트위터 계정도 부활시켰다. 김씨의 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저 윤도현입니다. 지금 제동이 트윗 부활시켰습니다. 완전 바보입니다. 이제 트위터 할 거니까 여러분 제동이랑 노세요. 글 두 개 올리고 팔로잉이 이렇게 많다니 제동이 넌 행복인 거야”라고 대신 글을 올렸다. 이후 둘은 트위터를 통해 서로 재미있는 ‘몰카’를 찍어서 올리는 등 ‘트위터 토크쇼’를 보여줘 주목되었다. 


현재 김씨의 계정에는 5만명, 윤씨의 계정에는 1만3000명 정도의 팔로잉이 있다. 윤씨는 DJ DOC 김창렬씨나 타이거JK 서정권씨 등 친한 연예인과 나누는 ‘트윗레터’로 트위터에서 연예인 생태계를 이끌고 있다. 그의 권유로 트위터를 시작한 윤도현밴드(YB)의 베이스 주자 박태희씨는 “트윗을 통해 작은 소리 숨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 몰랐던 곳의 일을 알게 되었고 몰랐던 생각을 해볼 수 있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김제동씨는 '설정의 달인'이기도 합니다. 박대기 기자를 패러디한 '김대기 기자' 이후 다양한 설정 컷으로 트위터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바로 실현해 올리는 그는 분명 '시대의 딴따라'입니다. 


3> 연예부 기자로 변신한 김창렬 (@doc0102)


DJ DOC 김창렬씨는 ‘특종’ 사진으로 트위터 이용자들로부터 사랑받는다. 자신이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초대 손님 사진이나 자신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혹은 카메오로 나오는 드라마의 생생한 현장 사진을 올린다. 가장 인기가 좋은 사진은 '걸그룹' 멤버들을 찍은 사진이다. 

연예부 기자들이 그의 사진을 너무 자주 퍼가서 트위터에 “기자분들 사진 함부로 쓰지 마시고 저에게 허락받고 사용하세요”라고 주의를 줄 정도다. 나도 일전에 그의 트위터 사진을 쓴 적 있는데 다행히 '사후승인'을 받았다. 

요즘 쇼 오락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받는 아이템은 '사생활 까발리기'다. 점점 더 큰 자극을 원하는 시청자를 위해 까발리기의 강도가 세지고 있다. 그런데 김창렬씨처럼 이렇게 조용한 '드러내기'의 방법이 더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직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김창렬씨는 트위터만으로 친해진 연예인 중 한 명입니다.'소주 1잔'을 기약하기도 했죠. 성사 직전에 둘 다 녹화에 마감에 기진맥진해서 포기하기는 했지만요. 속 깊은 그를 보면 그동안 친 사고가 다분히 '설정'이 아니었나 생각하게도 됩니다. ㅋㅋ


4> 폭풍 랩트윗, 드렁큰타이거JK (@drunkentigerJK) 


트위터를 잘 사용하는 연예인은 단순한 홍보 수단 이상으로 활용한다. 타이거JK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갔는데 아이는 안 보고 나와 아내만 보고 수근거려서 신문 1면에 날 일 저지를 뻔했다”라고 글을 올리는 등 솔직담백한 트윗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폭풍 트윗’이라 불릴 만큼 트위터에 글을 자주 올리는 그는 그런 자기고백 과정을 통해 음악적 영감을 얻어낸다. 


드렁큰타이거JK가 트위터에 대해 쓴 글을 밑에 글을 첨부하겠습니다.  
인터뷰 형식으로 얘기한 글인데 제가 정리했습니다.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제동씨가 트위터 하는 모습, 동료 연예인들과 포즈를 취한 MC 박경림씨, 드라마 카메오 현장 사진을 올린 DJ DOC 김창렬씨



5> 정제된 언어, 이적 (@jucklee) 


가수 이적씨 역시 트위터를 또 하나의 ‘상상력 발전소’로 활용한다. 그는 아직 소설가들도 시도하지 않고 있는 트위터 소설을 연재한다. 그가 ‘트윗픽션’이라 부르는 이 140자  소설은 그때그때의 단상을 표현한 것으로 현재 40여 편이 올라왔다. 그는 “트위터라는 공간 특유의 창작물을 만들어보자는 창작자적 욕심에서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이적님과는 트위터로 인터뷰를 했는데, 조만간 그 내용을 정리해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트위터를 미디어적으로 잘 활용하시는 분이더군요. 


걸 그룹 카라의 멤버인 박규리(@gyuri88) 니콜(@_911007) 구하라(@_sweethara) 강지영(@kkangjii)씨 등도 활발하게 트위터를 이용하고 있지만 아이돌 스타보다는 주로 30대와 40대 연예인이 애용한다. 아이돌 스타의 경우 기획사 통제를 받기 때문에 자유롭게 글을 올리지는 못한다. 기획사들은 그룹 2PM 멤버였던 박재범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글을 올려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박재범 학습효과’ 때문에 대부분 공식 트위터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일단 여기까지 하고, 
박중훈(@moviejhp) 박경림(@talkinpark) 정보석(bsjung) 정종철(@okdongjaU) 신동(@shinsfriends) 님의 트위터 이용에 대한 것도 곧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내가 트위터에 취한 까닭 


글 - 드렁큰타이거JK(서정권/ 트위터 아이디 @drunkentigerJK) 

인터넷은 쓰레기 글과 근거 없는 소문, 그리고 영상 폭력이 두루 퍼져 있는 곳이다. 열심히 만든 음악·영화·방송·다큐멘터리에까지 순식간에 퍼져서,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쓰레기가 많이 퍼져 있는 만큼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재능 있는 보물이 너무 많아 대충 대충 만드는 걸 못하게 하는, 항상 긴장하게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아직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비싼 돈 들여 멀리 가서 헤매지 않고도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공간이다. 

사이버 공간은 ‘환상의 나라’다. 트위터도 그렇고 RPG (롤플레잉 게임)도 그렇고, 각자의 아바타들이 또 다른 세상을 만드는 곳이다. 현실 세계의 복사판이지만 가짜란 말이 아니다. 잠재된 숨은 자아들이 나올 수 있는 곳이다. 숫기 없던 이들이 적극적인 수다쟁이가 될 수도 있고. 더 대범해지기도 하고 더 망가지기도 하는 곳이다. 

나는 트위터에서 ‘폭풍 트윗’을 해댄다. 마구 지저귀는 것이다. 곡에 쓰려고 생각해낸 노랫말이 아니라 갑자기 나오는 의식의 흐름에 따라 쓰는 것이어서 유치한 말장난에 불과할 수 있지만, 재미있는 놀이다. 머릿속이 꽉 차 생각의 변비에 시달릴 때, 시원하게 풀어주는 곳이다. 곡에 쓰기는 아직 미숙하지만 배설을 해야 다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 중인 타이거 JK 이상하게 메모지나 노트에 적을 때보다 더 많은 것들이 방언처럼 쏟아져 나온다. 어쩌면 방송보다 공연에 더 익숙한 공연쟁이다 보니, 트위터 팔로어들을 마치 관객이라 착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이때 좋은 점은, 무관심한 청중의 무표정이나, 지루해서 하품하는 사람은 눈에 안 보인다는 것이다. 나쁜 점은 뱉어놓아 다시 삼키지 못하기 때문에 무식이 탄로나 손발이 오글거리린다는 것인데 견딜 만하다. 

트위터는 이미 오래 전에 계정을 만들어놓았지만 별 관심이 없었다. 주로 개인 팬사이트에서 활동했고 팬사이트에서도 쪽지 등을 통해 거의 일대일 대화를 나누는 식으로 소극적으로 소통했다. 어느 날 친구가 팔로어가 한 2000명 정도 되는데 뭐하는 거냐며 시작하라고 했다. 그가 직접 보여주었는데 나에 대해 언급한 글이 올라오는 걸 보고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시간으로 글이 뿅뿅 올라와서 친구에게 물었더니 나에 대한 ‘멘션(Mention)’이라고 했다. 가끔 기사가 뜨면 무플 혹은 악플에 시달리던 나에겐 충격적인 경험이었다. 

트위터를 몰랐을 때 내가 알던 세상은 두 종류였다. 팬이라기보다 이미 오랜 친구가 된 팬사이트 사람들이 있었고 바깥세상에는 내게 무관심하거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줄 알았다. 심지어 그것도 몇 안 되는. 그런데 이곳에서 아주 다양한 연령대와 인종·업종·정치색을 가진 이들이 나를 팔로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마치 장난감 가게에서 상품권을 손에 쥔 아이가 된 기분이었다. 

칭찬에 약하고 관심에 목말랐던 내게 트위터는 마르지 않는 샘이었다. 칭찬에 눈이 번쩍 뜨이고, 영감을 주는 어떤 글귀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멋진 명언보다 감성을 자극해주는 글에, 아무것도 아닌 윙크 이모티콘을 보내주면 그것을 보고 ‘어떤 카페인보다 힘이 난다’는 답글에 나도 힘을 얻었다. 많은 멘션에 일일이 답을 못해주는 상황이라 이기적이지만, 좋은 기(氣)를 얻어먹고만 있는 것 같다. 

나는 원래 술을 무지 좋아했다. 취한 상태에서 보는 세상이 더 좋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프고 나서 술을 끊어야만 했고, 그러면서 사람들과 거의 못 만났다. 왕따였다. 술이 깬 후의 세상은 너무 무서웠다. 적응이 안 되었다. 외로웠다. 하지만 지금은 사랑에 취해 있고, 책임에 취해 있고, 음악에 취해 있고, 호기심에 취해 있고, 멘션에 취해 있다. 한동안 만나지 못한 친구들을 이곳에서 엿보면서 미소 짓는다. 이렇게나마 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