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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터 실험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셀까? 신문 방송이 더 셀까? (소셜미디어 vs 주류미디어)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10. 12. 21.



일단 성적표부터 살펴보자. 현재 트위터 이용자 숫자는 250만 명 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비슷한 수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국내 IT 업계에서는 트위터나 페이스북 이용자가 적게는 5백만 명, 많게는 1천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둘 다 이미 티핑포인트를 넘은 서비스이기 때문에 슬로우 스타터들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는 것이다. 


5백만 명이면 어떤 숫자인가? 가장 구독부수가 많은 조선·중앙·동아 세 신문사의 발행부수(구독부수가 아니라)를 합친 숫자보다 많다. 1천만 명이면 어떤 숫자인가? 방송 3사의 메인뉴스 시청률을 능가하는 수치다. 조중동 발행부수보다 많고 방송 3사 시청률을 능가하는 뉴미디어가 출연한 것이다. 


소셜미디어는 덩지만 큰 것이 아니다. 소셜미디어 전에 온라인 이슈의 중심에는 다음 아고라가 있었다. 트위터는 아고라에 비해 질적으로도 개선되었다. 아고라는 반쪽이었다. 촛불집회를 계기로 활성화되었기 때문에 정부 비판적인 담론이 주로 펼쳐졌다. 압도적이었다. 반면 트위터는 충분히 균형을 맞추고 있지는 못하지만 양쪽의 의견이 소통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어가 누구냐 하는 것이다. 아고라나 블로그의 플레이어는 ‘매니아’였다. 해당분야에 관심이 많은 일반인이 주로 논쟁의 중심에 섰다. 주류미디어가 코리안시리즈였다면 이곳은 조기축구였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조기축구회는 ‘미네르바’라는 걸출한 스타플레이어를 배출하기도 했지만 언더그라운드 2부리그 마이너리그 정도의 취급 밖에 받지 못했다. 


MB식으로 표현하자면, ‘내가 해봐서 안다’라고 할 수 있을까? ‘독설닷컴’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파워블로거 대접을 받아 봤지만 ‘이슈의 패자부활전’에는 한계가 있었다. 일일 방문자 5~6만(월 방문자 150만~16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조중동이나 방송 3사에 비하면 소총수에 불과했다. 그냥 실력 좋은 저격수 정도였다고나 할까. 


그런데 소셜미디어는 다르다. 정치인 경제인·기업 연예인 스포츠인 전문가 등 유명인이 대부분 들어와 있다. 비록 모양은 조기축구지만 그 안에 박지성 박주영 이청룡 기성룡이 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경기장이 허름하다고 해서 조기축구라고 치부할 수 있을까? 여기에 주류미디어에 종사하는 기자 PD 아나운서의 대부분이 참전해 있는데? 



더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소셜미디어는 빠르다. 주류미디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기사화를 위한 최소한의 검증 과정을 거치는 동안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미 전파되어 버린다. 주류미디어 정규군은 소셜미디어 게릴라들을 속도전에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다. 빠르다는 것은 이슈의 프레임을 소셜미디어가 결정한다는 것을 뜻한다. 


얼마 전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 나우콤 문용식 사장이 트위터에서 ‘이마트 피자’에 대해서 논쟁을 벌였다. 그리고 한나절 뒤 이 내용은 언론에 기사화 되었다. 이 논쟁을 트위터로 접한 사람과 기사로 접한 사람의 차이는 한일전 축구 경기를 라이브로 본 사람과 녹화방송으로 본 사람의 차이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양적으로 방대하고 질적으로 우수하고 거기에 스피드까지 빠른 소셜미디어, 마치 ‘넘사벽(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이런 소셜미디어의 발호는 주류미디어에게 위기일까? 기회일까? 이에 대한 판단이나 확신 없이 일단 소셜미디어 판에 뛰어들어 뒹굴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어떤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까? 



너무 겁먹을 필요는 없다. 자가용 천만 명 시대를 돌파한 지 한참이지만 여전히 대중교통은 무사하다. 버스도 택시도 지하철도. 미디어도 비슷할 것이다. 비록 소셜미디어가 대중화 되었지만 기존 미디어의 역할은 줄어들 것 같지는 않다. 공존, 이것이 파워블로거와 파워트위터러의 경험을 통해 내린 결론이다.   

  
대신 주류미디어도 이제 소셜미디어의 몫을 인정해야 한다. 이제 조중동 편집국장만이 대한민국 이슈를, KBS·MBC·SBS 보도국장만이 대한민국 뉴스를 결정하던 시대는 끝났다. 소셜미디어라는 ‘전국민 비상연락망’을 통해 전국민이 참여해 결정하는 ‘이슈의 대항마’가 등장했다. 마치 <슈퍼스타 K2>의 허각처럼. 


소셜미디어는 오보 확산이 빨라서 문제라고 지적할 수도 있다. 맞는 얘기다. 기사화되기 전의 소스 상태의 정보가 날것으로 유통되기 때문에 그런 위험이 상존한다. 하지만 하나 더 들여다봐야 할 것이 있다. 오보의 정정 속도도 빠르다. 그리고 강력하다. 사람들은 잘못된 정보 수정에 팔을 걷고 나선다. 오보 수정의 문턱이 높은 주류미디어가 함부로 비판할 내용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주류미디어는 소셜미디어와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역설적으로 소셜미디어의 활성화는 침체된 주류미디어에 역할을 부여한다. 트위터에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유통될 때 ‘종결자’는 보통 주류미디어의 기사가 된다.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로 정도를 걷는 언론사라면 소셜미디어는 기회의 장이다. 이 거대한 전국민 비상연락망에 무임승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성공한 미디어 모형은 두 가지다. 포털사이트에 산소호흡기를 대고 있는 인터넷언론사와 인해전술로 살포하는 지하철 무가지다. 두 미디어 모형이 저널리즘의 발전에 기여했는가?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저널리즘 연구결과에서도 두 모형이 저널리즘 본류를 정화시켰다는 이유를 듣지 못했다. 

소셜미디어는 주류미디어에게 기회의 장이다. 이 이슈의 원형경기장에서 모두 평등하게 창 하나 방패 하나 들고 싸우는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는 이슈가 진짜 이슈다. 그리고 여기서 전하는 뉴스가 진짜 뉴스다. 겁 내지 말고 소셜미디어의 바다에 뛰어들어라. 진짜 진검 승부는 이제 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