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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시트콤 인디드라마 인디다큐 인디뮤비를 아시나요?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6. 8.

인디시트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개념여부 확인하여 매체선택 올바르게’라는 자막이 흐르는 <시사IN> 텔레비전 CF를 찍었던 윤성호 감독은 어느 날 인터넷 서핑을 하다 이 동영상을 다시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사람들이 여기저기 퍼 나르면서 2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윤 감독은 인터넷 프로젝트를 기획했다(71쪽 인터뷰 기사 참조).


윤 감독이 기획한 것은 인터넷 인디 시트콤이었다. 순발력 있게 시트콤을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유포한다는 것이었다. 이미 <은하해방전선>으로 촉망받던 그에게 <워낭소리>를 제작한 인디플러그가 투자를 결정했다. 독립영화 전문 배급사인 인디스토리는 제작을 맡았다. 제작비는 최소한으로 하고 마케팅 비용은 따로 책정하지 않았다. 

   
윤 감독은 총 1500만원 예산으로 60분 분량을 촬영해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렸다. 5월24일부터 매주 월요일 5분짜리 동영상을 12회 올리는 방식으로 노출했는데 첫 회부터 반응이 뜨거웠다. 입소문을 듣고 누리꾼들이 몰려들어 4000여 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트위터에서는 벌써부터 윤 감독에 대한 팬덤이 생길 조짐을 보이고 있다.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올린 동영상이 인기를 끌면서 인터넷 UCC 시장이 커졌다. 그러면서 전문가와 준전문가들도 이 UCC 경쟁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블로고스피어가 커지자 국회의원·의사·교수 등 전문가들이 블로그를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 양상이다. 인터넷에 인디 시트콤, 인디 다큐멘터리, 인디 드라마, 인디 동영상 뉴스, 인디 뮤직비디오가 등장하고 있다. 


UCC가 다시 조명받게 된 것은 블로그 글이 메타블로그라는 플랫폼을 통해 일파만파 퍼질 수 있듯이 동영상도 유튜브나 다음TV팟 등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쉽게 퍼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서버 관리 비용도 들지 않고 소스 코드를 공개하면 누구든 퍼올릴 수 있기 때문에 확산 속도가 빠르다. 젊은 세대는 비주얼 세대라 동영상의 파급력이 막강하다. 텍스트 위주의 블로그 콘텐츠보다 동영상으로 제작된 UCC 콘텐츠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다.  


인디드라마 '더 로맨틱 무브먼트, 서울'


   
제2의 UCC 전성기가 열리게 된 계기는 유튜브의 한국 진출이었다. 유튜브를 따라 외국 동영상도 국내로 들어왔지만 역으로 한국 동영상도 해외에 나갈 수 있게 되었다. 이용자 처지에서는 해외 판로가 개척된 셈이다. 대형 기획사가 아니면 엄두도 내지 못할 해외 진출이 가능해졌다. 유튜브를 통해 무명 연주자가 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것을 보면서 UCC 제작에 탄력이 붙었다. 광고 영업도 가능해지면서 여러 가지 시도가 시작되었다.   


마케팅 전문업체인 코스믹스테이션은 이런 시장 변화를 읽고 얼마 전 큰 실험을 진행했다.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와 마찬가지로 ‘웹 드라마’ 형식으로 제작한 <더 로맨틱 무브먼트, 서울>을 제작해 값진 성과를 얻었다. 제작비는 1억원 정도였지만 역시 마케팅 비용은 따로 들이지 않고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를 통해 유포해 성공적인 결과를 얻어냈다. 


알랭 드 보통의 소설을 각색한 <더 로맨틱 무브먼트, 서울>은 에피소드 9편과 관련 동영상 8편으로 제작되었다. 제작사는 웹 드라마 전편을 캐논 DSLR 카메라로 촬영했다. 디지털 스틸카메라로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에서 고화질로 구현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코스믹 스테이션 관계자는 “<더 로맨틱 무브먼트, 서울>에 총 94만여 회 조회수가 발생했다. 마케팅 가능성을 보고 대기업에서 시즌2를 제작하자는 제안을 해왔다”라고 말했다. 

   
이런 제작 방식은 외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된 패턴이다. 독립제작사들이 짧고 인상적인 동영상 시리즈물을 제작해 브랜드를 알리는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인기 동영상의 경우 회당 조회수가 100만을 훌쩍 뛰어넘는다. <모욕 오렌지(Annoying Orange Show)>의 경우 회당 조회수가 1000만 안팎이다. 


국내 뮤지션들은 해외 진출할 때 유튜브를 통해 도움을 얻는다. 해당 국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악을 먼저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YB(윤도현 밴드)의 리더 윤도현씨는 “러시아 진출을 위해 교포 로커 빅토르 최의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혈액형’이라는 곡인데 이 곡을 러시아 유튜브를 통해 미리 알리고 진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뮤지션이 올린 곡을 해외 팬이 편곡하거나 피처링해서 새로운 곡으로 만들어놓은 동영상도 자주 볼 수 있다.


UCC의 부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바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다. 페이스북·트위터·마이스페이스 등이 입소문을 내주는 소식통 노릇을 한다. 하버드 대학 케네디스쿨에 재학 중인 이의헌씨는 “외국에서는 이런 SNS의 전파력이 강력하다. 얼마 전 김제동씨가 하버드 대학에서 강연을 할 때 페이스북으로 이틀 정도 홍보했을 뿐인데 2000여 명의 한국계 학생 중 500여 명이 모였다”라고 말했다.  

   

인디 다큐 '저수지의 개들'



이런 환경 변화에 유명 뮤지션뿐만 아니라 인디 밴드들을 위한 ‘인디 음악방송’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뮤지션들을 생활 현장에서 어쿠스틱으로 공연하게 해서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제작하는 <렉앤플레이>와 홍대 앞 인디밴드들의 공연 실황음악을 녹화하는 ‘PD4WEB’이 대표적이다. ‘404NOTFOUND’라는 밴드를 직접 하고 있는 한예종·정세현씨가 운영하는 <404TV>를 비롯해 <라비아쇼> <인디큐브> 등이 유튜브나 싸이월드 등을 플랫폼으로 해서 인디 밴드들을 소개하는 채널로 자리를 잡았다. 


렉앤플레이 팀의 정연주씨는 “트위터·미투데이·페이스북·블로그 등 쓸 수 있는 모든 서비스는 써서 홍보한다. 이때 꼭 지키는 원칙이 있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버전도 만들어서 제작하는 것이다. 이제는 고정 접속자가 꽤 되고 해외 접속자도 제법 있다. 특별히 홍보 없이 인터넷으로만 얻은 성과로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PD4WEB의 지형태 PD는 “현재까지 홍대 주변에서 활동하는 110개 팀의 인디 밴드 공연실황 500여 편을 촬영해서 올렸다. 이 동영상 작업은 기록적인 의미가 크다고 본다. 대부분의 인디 뮤지션은 자신들의 뮤직비디오나 공연 장면이 없어서 소개하는 데 애를 먹는다. 그래서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이들의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를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인디 뮤직비디오 '렉 앤 플레이'



유튜브를 플랫폼으로 한 동영상 뉴스 채널도 등장하고 있다. 아프로팬(Afropan)이나 미디어인뉴스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현장 동영상을 발빠르게 편집해 올려서 동영상 뉴스 서비스를 하는데 실시간 생방송과는 다른 구독자 층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인디 동영상 방송은 시민사회단체의 ‘비디오 액티비즘’과 연결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운동연합이 4대강 재개발 사업을 비판하기 위해 시작한 <저수지의 개들> 프로젝트와 다큐멘터리 집단 푸른영상이 하고 있는 <강의 진실> 시리즈다. 둘 다 ‘인디 다큐’ 시리즈를 제작해 4대강 재개발 사업의 부당함을 알리고 있다. 


푸른영상 관계자는 “시급을 다투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강의 진실>은 기존과 다르게 짧은 호흡으로 제작한다. 낙동강에서 강세진 감독이, 한강 두물머리에서는 고은진 감독이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제작된 동영상은 바로바로 올리고 원본 파일까지 사이트에 올려두어 퍼갈 수 있게 해두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