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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봉춘 지키미 게시판/PD수첩 살리기 특설링

MBC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9개의 문서

by 독설닷컴, 여행감독1호 2008. 8. 19.


주) 이번 주 <독설닷컴> 쉽니다. 평안한 한 주 보내시길...



오늘 MBC에서 일하시는 분들과 점심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8월12일 굴욕적인 사과 방송이 나가고 MBC 내부에서 이에 대한 반발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각 부문별로 성명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고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부탁을 드렸습니다. 그 성명서를 보내달라고요(<독설닷컴>에서는 KBS 내부 성명서를 중계 해주고 있는데, 앞으로 MBC도 해주려고 합니다).


편성본부 평PD 성명서, 시사교양국 PD 성명서, 시사교양국 CP들의 입장, MBC 경영인협회, MBC 방송기술인협회, MBC 노동조합, MBC PD협회, MBC 기자회, 한국 PD연합회 성명서 등 사과 방송 전후로 총 9개의 성명서가 발표되었습니다. 이 중 MBC 노동조합, MBC PD협회, MBC 기자회, 한국 PD연합회 성명서를 제외한 5개의 성명서를 올립니다(네 곳은 당연히 성명을 발표했어야 하는 곳이라 생략했습니다).


눈에 띄는 몇몇 대목들을 옮겨봤습니다. 시사교양국 PD 성명서에서 “경영진은 PD수첩 팀장과 MC를 경질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에 항복선언을 하고 말았다”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MBC 경영진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사회에서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아이템 선정에 관여하고 프로그램 사전 심의도 하겠다고 통고했습니다. 이에 대한 적극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편성본부 평PD들은 “또한 우리의 분노를 더욱 자아내는 것은 이 같은 기습적인 방송이 MBC 편성규약 및 TV 운행규정에 기반한 적법한 절차를 철저히 무시한 채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 배후에 경영진, 특히 편성과 운행의 원칙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편성본부장이 누구보다도 깊숙이 관여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시사저널 사태’가 떠올랐습니다. ‘시사저널 사태’는 경영진이 마감이 끝난 기사를 편집국 모르게 빼내 것이 문제가 되었던 것인데, ‘PD수첩 사태’는 경영진이 정규 편성이 되어 있지 않은 방송물을 몰래 삽입해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 비교되었습니다.


시사교양국 CP들의 입장에서는 “우리는 앞으로 시사교양국 구성원들, 그리고 피디수첩의 대의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사내외 모든 양심적인 세력과 함께 결연히 행동을 함께 해 나갈 것이다”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허리 역할을 맡은 중간간부들까지 노동조합과 함께 하겠다는 것은 이 싸움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해줍니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을 져버리고 사과방송 결정을 내린 경영진을 강력히 규탄하며 앞으로 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우리의 정당함을 알리고 MBC를 지켜내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라고 말한 MBC 방송경영인협회의 성명과 "방송운행 질서를 어지럽히고, 기술본부 사원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데 앞장선 관련자들을 반드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라고 말한 MBC 방송기술인협회의 성명 역시 다시금 MBC 내부 구성원들에게 믿음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좀 지루하더라도 끝까지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경영진은 공영방송 MBC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


  8월12일(화) 밤, 공영방송 MBC의 독립과 자존에 조종(弔鐘)이 울렸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의 작품에 다름 아닌 방송통신심의위의 ‘시청자 사과 명령’이 경영진의 독단에 의해 도둑방송된 것이다. 시청자 사과 방송만이 아니다. 경영진은 PD수첩 팀장과 MC를 경질하는 문책성 인사를 단행함으로써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에 항복선언을 하고 말았다.   


PD수첩에 대한 심의는 명백한 정치보복성 표적심의였다. 가장 먼저, 가장 아프게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지적했던 PD수첩을 손봐줌으로써 비판적인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것이 심의의 본질이었다. 심의의 이런 정치적 성격 때문에 시사교양국 PD뿐 아니라 MBC 구성원 대다수가 재심을 요구했던 것인데 경영진은 이를 철저히 무시했다.


  사장은 확대간부회의 석상에서 “MBC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대승적으로 수용”한다고 했다. 경영진은 뜻도 좋지만 밥도 중요하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생존을 위해 공영방송으로서의 독립과 자존을 헌신짝처럼 내버린다면 군사정권하의 치욕스러웠던 과거의 우리 모습과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시청자 사과 방송으로 기세가 오른 탓인지 검찰이 PD수첩 PD들에 대한 강제 구인과 압수수색 얘기를 흘리고 있다. 공영방송의 PD로서 해야 할 일을 했던 동료들이 범죄자 취급을 당하고 신성한 우리의 일터에 정치검찰의 하수인들이 난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 “진정 MBC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왜 검찰에 대해선 침묵하고 있냐고? 이런 현실이 부끄럽지도 않냐”고.


  법원의 정정 보도 판결에 대한 항소 문제가 남았음에도 사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PD수첩에 관한 논란은 오늘로 매듭을 짓고’라 했다. 이것이 항소 포기를 의미한다면 남는 것은 파국뿐이다. 우리는 경영진이 공영방송의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오점을 남기는 주인공이 되지 말 것을 엄중 경고한다.


  이에 시사교양국 PD들은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굴욕적인 시청자 사과 방송에 대해 경영진은 즉각 사죄하라.


  2. 진정으로 공영방송을 수호할 의지가 있다면 당장 법원 판결에 항소하라. 그렇지 않을 경우 시사교양국 PD들은 제작거부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영진 퇴진 투쟁에 나설 것이다.


                        2008년 8월14일 시사교양국 PD일동




사과방송 파행 운행을 강행한 경영진을 강력히 규탄한다


8월 12일 밤 10시 40분, 방송통신위원회 결정사항에 따른 <PD수첩 사과방송>이 MBC 구성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기습적으로 방송됐다. 우리는 편성국의 일원으로서, 나아가 공영방송 MBC의 가치를 수호하는 구성원으로서 이 같은 결정이 경영진의 독단아래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사실에 대해 분노를 넘어 비통함을 느낀다.


또한 우리의 분노를 더욱 자아내는 것은 이 같은 기습적인 방송이 MBC 편성규약 및 TV 운행규정에 기반한 적법한 절차를 철저히 무시한 채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더욱이 이 배후에 경영진, 특히 편성과 운행의 원칙을 지키고 보호해야 할 편성본부장이 누구보다도 깊숙이 관여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문화방송 운행규정은 방송 운행의 주무부서를 TV편성부로, 그 책임자를 TV편성부장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8월 12일 밤, 어처구니없는 사과방송이 1분 30초간 송출되는 그 순간, 운행책임자인 TV편성부장과 편성국장을 비롯한 편성국원 누구도 이 같은 파행방송이 어디에서 어떻게 송출되고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방송이 끝난 후에야 자회사 송출망까지 동원한 이 해괴한 파행방송이 편성본부장을 비롯한 본사 경영진들의 작품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참으로 수치스럽고 참담한 순간이었다.


편성본부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묻는다. 문화방송의 TV 운행 규정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그리고 방송의 독립성을 원칙으로 하는 문화방송의 편성규약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단지 경영진의 판단만 있다면 언제라도 폐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경영진, 특히 편성본부장의 이 비정상적 운행이야말로 본사 편성규약 및 운행규정에 대한 분명한 도전이며 파괴행위임이 명백하다. 8월 12일 10시 40분, 약 1분 30초간 편법운행이 자행되는 순간, MBC 편성과 운행의 원칙은 사망선고를 받았다. 그리고 편성 및 운행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많은 편성PD들의 자존심은 무참히 짓밟혔다.


이에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1. 굴욕적인 <PD수첩 사과방송>을 방송하기로 결정․집행한 경영진을 강력히 규탄한다!


2. 경영진은 비정상적인 방법을 동원해 본사 주조 운행시스템을 정지시키고 임의로 운행․송출을 하게 된 경위를 밝히고 책임소재를 명백히 하라!


3. 경영진은 향후 이 같은 비정상적 파행 운행의 재발방지를 약속하고, 공영방송 MBC의 편성규약을 준수하라!


2008. 8. 13.
편성본부 평PD 일동



경영진의 방통위 심의 결과 수용에 대한 시사교양국 CP들의 입장


오늘 경영진은 방통위 심의 결과 수용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이것은 어렵게 쌓아올린 언론 자유의 전통을 한순간에 20년 전으로 되돌린 결정이라고 우리는 판단한다.


- 우리는 진실여부와 관계없이 정파적 이해에 따라 내려진 방통위의 부당한 심의결과에 굴복한 경영진의 결정을 절대로 인정할 수 없다.


- 우리는 국민의 건강과 검역주권을 지키기 위해 언론 본연의 역할을 다한 피디수첩의 노력을 전적으로 지지한다.


- 우리는 앞으로 시사교양국 구성원들, 그리고 피디수첩의 대의를 지지하고 성원하는 사내외 모든 양심적인 세력과 함께 결연히 행동을 함께 해 나갈 것이다.
                                     
                                       
2008. 8. 12
시사교양국 CP 일동




경영진은 방송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가?
굴욕적인 사과방송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


 어제 밤 사과방송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가슴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우리의 선배들이 20년 넘게 온몸을 바쳐서 그렇게 지키려고 했던 방송 민주화의 업적은 단 2분여 동안에 한 순간에 무너지고 말았다. MBC의 자존심이었고 MBC의 존재의 이유였던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이란 전통도 4개의 사과 화면 속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PD수첩의 기획 의도와 사실관계의 정확성 그리고 문화방송의 미래를 총체적으로 판단해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를 대승적으로 수용하기로 했다는 엄사장의 설명에 우리는 엄사장이 생각하는 MBC의 미래가 과연 어떠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엄사장이 언급한 대승적 차원의 결단이 정권에 대한 사실상의 항복으로 비춰지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PD수첩이 방송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조건이 광우병 위험에서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 것은 언론의 본연에 임무에 충실한 것이었으며 국익과 국민의 건강권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었다. 하지만 경영진은 정파적 이해관계에 근거한 방통위의 결정을 수용함으로써 정치권력의 압력과 보수언론의 거짓날조에 굴하지 말고 당당하게 비판하고 감시하라는 구성원과 국민의 염원을 한순간에 져버렸다.


 방송을 정권 홍보의 도구로 간주하고 권력을 위해서는 방송장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이명박 정부의 그릇된 믿음은 조만간 MBC에 대한 도발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기관이 총동원된 KBS 정연주 사장 몰아내기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번 사태를 보면서 현 경영진이 앞으로 가속화될 정권의 노골적인 MBC 장악음모에 대해 이를 막을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PD수첩이 여전히 당당해야 된다고 믿는다. 또한 정치권력으로 부터의 독립은 MBC가 추구해야 될 존엄한 가치라고 믿는다. 우리는 이러한 믿음을 져버리고 사과방송 결정을 내린 경영진을 강력히 규탄하며 앞으로 방송의 주인인 국민들에게 우리의 정당함을 알리고 MBC를 지켜내는 일에 앞장설 것이다.



2008년 8월 13일
MBC방송경영인협회



PD수첩 사과방송을 규탄한다.


  회사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PD수첩에 대해 “시청자 사과방송”을 제재를 받아들여 어제 전격적으로 방송했다. 엄기영사장은 확대 간부회의를 통해 대승적인 차원에서 사과방송을 했다고 하지만 사과방송은 방송장악 음모를 꾸미고 있는 정권에 처절하게 굴복한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또한 담당 CP와 PD를 보직해임을 단행함으로써 보다 철저히 굴복하는 모습 보이고 말았다. 우리는 사과방송은 공영방송에 대한 정권의 방송장악 기도에 굴복당하고 언론자유의 유린에 다름 아니라고 지속적으로 우려의 지적을 해왔다.


사과방송이 나간 과정을 보면 사내의 방송운행 규정도 철저히 무시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어 더욱 가관이다. 방송운행 규정에는 방송운행 주무부서는 TV편성부, 방송운행 책임자는 TV편성부장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녹화방송은 방송 24시간 전에 TV편성부에 제출해야하고, 완제테이프는 방송준비실에 전달해야한다. MD는 방송 운행표와 일치하지 않을 경우 운행책임자에게 연락하여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과방송에 대한 어떠한 고지도, 운행표에도 반영하지 않고 방송이 실시되었다. 사과방송은 임시뉴스나 비상시 방송에 대한 규정 및 중계방송과도 전혀 관계없는 사안으로서 사상 초유의 방송이 되었다.


  정상적인 방송이라면 본사에 소재하고 있는 주조정실과 방송준비실을 통해 방송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엔 자회사인 MBC플러스 주조에서 사과방송이 송출된 내용을 본사 주조정실에서 중계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노동조합이 방송의 송출을 저지하고 있어서 불가피 했다는 변명이 있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방송이 이루어 져야 한다. 노동조합의 반대가 있더라도 노사간의 갈등 해소를 통해 정상적인 방법으로 방송을 하여야 한다.


  더욱 가관인 것은 기술본부장이 사과방송테이프를 직접 들고 자회사 주조를 방문하였고, VCR에 테이프도 직접 삽입하고 플레이까지 했다는 것이다. 사내에서 방송하기가 어려우니까 자회사까지 동원한 것이다. 다름 아닌 해킹방송이 경영진에 의해 자행된 것이다. 기술본부 최고 책임자가 기술본부 사원들 얼굴에 먹칠을 한 것이다. 그 동안 방송민주화를 위해 항상 최선봉에 섰던 후배들의 자존심을 완전히 깔아 뭉개버렸다.


방송운행 질서를 어지럽히고, 기술본부 사원들의 자존심을 무참히 짓밟는데 앞장선 관련자들을 반드시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져야할 것이다.



2008년 8월13일

MBC방송기술인협회